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_지금, 여기 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이슈들
사드 조기 배치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사드 논쟁이 다시 불 붙었습니다. <뉴스의 배경>은 사드에 집중했던 이전 글에 더해 책에 소개된 미국의 MD(미사일 방어체계)를 추가했습니다. 사드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필요성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대두되었다.
냉전이 시작되고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대륙을 넘나들 만큼 길어지자, 미국과 소련은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적국의 핵미사일이 자국으로 날아올 것에 대비해 두 나라는 앞다퉈 미사일 요격 시스템 연구에 돌입했다. 그 결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레이더와 적외선탐지기로 탐지가 가능하고, 탄도 궤적을 통해 발사지점과 낙하지점을 예상할 수 있다는 답을 얻었지만, 문제는 정확도였다. 당시 기술력으로는 ‘확실한’ 요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 이를 만회하고자 미국과 소련은 핵탄두를 탑재한 요격미사일을 세계 곳곳에 경쟁적으로 배치했다. 영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주요 소재였던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는 이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다. 당시 소련이 쿠바에 ‘방어용’ 핵미사일 기지를 구축하자, 미국은 쿠바 해상을 봉쇄하고 소련 선박의 입항을 제지하려 했다. 들어가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 간의 힘 대결. 자칫 핵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었던 일촉즉발의 위기는, 무력충돌 직전 양국이 합의점을 찾으며 극적으로 해소되었다.
그 후에도 미국과 소련은 의미 없는 군비경쟁을 이어갔다. 그러다 문득 이러다간 다 죽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이에 양국은 1972년 5월 ‘탄도탄요격미사일 제한에 관한 협정’을 맺고, 5년마다 갱신하기로 뜻을 모았다. 주요 내용은 ▲양국에 한 곳씩만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고 ▲국가 전체 방어망은 포기하며 ▲추가로 방어망을 구축할 경우 선제 핵공격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방어하지 않음으로써 공격을 피한다는 참신한 역발상. 덕분에 양국은 점증하는 국방비 부담을 덜었고, 세계는 핵전쟁으로 인한 공멸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요격 미사일 개발도 답보상태에 빠졌다. 특히 1991년 소련이 무너지면서는 완연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걸프전이 살린 미사일방어체계
그러나 같은 해 발발한 걸프전이 다 죽어가던 미사일방어체계를 살려냈다. 이라크의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되면서, 미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동시에 조지 H. 부시 대통령은 이란과 북한 등 핵무기를 보유한 제3세계 국가들을 ‘새로운 위협’으로 규정했다.
적을 때려잡는 ‘속 시원한’ 퍼포먼스와 안보에 대한 불안감은 국방비 증가를 가져왔다. 부시 행정부는 자국민과 해외 주둔 미군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NMD(National Missile Defense, 국가미사일방어체계)와 TMD(Theater Missile Defense, 전구미사일방어체계)를 기획하고, 다양한 요격 미사일 개발을 재개했다.
TMD와 NMD로 이원화된 체계는 2001년 5월 1일 (조지 H. 부시의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MD’로 통합되었다. 지상에 머물렀던 요격 미사일 배치를 바다와 공중으로 확대해, 해외 주둔지든 본토든 날아오는 미사일을 고도 및 사거리에 따라 ‘맞춤형’으로 잡는다는 기획이었다. 구체적인 대응 무기는 다음과 같다.
