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가수 이용복과 스티비 원더의 밝은 노래

이용복 '그 얼굴에 햇살을'

by 박거행

가수 이용복과 스티비 원더의 밝은 노래


배우 박정민은 책 한 권을 출판한 얼마 후에 출판사를 차렸다. 그 시기에 그의 아버지가 시력을 잃어 아버지를 위한 오디오북을 제작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시력을 잃은 사람은 다른 방법으로 정보를 얻게 된다.

이전에 홍천의 침술원에서 맹인이신 원장님을 만난 적이 있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그분이 지나가듯 얘기한 것이 있었다.

아주 어릴 적에 방에 다른 사람과 같이 있었다고 한다. 방 아랫목에서 위쪽으로 기어가는데 아랫목에 있는 사람이 알려 주었다고 했다.

“앞에 물그릇이 있어, 조심해!”

그때의 어린 원장님은 ‘움직이지 않고 어떻게 나보다 먼저 알았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원장님의 세계는 그때까지는 ' 뭐든지 만져서 확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는 얘기이다. 60여 년이 지나서 하는 얘기여서 감정이 절제되어 웃으면서 얘기하고 계셨지만 ‘자신의 남다름에 대한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있던 것이다.

이렇듯 시력이 불편한 사람은 청각과 촉각 등 다른 방법을 통해 세상을, 사물을 인지한다.

나는 두 명의 가수를 떠올린다. 한국의 이용복, 그리고 미국의 스티비 원더. 그들은 모두 시각장애를 가졌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노래는 눈부시게 밝고 따뜻하다. 그들은 어둠 속에서 빛을 노래했고, 현실의 제약 속에서도 낭만을 잃지 않았다. 보이지 않아도, 보는 사람보다 더 많이 보고 더 깊이 느낀 사람들. 그들의 목소리는 마치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그려낸 듯하다.

이용복은 70~8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가수였다. 어린 시절 사고로 시각을 잃은 이용복은 가수로서 활동하며 많은 노래를 발표하였는데 「달맞이꽃」, 「그 얼굴에 햇살을」이 대표곡이다.

특히, 「그 얼굴에 햇살을」은 가사 전반에 시력을 가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눈을 감으면 ~ ”이고 다른 하나가 “무지개 타고 오네”라는 부분이다.

난 이 노래를 알고는 있었는데, 86년 군 입대 후 첫 휴가의 마지막 날 복귀를 앞두고 구로구에 있는 극장식 스탠드바에서 최용순이라는 코미디언이 부른 것을 감명 깊게 들었다.

맹인은 눈을 감고 있다. 그런데 “눈을 감으면 저 멀리서 다정한 그림자가 다가온다”라고 한다.

눈을 뜨고 있으면 보이지 않는 것이 눈을 감으면 다가오는 것이다. 그리고 화려한 무지개를 타고 온다고 했다. 그 구절이 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다. 어둠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오히려 더 밝게 노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를 부른 스티비 원더. 스티비 원더는 태어난 후 바로 시력을 잃었다. 빛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는 감미로운 목소리의 소유자나 뛰어난 작곡가 그 이상이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 사회를 노래했고, 세상을 바꾸려 했다. 대표적인 곡이 바로 「Ebony and Ivory」다. 백인의 상징인 아이보리와 흑인의 상징인 에보니, 그 두 가지가 피아노 위에서는 완벽하게 어우러져 하나의 음악을 만든다는 단순하고도 강력한 비유. 이 노래에서 스티비 원더는 폴 매카트니와 함께 노래했다. 백인과 흑인이 함께,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나의 조화를 이룬 것이다.

“Ebony and ivory live together in perfect harmony

Side by side on my piano keyboard, oh Lord, why don’t we?”

그들의 공통점은 단순히 ‘맹인가수’라는 것만이 아니다. 그들은 세상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감지하고, 그 느낌을 음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그들이 노래하는 풍경은 눈으로 본 장면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길어 올린 감정의 조각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깊고, 더 진실되다.

우리는 늘 바쁘게 눈으로 본다. 눈앞의 것들을 판단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정작 진짜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마음으로 느껴야만 알 수 있는 것들. 사랑, 평화, 낭만, 그리고 그리움. 이용복과 스티비 원더는 그런 것들을 노래한다. 시각 없이도 충분히 전달되는 감정의 언어.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빛.

그래서 그들의 노래가 좋다. 밝고 평화롭고 낭만적이다. 그들의 노래는 빛이 되었고, 우리 모두의 마음에 따뜻한 햇살이 되어 내렸다.

빛은 눈으로만 오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도 느낄 수 있다는 걸. 그들의 노래가 말해주었다.


이용복<그 얼굴에 햇살을>

https://youtu.be/Bm9y3xL4-Tg?si=bLmG7aUDOZ6u6NQ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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