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Ⅲ 남성 작가 특집 ②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박무직
데뷔작| 1993년 <안녕! 캡틴>
대표작| 《TOON》 《T.R.Y.》(김현정 글)
고백한바 세 살 때 이미 만화에 빠졌고, 고등학교 3학년 때 강경옥의 《라비헴 폴리스》에 감복한 나머지 ‘앞으로 SF만화를 그리겠다’고 다짐하며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1993년 『미르』에 발표한 데뷔작 <안녕! 캡틴>은 물론이고, 작품 상당수에 SF 기운이 물씬한 이유일 것이다.
자타공인 ‘데생의 달인’으로 인물이면 인물, 배경이면 배경 못하는 게 없지만, 캐릭터 특히 여성 캐릭터가 인형처럼 매끈한 것이 어딘지 모르게 생기와 매력이 부족했다. 데생 실력에 부응하는 연출력, 스토리텔링 능력, 속칭 ‘대사빨’과 감성도 아쉬웠다. 그래서인지 만화보다는 《박무직 만화공작소》 《박무직 무일푼 데생교실》 《박무직 무일푼 만화교실》등 작법서로 이름을 더 알렸다. 20세기에는 한국에서 활동했지만, 1997년 청소년보호법이 발효되고 2001년 ‘코믹스투데이 사태’까지 터지면서 근거지를 일본으로 옮겼다.
박무직의 대표작. 만화가 지망생 ‘신혜’가 정체불명의 만화동호회 ‘PASS’에 가입한 뒤 새로운 ‘만화 세계’에 입문한다는 메타 SF 판타지 코믹 학원물이다.대표작은 《TOON》. 만화가 지망생 ‘신혜’가 정체불명의 만화동호회 ‘PASS’에 가입한 후 그야말로 새로운 ‘만화세계’에 입문한다는 메타 SF 판타지 코믹 학원물로, 1997년 『윙크』에 연재했다. 이후 가수 김현정이 스토리를 쓴 《T.R.Y.(Take off Rush Youth)》의 작화를 맡아 《비쥬》에 연재하는 등 활동을 지속했으나 이렇다 할 작품을 내놓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와는 무관하게 일찍부터 만화계 안팎의 전근대적인 시스템과 관행에 쓴 소리를 마다 않았는데, 내적으로 어시스트 작업료나 고료 등의 불공정성을, 외적으로는 청소년보호법과 도서대여점이 어떻게 만화시장을 억압하고 왜곡하는지를 역설했다. ‘코믹스투데이’가 작가들에게 고료를 안 주고 버틸 때 제일 먼저 광장에 나섰다. 불의한 시스템에 저항하는 ‘자유의 검은 리본’ 운동을 조직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한국 만화/잡지시장에 희망이 없다고 판단, 일본으로 건너가 ‘BOICHI’라는 필명으로 성인/에로 작가로 새로이 출발했다. ‘코믹스투데이’에서 올 컬러로 연재하던 성인물 《Feeling》 같은 작품을 검열 없이 한번 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아운』 『가문』 『영킹』 등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마이너 잡지에서 활동하며 힘겹게 암중모색했지만, 인기를 얻고는 『모닝』으로 진출했다. 어시스트 처우를 두고 문제가 불거진 것은 바로 이 시점이었다.
일본으로 거점을 옮긴 뒤 박무직은 개인 카페나 블로그에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외제차를 뽑으면서도 어시스턴트에게 충분한 대우를 할 수 있다” “한국 만화가들이 일본에 진출해 성공하는 것이 진정으로 한국만화가 살 길이다” 등등 자랑 섞인 조언을 자주 하곤 했다. 하지만 2014년 만화가/일러스트레이터/지망생들이 자주 찾는 네이버카페 “방방곡곡 창작을 배우는 사람들”에 토로한 어시스트의 말은 전혀 달랐다. 그는 11개월 동안 박무직 밑에서 매일처럼 폭언, 폭력, 협박, 착취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2017년 상반기부터 일본 주간지 『소년점프』 연재를 시작한 《Dr. Stone》.진위여부를 놓고 한바탕 소란이 일자 박무직이 직접 해명 글을 올렸다. 그 어시스트가 자기와 일한 건 사실이지만 실력이 형편없었고, 처음 제시한 작업료는 그 실력에 어림없는 돈이었으니 어느 정도 깎는 게 당연하다, 당시 아내에게 중고 외제차를 두 대 사주는 바람에 재정이 어려웠다는 내용이었다. 허세, 자격지심, 궤변으로 점철된 이 해명으로 인해 박무직은 한국에서 쌓은 그동안의 명성과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2017년 현재 일본 주간지 『소년점프』에 《Dr. Stone》(이나가키 리이치로 글)을 연재중이다.
부록Ⅲ 남성 작가 특집 ①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김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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