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장법사와 손오공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 왠지 모를 기대감에 들뜨곤 한다.
“나였으면, 나였으면” 하면서 기대하다가, 며칠 먼저 발표되는 과장 인사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상사가 부서장으로 발령이 나는 걸 보면, “나만 아니길, 나만 아니길” 하면서 그 부서에 발령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다시 빈다고 한다.
참, 사람의 마음이란 게 이렇다. 조용히 웃음이 난다.
어느 면사무소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예전에는 오지 면사무소로 문책성 인사로 사람을 보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산업팀은 팀장과 농정, 토목건설, 지역경제 담당자 이렇게 한 팀으로 구성된다.
“면의 특성”상 문제 있는 직원 두 명을 팀원으로 데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정기 인사 발령이 났다. 그러자 면장이 새로 오는 직원을 산업팀으로 발령을 냈다. 산업팀장의 의견도 묻지 않고.
화가 난 산업팀장이 면장실로 찾아가 한마디 했다고 한다.
“면장님! 제가 삼장법사예요?”
“둘도 벅찬데 거기다가 한 명을 더 주면, 저는 어쩌라고요.”
이미 저팔계와 사오정을 데리고 있었는데 이번에 손오공이 추가된 셈이다.
면장은 다른 팀으로 배치하면 그쪽도 힘들어진다며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물론 사정이야 이해가 되지만 산업팀장은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저들을 데리고 무슨 일을 하겠는가, 하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옛부터 ‘인사가 만사’라고 하였다.
일이 잘되고 못되고는 ‘인사(人事)’에서 시작된다는 말이다.
물론 웃자고 한 말이지만, 이야기 속의 손오공은 사실 72가지 변신술과 구름을 타는 능력을 가진 뛰어난 실력자다. 삼장법사가 길을 떠날 수 있었던 건, 아무리 엉뚱하고 말 안 듣는 제자들이 있어도 결국엔 함께 길을 가려는 의지와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완벽한 인사는 없겠지만, 서로 다른 성격과 재주를 가진 이들이 제 몫을 해낼 수 있도록 조율하는 일. 그게 바로 ‘인사’의 진짜 역할이 아닐까.
가만, 그런데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진상 불변의 법칙’이 있다고 한다.
한 조직에서 진상이 안 보인다면, 그게 바로 나일 수도 있다는 법칙.
그렇다면... 혹시 내가 손오공? 아니면 저팔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