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여행보다 해야 하는 여행으로
안녕하세요. 여행자 여러분 가이드 권영민(여미나)입니다.
오늘은 여행의 파편이라는 저의 길고 지루한 글을 마무리하는 날입니다.
아마 여행의 파편(서론)부터 보신 분들은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였던 손님들의 질문을 떠올리실 수 있을 겁니다.
(가이드는) 여행 많이 해서 좋겠어요?
한 세대에 있어 가장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을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시대에는 더 의미심장한 질문입니다.
물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그렇게 어려운 질문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치 "소설" 작가, 수영 강사, 미술 선생님, 치과 의사, 사진 기자 등등 수많은 직업과 같이, 직업 그리고 행동 두 가지로 구성된 질문이죠. (여러분의 다양한 직업을 비교해서 생각하시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직업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미처 안 해 보았더라도 괜찮습니다.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직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한 후에 일을 하는 것은 아닐 테니까요. 또 정답이 없는 질문이니 만큼 어떤 것을 이야기해도 무방하고요.
하지만 여러분도 알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어떤 직업, 일을 여러분이 하시더라도 "내가 하는 행동의 의미를 물어보는 질문" 없이 "반복하는 행동이 사람을 변화시킨 적은 없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의미로 저에게 있어 부끄러운 일이지만
(가이드는) 여행 많이 해서 좋겠어요?
손님의 이 질문은 "타성에 젖어 "반복"적인 일을 하던 저를 돌아보게 한 중요한 질문"이었죠.
반복의 함정
사람이 반복된 행동(연습)을 통해서 거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어떤 행동을 더 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내가 아무리 부족한 경우라도 대부분의 경우 반복된 연습을 통해 나아지죠.
그러나 "반복된 행동은 우리를 성장시키는가?"에 대해 생각을 해보면 얘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우리는 반복된 행동(연습)에 시간을 쓰는 것이 근본적으로 우리를 변화시키지는 못한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의 생각이 이런 방식으로 가는 것은 너무 당연합니다.
사람이 연습을 통해 나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가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해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그들이 연습을 할 때 제대로 연습하지 못했거나,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행동(연습)은 문제가 없는데 밀도 있게 쓰지 않아서가 아닐까?
여러분들은 제가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사람은 어떻게 하면 나아지거나 변화하는가? 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혼란스러울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제가 말하고자 하는 "여행을 많이(반복) 해서 좋겠어요? 의 핵심"에 맞닿아 있습니다.
여행으로 비교하면 어떤가요?
여러분은 이미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책을 이해한 것은 아니다"란 말을 이미 이해하고 계십니다. 마찬가지로 "여행을 많이 했다고 하여 여행을 잘 이해한 것은 아니다."란 말도 될 수 있겠죠.
여행자의 물음에 대한 고찰
다른 행동들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위의 말한 직업의 행동만 떼어 "사진"은 뭐죠?, "미술"은 무엇인가요?처럼 생각을 해 보면 모든 것들이 다 동일하다는 걸 잘 아실 수 있을 겁니다.
행동하기 전 그게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구나!
그렇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아주 당연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것은 무엇인가?"처럼 "본질"에 대한 생각을 한다는 건 어렵습니다. 특히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고민하고 연구가 진행된 행동들과 달리 "여행"은 근대에 생긴 문화라는 점도 빠질 수 없습니다. 그 말은 여행이란 아직 우리가 많은 대화를 나누어 봐야 할 문화라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여행을 한다, 안 한다 이전에 "여행"에 대한 의문인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여행이 뭘까? 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이 적었다는 것은 저에게 항상 아쉬움이었습니다.
나름 여행업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여행 가이드로서 만나는 여행자 분들에게 여행자가 여행을 한 후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행 가이드로서의 여행의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그렇기에 환상을 깰지는 몰라도 "가이드는 여행을 많이 해서 좋겠어요?"라는 말에 답변은 이렇게 되겠네요.
여행(은)을 많이 할 필요는 없었는데...
여행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이지만 여행한 사람들은 왜 여전히 부족을 느낄까?
