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아픈 사랑의 이야기
♬ 물망초 꿈꾸는 강가를 돌아 / 달빛 먼 길 님이 오시는가 ♬
박문호 시, 김규환 작곡의 가곡 「님이 오시는지」의 첫 소절이다.
1966년 봄, 김규환 작곡가는 KBS합창단의 상임 편곡자였다.
그날도 평소처럼 작업을 하던 중, 한 지휘자가 악보 하나를 내던지며 말했다.
“이 곡, 별로야.”
그 종이 위에는 누군가 만든 곡과 가사가 있었다.
곡은 시원치 않았지만, 김규환은 가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특히 첫 소절 “물망초 꿈꾸는 강가를 돌아 달빛 먼 길 님이 오시는가”
그 문장이 너무 아름다워서 악보를 몰래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는 결국 이 가사에 새로 멜로디를 붙이고, 편곡까지 마친 뒤
자신의 작품으로 KBS 합창단에 올렸다.
이렇게 해서 「님이 오시는지」가 세상에 나왔다.
그런데 김규환은 왜 그토록 이 가사에 마음이 끌렸던 걸까?
그 이유는 20년 전 평양의 한 기억과 이어진다.
1940년대, 평양사범학교 재학 중이던 김규환은
같은 도시의 평양음악학교에 다니던 여학생을 만난다.
그녀는 콘탁(지휘봉)을 들고 브라스밴드를 지휘하며 평양 시내를 행진하던,
당시로선 보기 드문 당당한 여학생이었다.
김규환은 그녀에게 마음을 주었고, 두 사람은 사귀기 시작했다.
그러나 해방 이후, 급변하는 북한의 변화에 그는 가족과 함께 남쪽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그녀를 잊을 수 없었던 그는, 그녀를 데려오기 위해 다시 평양으로 갔다
그녀를 찾아가니 친척 집으로 피신을 한 상태였다. 몇 날 며칠을 그녀의 친척 집 근처에서 기다리다 겨우 재회한 그는, 함께 남쪽으로 가자고 제안한다. 어렵게 설득을 하여 둘은 대동강가에서 만나, 배를 타고 남하하기로 약속한다.
그날 밤, 그는 강가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시간이 지나도, 달빛 아래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새벽까지 기다리다 결국 그는 혼자 배를 타고 남으로 내려왔다.
이런 사연을 간직한 김규환에게 노랫말이 더 가슴에 다가왔을 것이다.
♬ 갈숲에 이는 바람, 그대 발자취일까
흐르는 물소리, 님의 노래인가 ♬
그 밤, 강가에 부는 바람과
물소리에 귀 기울이던 김규환의 마음이 이 노래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이 가사는 박문호 시인의 작품이지만, 그 누구보다 이 시를 깊이 이해한 사람은 김규환이었을 것이다. 그는 단지 곡을 쓴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끝내 도착하지 못한 사랑을 노래로 남긴 것이다.
https://youtu.be/cjwlFlYShek?si=dqYhkPpNeuRVHV_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