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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사주 Nov 29. 2017

부록Ⅲ 남성 작가 특집 ①

[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김동화


데뷔작| 1975년 《나의 창공》

대표작| 《우리들의 이야기》 《내 이름은 신디》 《아카시아》 《멜로디와 하모니》 《요정 핑크》 《황토빛 이야기》 《빨간 자전거》



1980년대 한국 순정만화의 기틀을 다진 작가로 본명은 김종철이다. 1950년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는 동안 한동네 살던 만화가를 선망하며 일찌감치 진로를 확정했다. 열아홉 살에 김기백 문하로 들어갔으며, 차성진, 권영섭 등에게 사사하고 1975년 《나의 창공》이라는 ‘소년만화’로 데뷔했다. 그의 만화의 모태가 되는 일본산 순정만화를 접하기 전이기도 했지만, 당시 한국 출판계가 여성독자를 없는 취급한 탓이었다. 


1970년대 김동화는 감성 충만한 문하생 한승원과 함께 걸출한 대작들을 쏟아내며 시대를 풍미했다. 


‘순정만화가 김동화’의 커리어는 1970년대 말에 구동되었다. 1970년대 초부터 야금야금 해적 출판된 《캔디 캔디》 《베르사유의 장미》 같은 일본 소녀만화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비로소 여성독자를 인식한 출판계가 장을 마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한승원이라는 감성 충만한 문하생을 맞은 김동화는, 여성의 감수성은 한승원에게 일임하고 자신은 작화를 맡아 1979년 《우리들의 이야기》를 발표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걸 통제하는 갑갑한 현실, 연애는 소위 ‘날라리’에게만 허용되던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금발과 보랏빛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드린 ‘한봄’과 ‘금샘’의 풋풋한 사랑이야기는 여학생들에게 일종의 해방구로 받아들여졌다. 


《우리들의 이야기》의 반향은 곧 《내 이름은 신디》 연재로 이어졌고, 신드롬에 가까운 호응을 얻었다. 그에 힘입어 거대한 역사적 소용돌이에서 엇갈리는 네 남녀의 사랑과 욕망을 그린 《아카시아》 《레오파드》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명실상부 최고/인기/고수익 작가로 자리 잡았다. 거미줄 드리운 커다란 눈망울과 12등신 막대사탕형 몸매의 캐릭터, 클로즈업, 몽타주 등의 기법을 활용해 네모반듯한 컷의 연쇄를 벗어났던 분방한 연출법은 이 시기 김동화가 확립한 전형이었다. 이 전형은 1985년 『보물섬』에 연재한 《요정핑크》로 얼마간 내파되지만, 만화가로서의 입지는 오히려 더 공고해졌다. 


만화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할 만큼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던 김동화는, '한국적인 것'에서 출구를 찾았다.


그린우드별 공주 ‘핑크’가 어린아이로 변신해 가난한(줄 알았는데 사실 재벌2세) 사진가 ‘빈’과 함께 살며 벌이는 판타지/코믹/명랑극 《요정핑크》는 1991년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에 김동화는 《곤충소년》을 차기작으로 선택하며 ‘소년만화’로 회귀, 나름의 변화를 모색하지만 커리어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이만 일을 접을까 고민했을 정도로 극심한 슬럼프. 그러나 1993년 영화 <서편제>를 보고 큰 충격을 받은 그는 ‘한국적인 것’을 출구전략으로 삼았다. 아담한 체구, 오종종한 이목구비의 캐릭터와, 여백을 살린 배경, 덤덤한 컷, 무언에 가까운 대사로 일관하는 《못난이》 《황토빛 이야기》 《기생 이야기》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2002년부터는 한 시골마을 우편배달부가 들려주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린 《빨간 자전거》를 조선일보에 연재, 중장년 독자층까지 만화 저변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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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순정만화 작가 사전] : 여성/만화/작가 중심의 한국 만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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