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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ty noodle Apr 13. 2021

목마른 계절_전혜린

이전까지 그녀의 이름은 수없이 들어봤지만 책을 읽어본 적은 없다. '전혜린'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여기저기서 그녀의 문장이 인용되곤 했다는 기억과, 어쩐지 쓸쓸함이 묻어나는 표정을 한 단발머리 여자의 흑백사진이 떠오르곤 했다. <목마른 계절>의 뒤표지에는 내가 생각한 것과 비슷한 사진이 실려있다.


그녀는 서른둘의 나이로 자신의 삶을 봉인했다. 그 덕분에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녀의 생각들은 20대와 30대에 남긴 글 속에 붙들려 있고, 그녀는 32살의 얼굴로만 기억되겠지. 어쩌면 그녀는 젊음을 영영 박제할 낭만적이고도 섬찟한 방법을 진작부터 알아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시대가 젊은 여성들에게 바라는 여성상보다 자유분방하고 독립적이었던 그녀가 사는 동안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혼란스러웠을까를 생각하느라 머릿속이 아찔했다. 그녀는 너무 일찍 태어나버렸거나 아니면 엉뚱한 나라에서 태어나버렸다.


만약 그녀가 50년 정도 늦게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면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았을까. 만약 그랬더라면 그녀가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삶을 이어나갔을까. 가엽기도 하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드는 복잡한 인물. 나지막한 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 진다.


"지금도 앞으로도!

꿈 없이는 살 수 없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잡을 수 있는 현실만이 전부라면 인간은 살아갈 가치가 없는 무엇일 거라고 확신한다. 

 이상과 꿈이 우리를 만든다. 우리에게는 뜻밖인 형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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