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관심이 다른 것이다

by 박거행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관심이 다른 것이다.


유홍준 교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한창 인기였을 때 나도 세 권을 샀다. 그러나 한 권만 읽고 나머지는 아직도 책장에 있다. 왜일까? 나머지 두 권의 내용을 굳이 지금 다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광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으로 모든 것을 먼저 보면, 가기 전의 설렘이 줄어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남겨둠’의 가치를 믿는다.


책 내용 중에 이런 얘기가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진짜 아는 만큼 보이는 걸까?

2008년 중반부터 관광부서에 근무하였는데 문화관광해설사분들 하고 같이 근무하다 보니 선진지견학이나 답사를 같이 간 적이 있었다. 기억나는 것은 첫 해는 개성시를 갔다 왔고 그다음 해 에는 청남대, 예산군 김정희 고택으로 다녀왔다.


청남대를 답사 갔을 때의 일이다.

청남대는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으로 1983년에 조성되어 역대 대통령들의 별장이었는데 16대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이 시설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2003년에 충청북도에 이관하였다. 그때부터 일반인의 관람이 허용되어 청주시의 대표 관광지가 되었다. 85년도에 청주에서 학교 다닐 때 청남대 밑에 까지 가서 선배들과 한때를 보내고 왔었는데 그때는 공수부대가 경계를 서고 있어 일반인의 출입은 제한되어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바로 옆에 있는 기념관을 들어갔다. 입구에서 반대쪽으로 이동하며 관람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내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입구에서 병풍식으로 세워져 안내되었던 청남대의 유래였다. 옮기자면 신라시대 고승 원효대사가 "천여 년 후에는 산 아래에 물이 차서 세 호수가 생기고 용이 물을 만나 승천하듯 이 지역이 국토의 중심이 되며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모양의 성지가 이룩되어 임금이 머물게 되리라."라고 예언하였다고 한다. 호수는 1980년에 완공된 지금의 대청댐을 예언한 것이다. 청남대는 대청댐 위 상류지역에 위치해 있다.

오, 천 년 전에 예언을 했다고? 대청호와 청남대를 예언했다는 이야기가 그 자리에서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해설사분들한테 물어보니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고 했다. 이토록 흥미로운 이야기도 관심이 없으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다. 나만 본 것이다.


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근무를 하다 보면 인사이동으로 업무가 바뀔 때가 있다. 청소를 맡으면 거리에 쓰레기가 먼저 보이고, 도로를 맡으면 도로 파손이 먼저 보인다.

이런 것이 관심이 다르다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몰라도 해야 되는 일이니까 관심이 가는 것이다.

결국 세상을 보는 눈은 아는 만큼이 아니라, 바라보려는 만큼 열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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