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봄> 당선

- 단편 동화, <하늘바라기>

by 유재은


잊히지 않는 꿈을 꾸었다.

어느 서가에서 책을 보던 은유 작가가 갑자기 옆을 돌아보더니 나를 보며 환한 웃음으로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오른손을 건네며 자신을 도와줄 수 있냐고 묻는데 나는 주저 없이 손을 꼭 잡았다. 그때 나를 향한 그 미소가 얼마나 눈부시던지, 손의 온기는 또 어찌나 따뜻하던지, 깨어나서도 한참 동안 벅찬 기분을 주었던 꿈.


그리고 얼마 뒤 나는 동화 작가로 등단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에세이스트로서의 길을 향해 걷고 있는 내가 동화 작가로 등단하게 되다니, 무척 감격스럽고 믿기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색했다. 요즘 동화에 비해 정적인 내용의 심심한 단편 동화여서 수십 년을 글 서랍 속에 넣어 두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꺼내 읽으니 그 속에는 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지난 시절에 대한 애잔한 마음으로 여러 인물 속에 살아있는 내모습들을 안아주고 싶었다.


이렇게 하여 잊고 싶지 않은 한 소녀와의 추억은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그 아이가 자라 이 동화를 보고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 기적은 없겠지만, 버거웠던 그날 내게 큰 힘을 주어 너무나도 고마웠다고 전하고 싶다. 다시 보아도 부족함 많은 글이지만 가치 있게 보아주신 분들께도 깊이 감사한다. 나를 지켜 준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제56회 문학의 봄, 당선 소감]


단발머리 고등학생이었던 어느 날, 무작정 버스에 올라 타 어깨를 짓누르던 가방을 잠시 무릎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렇게 마냥 가다가 마음이 멈추는 곳에서 내리리라 생각했습니다. 훗날 돌아보니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그날 저는 아주 먼 곳을 여행한 듯했습니다.

고3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시골의 작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저는 버스에서 내린 후 한 초등학교 길 안내판을 보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 길에서 꼬마 안내자를 만났고, 둘이 함께 그날의 오후를 채워갔습니다.

소녀와의 시간은 마음이 시릴 때면 한참을 바라보던 하늘과 함께 제게 큰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휴대폰도 없던 시절, 달랑 이름 하나만 서로 주고받으며 헤어져야 했던 그 작은 아이를 잊지 않고 싶어서 그때의 일을 동화로 남겼습니다.

소녀의 마음과 가족을 상상해 보며 썼던 '하늘바라기'. 오래도록 마음 서랍에 묻혀있던 동화가 이제야 세상에 빛을 보게 되다니,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다시 태어나면 아버지와 그때는 100살까지 오래도록 함께 살고 싶다는 고운 어머니와 사진 속 언제나 젊고 단단한 미소의 아버지, 늘 한결같이 따뜻한 사랑하는 사람과 그를 닮은 빛나는 나의 두 딸들이 있어서 읽고 쓸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정 많은 우리 동생들과 봄꽃 같은 내 친구에게도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문장의 향기를 헤아리며 읽고 쓰는 삶을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