셋째 날, 세 번째 이야기
* 옛 일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 구라시키 미관지구
오캬야마에서 구라시키까지는 15분이면 충분합니다. 전철을 타고 구라시키까지 가는 길, 밖에는 농촌의 한적한 모습이 보입니다. 대도시를 떠나 소도시 쪽으로 향하는 여정에 딱 들어맞는 모습입니다. 구라시키에 가는 이유는 옛 일본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구라시키 미관지구에 가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로 치면 전주 한옥마을을 찾아가는 그런 느낌이라 할까요.
구라시키역에서 구라시키 미관지구까지는 걸어서 충분히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천천히 천천히 걸어 구라시키 미관지구에 들어서니 과거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딱 전주 한옥마을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연휴가 끝나고 난 뒤의 월요일이어서 사람이 적다 뿐이지 주말에 오면 전주 한옥마을의 번잡함과 견줄 정도로 사람이 많을 것 같은 그런 동네였습니다.
구라시키 미관지구는 정처없이 걸어다니기 좋았습니다. 아무데서나 대충 사진을 찍어도 다 이쁘게 나왔습니다. 돌아다니다가 예쁜 카페를 발견하고 들어가 앉아 커피도 한잔 했습니다. 핸드드립으로 정성껏 내린 커피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블렌딩해 놓은 커피콩을 사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들고 가는 길이 너무 멀어 다시 내려놓았습니다.
정처없이 걷다 이쁜 상점이 있으면 들어가 구경하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술을 파는 곳에 들어가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구라시키 맥주를 샀습니다. 여기서 아니면 살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니 저절로 지갑이 열렸습니다. 과연 맛은 어떨지 기대됩니다.
구라시키 미관지구를 뒤로하고 다시 오카야마로 향했습니다.
* 저녁 그리고 오사카로
오카야마로 돌아오자마자 저녁을 먹었습니다. 오늘 저녁은 가츠동 그리고 오야코동입니다. 돈가츠 못지 않게 가츠동을 좋아하기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5시 30분부터 영업을 시작하는데 그때 갔더니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맛집이 맞나 싶었는데 앉아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이 하나 둘씩 들어옵니다. 다들 샐러리맨 복장을 하고 들어오는 걸 보아하니 관광객들보다는 오카야마 사람들이 즐겨 찾는 그런 공간인 것 같았습니다. 가츠동과 오야코동을 반반씩 즐길 수 있는 환상적인 세트를 시키고, 맥주 한 병을 시켰습니다. 여기 가츠동은 데미그라스 소스라는게 뿌려져서 나옵니다. 뭔지는 잘 모르지만 색깔은 돈까스 소스와 많이 비슷합니다. 하지만 맛은 많이 진합니다. 여기를 유명하게 한 음식이긴 하지만 데미그라스 소스는 진하고 짜서 입에 맞지 않았습니다. 데미그라스 소스가 없었더라면 더욱 맛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반면에 오야코동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둘 중에 오야코동에만 자꾸 손이 갔습니다. 그래도 둘 다 깨끗하게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일본 엔화 지폐는 1000엔, 2000엔, 5000엔, 10000엔이 있습니다. 그 중 2000엔은 일본 내에서 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2000엔을 낼 때마다 점원들이 너도나도 신기해합니다. 물론 저에게 신기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점원에게 '이거 봐, 2000엔이야! 신기방기'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알아 듣는 건 니센엔, 스고이 뭐 이런 정도니까 나름의 상상이 가미된 해석입니다. 저녁을 먹고 쇼핑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의 반응이었습니다. 혹시 일본 여행을 간다면 2000엔 짜리를 많이 바꿔가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받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재미있어하고 신기해 하니까요.
저녁을 먹고 오카야마 시내를 구경하고 다시 신오사카로 향합니다. 이번에는 신칸센 사쿠라를 타고 갑니다. 노조미나 히카리와는 내부 디자인이 조금은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150KM가 넘는 길을 40여분 만에 갈 수 있다는 게 참으로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