1. GMD(Ground-Based Midcourse Defense): 대륙간탄도미사일
2. 스탠더드미사일(SM-3): 바다를 건너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
3. 사드(THAAD): 1,000~3,000킬로미터 중거리탄도미사일
4. 패트리어트미사일(PAC-3): 1,000킬로미터 미만 단거리탄도미사일
5. ABL(Airbone Laser): 미사일이 아닌 대형 항공기에 탑재한 고출력 레이저로, 발사 초기 탄도미사일
이를 위해 부시 정권은 국내외 숱한 반발을 무릅쓰고 2002년 ‘탄도탄요격미사일 제한에 관한 협정’에서 탈퇴했다. 그리고 2008년 ‘악의 축’ 이란의 혹시 모를 핵공격에 대처해야 한다면서, 체코와 폴란드 등 동유럽 지역에 MD 기지를 세우기로 합의했다.1 하지만 이어 집권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기술적 타당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데다, 인접국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한다는 이유로 2009년 동유럽 MD 체제 구축을 전면 백지화했다. 단 러시아가 이란의 핵 개발을 저지한다는 전제조건 하에서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조건을 따르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과의 관계를 더욱 다지는 한편, ‘강한 러시아’를 추구하며 유럽과 미국을 압박했다. 결국 오바마 행정부는 2010년 유럽의 MD 구축을 재개했다. 겉으로는 이란이 걱정돼서라지만, 누가 봐도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었다. 이에 러시아가 2013년 나토 접경지역에 미사일을 전진 배치하고 병력을 추가로 투입한 데 이어,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강제 합병했다.
유럽 MD는 2016년 5월 가동되었다.2 미국의 유럽 내 군사예산은 기존 8억 달러에서 34억 달러로 뛰었다. 영국, 독일은 군사력을 보강하기 위해 핵잠수함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지금이 2016년인지 1962년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며 “러시아와 서방 갈등으로 세계가 신新 냉전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3
적의 중거리미사일을 격추시킬 목적으로 1992년부터 미국의 록히드마틴사가 40억 달러를 투입해 개발했다. 요격 고도가 10~20킬로미터로 너무 낮고 특정 지역만 커버할 수 있는 패트리어트미사일의 단점을 보완해,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면서 광범위한 지역을 빠르고 정확하게 방어할 수 있도록 했다.
시스템은 크게 발사대, 요격미사일, XBR(X-Band Lader, 엑스밴드레이더), 지휘 통제 차량 등 네 부분으로 나뉜다. 이중 전략적 핵심은 XBR이다. 탐지거리가 반경 1000~2000킬로미터로 매우 넓고, 평상시에는 단독으로 운영하다가 전시에는 공중의 조기경보기와 해상의 이지스함과 연동할 수 있어서 활용도도 높다. 내륙용과 해상용이 따로 있어 여기저기 배치하기도 쉽다.4
남의 나라 요격 미사일, 사드가 한국에 회자되기 시작한 때는 2014년 6월 3일.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포럼 조찬강연에 참석한 커티스 스카파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정부와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하면서부터다. 국방부는 즉각 “(미국 측의)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며 사드 도입에 관한 ‘3No 원칙’을 재천명했다.5 그러면서 “주한미군에 배치되는 건 좋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살 계획은 없는데 들어오는 건 환영한다는 기묘한 입장표명. 이로써 한반도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점화되었다.
찬반양론 모두 출발선은 같다. 한국의 안보와 동북아시아의 평화. 다만 찬성 측은 ‘유비무환’을 강조한다.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면 당장에 북한의 핵탄도미사일을 막을 수 있을뿐더러, XBR로 중국과 러시아 군사지역 일부를 항시 살필 수 있다. 적국의 군사동향을 파악하고 핵공격을 무력화하는 데 사드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 측은, 바로 그 점을 문제로 지목한다. 북한이 아마도 핵탄두를 장착할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사드로 요격할 수 없고, 단거리나 중장거리미사일은 이미 개발 중인 KAMD(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한국미사일방어체계)로도 대응이 충분하다. 북한의 군사동향은 일본의 사드 기지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다? 아슬아슬하게 유지해왔던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깨질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 자기네집 안마당을 들여다본다는 데 기분이 상할 것이다. 미국과는 세계 패권, 일본과는 아시아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마당이라 이와 같은 군사도발을 더더욱 묵과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한·미·일 연합6에 맞서 북·중·러 전선을 꾸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고립돼 있던 북한에게 더할 나위 없는 호재가 될 것이다. 