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방에 넣어 가지고 있는 책이나 최근 읽은 것 중 가장 좋아하는 책은 현재 그 사람의 마음속 키워드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자신만의 인생 책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만의 삶의 빛깔을 느끼게 한다.
내 가방 속에는 이병률의 여행 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가 들어 있고, 지난 1년 동안 읽은 책 중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정여울의 『끝까지 쓰는 용기』이며, 나만의 인생 책을 하나 꼽으라면 주저 없이 나는 나를 책 숲에 빠지게 했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떠올린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팍팍한 현실 속에서 마음에 바람을 불어오는 여행을 꿈꾸고 있으며 읽고 쓰는 삶을 향한 용기를 다독이고 싶은지도 모른다. 또한 고단한 인생일지라도 끊임없이 배우고 사색하며 진정한 나를 향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싶은 것이다.
어린 시절 내게는 어떤 책들이 내 삶에 힘이 되어 주었을까. 먼 기억을 떠올려 보니 그때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책은 주로 인간의 따뜻한 마음과 꿈을 향한 흔들리지 않는 삶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었다. 진심 어린 한 사람의 마음으로 차갑고 메마른 사람이 따뜻하게 변하게 되는 『소공자』는 얼마나 읽고 또 읽었는지. 선인이 악인을 이기는 것이 아닌, 그의 마음을 녹이며 더불어 성장하는 그 이야기만큼 짜릿하고 매혹적인 모험은 내게 없었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어린 나는 타인을 위해 사는 삶을 동경했다. 그래서인지 내가 좋아했던 위인전의 인물들도 석가모니와 간디, 나이팅게일이 아니었을까 한다. 발에 밟혀 죽은 개미를 보고 한참을 울고 난 후 길을 걸을 때면 땅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걷게 되었다는 석가모니의 이야기는 그 시절 내게 보다 너른 시선으로 세상 바라보는 법을 느끼게 해 주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내 삶의 계절마다 모서리 가득 접혀 있는 책들이 나를 위로하고 이끌어 준다. 내 마음을 연주하는 그 작은 아코디언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여러 번 쓰다듬게 된다. 그것에 스며들어 있는 나를 애틋함으로 담는다.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인생 책은 무엇인지. 내 곁의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