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케인의 『콰이어트』에서는 내향적 사람들이 외향적 사람들보다 온라인에서 ‘진짜 자신’을 드러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가족과 친구들이 보면 놀랄 수 있을 만큼 자신에 대한 깊은 사실들을 온라인에 표현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200명이 있는 강의실에서는 절대 손을 들지 않지만 2천 명, 아니 200만 명이 보는 블로그에서는 글을 쓰기도 하는데, 낯선 사람 앞에서는 어려워도 온라인에서는 자신을 드러내고 그 관계를 현실 세계로 넓히기도 한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나를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함께 있는 사람의 수가 적어질수록 편안한 나도 3,500명의 이웃을 둔 블로그를 6년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활성화되고 그것의 다양한 기능이 신기하기만 했던 SNS 초기에는 처음으로 트위터를 해보았다. 비록 짧은 댓글에서나마 유명한 작가와 시인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설렘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익명성 아래 자행되는 불편한 글들이 그것에 대한 매력을 반감시켰고 이내 오프라인 세상으로 돌아왔다.
그런 내가 다시 블로그를 하게 된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이유에서였다. 어릴 때는 읽은 책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으면 모든 것이 쉽게 휘발되었던 것이다. 노트나 한글 파일로 저장해 두는 것도 좋지만 데이터화 돼서 언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되었다. 이미 블로그 열풍은 사그라든 때였지만 내가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의 다른 SNS보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게 좋았다. 물론 그 역시 처음에는 내향적 성격으로 비공개 운영을 하려고 했는데 큰 딸 덕분에 난생처음 과감한 행동을 하게 되었다. ‘진짜 나’를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문장의 향기를 헤아리며 내 삶의 온도가 조금은 따뜻해졌듯이 누군가의 마음에도 닿을 수 있기를 소망했다. 같은 문장이라도 자신의 상황과 경험에 따라 마음에 담기는 것이 다르겠지만, 어느 날 누군가의 삶이 그 문장이 담긴 책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
물론 이러한 초심을 잃는 순간이 찾아온 때도 있었다. 조회수나 공감 등의 통계에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또한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지속해 왔던 따뜻한 이웃의 소식을 더이상 들을 수 없을 때는 온라인 속 관계에 대한 허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다가 뒤늦게 브런치에 글을 쓴지 7개월이 되었다. 갈수록 상업성이 불편하게 느껴지던 블로그에 비해 아직까지 브런치는 나만의 글을 집중하며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이다. 또한 그러한 다른 작가들의 좋은 글을 만날 수 있어 다채로운 전자책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현재 나는 일찍 찾아온 노안이 심해졌지만 책읽기는 놓을 수 없기에 휴대폰 사용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한다. SNS 활동도 노트북을 이용하는 편이다. 그리하여 내게 블로그는 보석 같은 문장을 담아 두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문장 수첩으로, 브런치는 그동안 써둔 글조각들을 잇고 다듬어 내거나 마음에 머무는 문장들이 쉬어가는 정류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