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하고 싶다는 딸의 말
이십 대 중반쯤, 되도록 빨리 독립하고 싶다는 큰 딸의 말.
"아.. 설렌다."
라고 말은 했어도 사실 그것은 내려앉은 마음을 감춘 말이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미리부터 부정적인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내 눈물 어린 반응에 딸의 성장을 막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을 준비하고 있다 하더라도 내가 딸의 인생에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다.
자녀가 넓은 세상을 찾아
집을 떠나고 싶어 할 때
낙담하는 어머니들을 보면 딱하다.
상실감이 느껴지긴 하겠지만,
어떤 신나는 일들을 할 수 있는지 둘러보기를.
인생은 보람을 느낄 일을
다 할 수 없을 만큼 짧다.
그러니 홀로 지내는 것 마저도
얼마나 큰 특권인가.
며칠 전 스크랩 해 놓은 타샤 튜더의 글. 책을 읽으며 놀랄 때가 있다. 늘 필요한 문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수많은 문장 중에 내게 필요한 구절만 눈에 들어오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아무튼 상실감, 그때 내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 것도 그러한 감정을 어렴풋하게 느껴서이지 않을까.
당연히 언젠가 떠나갈 것임을 알았다. 그렇게 되면 내 삶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그 당연한 이치에 갑자기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빈자리에 대한 허전함과 혼자 살아갈 딸에 대한 소소한 걱정들이 꼬리를 물고 내게 덤벼들었다. 혹시 내가 무엇인가를 잘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딸이 자유를 원하는 것인지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 다른 경우와 마찬가지로 내 아이의 일이 되면 뭐든지 어렵게 느껴진다. 또다시 부족한 엄마의 모습을 보이려 하는 나를 다잡는다.
어느새 이렇게 자랐던가. 안온한 집에 있으면 성장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독립을 해야 마음 잡고 더 잘 될 것 같다는 딸의 말이 대견하다. 나는 그 시절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결혼을 해야만 집을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스물한 살의 딸은 그때의 나보다 자라 있다. 한없이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놀란 마음에 어정쩡한 말들만 늘어놓았다. 엄마로서는 뭐든지 처음인 내가 어제의 상황을 다시 맞게 된다면, 독립을 꿈꾸는 딸을 안아주며 응원해주고 싶다. 자녀가 집을 떠나고 싶어 할 때, 어느새 내가 그런 딸을 둔 엄마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