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는 거행씨> p76 지금도 아내는내가 무슨 말을 하면 믿는다. 속편
아내가 14년간 운영하던 분식집 운영을 이번에 중단한다. 운영하던 식당 건물을 헐고 3층 규모로 새로 지어 업종을 막창구이 집으로 변경하려는 것이다.
둘째가 요리에 관심이 있어서, 작은 엄마하고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데 자립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올해 말 내가 퇴직하는 영향도 있었다. 더 늦기 전에 결정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아내는 둘째가 자립할 기간까지 운영하다가 물려주고 은퇴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예전에 아내가 생활하기가 어려울 적에, 근처에 천막을 치고 튀김하고 떡볶이를 팔다가 “공무원 마누라가 불법영업을 한다”고 신고되어 곤욕을 치른 적이 있었다. 그 이후에 지금의 자리에 1층 건물을 지어 분식점을 ‘제대로’ 운영했던 것이 14년이 지나갔다.
고등학교 진입로 옆이고 분식점 인근에 아파트 두 단지가 있어 단골손님들이 좀 되었다.
손님층으로는 초중고 학생들이 조금 있고 대학생들도 가끔 들렸지만, 주 손님층은 인근에 사는 어른들이다.
막상 영업을 중단하려니 그냥 문을 닫을 게 아니라 준비할 것이 많다. ‘당○마켓’에 공지하고 작은 현수막을 제작하여 열흘 전에 ‘영업종료’를 알렸다.
안내를 한 이후에는, 손님들이 많은 의견을 전해 아내는 한편으로는 시원하고 한편으로는 섭섭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동안 「즐겨찾기 분식」을 성원해 준 아파트 식구들과 쫑파티를 가졌다.
어느 날은 고등학생들 몇이 와서 “우리가 손님들 많이 데려올 테니 계속하세요!”라고 딜을 했다고 전했다. 고등학생들만 그러는 줄 알았더니 다음에는 초등학생 무리가 와서 ‘같은 말’을 했다고 한다. 고마운 말을 주신 많은 손님이 있었지만 그중 한 손님이 “그동안 고마웠다!”고 네잎클로버 5개를 코팅해서 주었다고 한다.
아내가 하는 말이 “누가 보면 식당 개업 빨 받는 줄 알겠어”, 앞으로 못 먹는다고 해서인가,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어제는 딸이 5개월 된 손녀를 데리고 와서, “함무니 14년 동안 고생 많았어요, 사랑해요!”라고 말 못하는 손녀를 대신해서 전하는 메모를 꽃다발과 함께 전해 위로하며 마지막을 장식했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1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얘기 못 할 일도 많았고 여러 가지 사연이 있었겠지만, 각자의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아내는 당연히 영업하여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게를 찾는 손님들도 식사나 간식을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었겠지만 그 안에는 서로에게 고마운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교동에 있던 「즐겨찾기 분식점」은 그냥, 지나가는 길에 있는 ‘밀가루 음식을 파는 그저 그런 식당’이 아닌, 지역 주민들에게 먹거리를 주고 쉬어갈 공간을 내준 ‘고마운 공간’이었던 것으로 남게 될 것 같다. 고맙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