유럽에 이어 아시아도 냉전체제가 구동될 것이고, 군비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며, 북한의 무기개발도 저지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전략적 중심지로 부상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이런 상황은 2011년 오바마 정부가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를 선언하면서 이미 예견되었다. ‘아시아 회귀’는 “향후 10년 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미국의 외교, 경제, 전략적 중심지로 삼겠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그에 따라 미국은 일본,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등 12개국과 FTA를 체결하고, 베트남에 무기 수출을 허가하는 등 해당 지역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언뜻 아태지역의 정치경제적 가능성에 투자한 듯 보이는 행보였지만, 실상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경기 침체, 아프가니스탄전쟁 등을 겪으며 조금씩 힘이 빠진 미국과, 신흥 강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은 2009년부터 사사건건 충돌했다. 일례로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을 때, 중국은 7월로 내정된 한미 간 서해상 연합훈련을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7 ‘아시아 회귀’는 미국이 중국과의 헤게모니 싸움을 본격화하겠다는 선전포고로써, 동아시아 국가들을 대對 중국 외교·군사 거점으로 재조정하고, 중국의 군사전력에 대한 대응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한 ‘군사적 지침’에서 그 의도가 확연해진다.8 하지만 오랜 불황으로 긴축재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전처럼 고정 기지를 두고 장기 주둔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 (군대의) 순환배치, 기항지 확보, 동맹국들과의 역할분담 등을 차선책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일본 및 한국의 사드 배치는 이런 맥락에서 추진되었다. 큰 그림은 일단 일본과 한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연동시킨 다음, 훗날 미국의 아시아 MD에 편입시키는 것이다.9
강대국들의 파워 게임에서 한국 같은 약소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 외교력을 총동원한 ‘줄타기’다. 알다시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남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평화를 유지하고, 동북아시아가 안녕하려면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 잘 지내야 한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한·미 동맹은 발전적으로 개선해가되, 동맹 강화에 집중하기보다는 미·일과 중·러 양 진영 간 화해·협력의 ‘중개자’가 되어 동북아 평화협력 구축을 주창하면서,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모두 상생하도록 유도하고 북한도 이런 구도 속으로 유인해야 한다.”10
2016년 7월 8일 한국 국방부는 “증대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동맹의 미사일 방어태세를 향상”시키고자 고고도 미사일방어시스템 사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참조
1 음모론자들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 같은 행보 뒤에는 군산복합체가 있다고 주장한다. 부시 가문이 대대로 군수업체들과 가깝게 지내며 후원을 받았기에, 이들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키고 국방비를 늘린다는 것이다. 우연찮게도 아버지 부시는 걸프전쟁을, 아들 부시는 아프가니스탄전쟁과 이라크전쟁을 주도했다.
2 2018년 폴란드 MD 기지가 완공되고, 독일에 들어서는 지휘통제센터가 유럽의 MD 체계를 지휘하면 미국과 나토의 ‘유럽 MD 시스템’이 완성된다.
3 장일현, ‘러시아 “유럽MD, 1000% 우릴 겨냥” 반발’, 조선일보, 2016.5.14.
4 ‘사드(THAAD)의 실체와 논란-누구를 위한 것인가’, 투코리아, 2014.11.4.
5 한국 정부는 그동안 ①중국과의 불필요한 외교적 마찰 우려 ②10조 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비용 부담 ③미국 MD의 실효성 문제 등을 내세워 독자적인 미사일방어체제(KAMD)를 갖추겠다는 공식 입장을 여러 번 밝혀왔 다.
6 최근 우경화 분위기에 힘입어 평화헌법을 무력화시키고, 자위대를 군대로 전환하는 등 ‘군사강국’의 꿈을 착실히 실현 중인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7 한지윤, ‘아-태지역과 동맹으로 중국 견제하는 미국의 ‘피벗 투 아시아’정책’, 시선뉴스, 2016.9.28.
8 이용인 등 저, 테일러 워시번 편,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 창비, 2014.
9 ‘[탐사플러스] 혼돈의 한달…사드, 미국에게 무엇인가?’, JTBC, 2016.8.15.
10 홍현익, 「동북아 신냉전질서 형성 동향과 한국의 대응」,『정세와 정책』, 2012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