혹시나 해서 적어둡니다. 이 글만 보고 저 말을 "여행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받아들이시면 안 됩니다.
여러분이 제가 한 말을 오해 없이 제가 생각한 의미로 느끼기 위해서, 부디 제가 여태까지 적은 "여행의 파편"을 모두 모으신다면 너무 좋겠습니다.
개인사가 포함되기에 적을 수 없었던 수많은 여행의 선택들이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파편 1,2,3에서 이야기 한 다른 장소에서 삶을 찾기 위한 방식의 떠남도 해 보았고, 파편 4,5,6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왜 세상이 이런가?, 다른 세상도 이럴까?라는 의문 또한 있었습니다. 7처럼 나만에 이상향을 찾기 위한 여행을 한 적도 있었고, 8처럼 다른 사람에게 투어를 판매도 해 보았습니다.
파편 9,10에 내용처럼 여행자뿐 아니라 같은 여행업분들과의 대화도 해보고 상품으로 보며 후기 같은 실적을 쌓은 적도 있고, 대다수의 여행을 판매하는 사람들의 염세적인 모습에 서로 다툰 적도 굉장히 많죠.
여행 많이 해서 좋은 거라면 왜 여행관계자들은 성장하지 못했을까?
또 나는 왜 성숙해지지 못했던 걸까?
여행의 가능성
그 이유를 확실하게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제가 할 수 있는 생각은 이렇습니다.
저는 여행의 흐름을 살펴보며 본질은 떠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흐름 속에서 지구의 모두에게 여행은 떠남으로부터 무언가를 추구하는 행동이었습니다.
그 흐름 중에 제가 생각하는 하나의 장면을 꼽아보자면 전 처음 인류가 떠남의 완성으로 정착한 순간을 떠올리게 됩니다.
가장 명확하고 확실한 떠남의 완성의 순간 그리고 떠나는 삶이었던 사람들이 떠남을 만들어낸 순간 말이죠.
정착 그 후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떠남이란 모두 무언가를 추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기에 여행의 본질인 떠남을 할까 안 할까에 대해서 말해본다면 저는 몬디홀 딜레마를 하나의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선택에 순간에는 다름에 대한 선택을 내리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요. 그것이 특히나 나 자신과 타인의 다름 또는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라면 더없이 좋겠죠.
몬디홀 딜레마
몬티 홀 문제(영어: Monty Hall problem)는 미국 TV 게임 쇼《거래를 합시다(Let's Make a Deal)에서 유래한 퍼즐이다. 퍼즐이름은 이 게임 쇼의 진행자 몬티 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퍼즐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 개의 문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문 뒤에 있는 선물을 가질 수 있는 게임쇼에 참가했다. 한 문 뒤에는 자동차가 있고, 나머지 두 문 뒤에는 염소가 있다. 이때 어떤 사람이 예를 들어 1번 문을 선택했을 때, 게임쇼 진행자는 3번 문을 열어 문뒤에 염소가 있음을 보여주면서 1번 대신 2번을 선택하겠냐고 물었다. 참가자가 자동차를 가지려 할 때 원래 선택했던 번호를 바꾸는 것이 유리할까?
이때 진행자는 자동차와 염소가 어떤 문에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진행자가 자동차가 있는 문을 여는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
(몬티 홀 문제의 딜레마적 상황: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바꾸지 않는다. 사회자가 염소가 있는 문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정답을 맞힐 확률이 3분의 1에서 2분의 1로 늘어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은 옳지 않다. 선택을 바꾸는 것이 자신이 처음에 한 선택을 유지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여행이란 행동의 함정
뭐.. 그렇습니다. 여행을 갈까, 안 갈까는 분명 개인의 선택이지만 만일 할 수 있다는 선택지가 여러분에게 있다면, 여행을 하는 것은 분명 안 하는 것보다 "더 유리한 선택"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유리한 선택 이전에 여러분이 꼭 생각해야 하는 점이 있습니다.
무엇을 추구하는 떠남인가?
전 글에서 저는 여행은 수단이라고 말하였습니다. 떠남으로써 여러분이 추구하는 무언가를 얻는 하나의 행동이라고 말이죠.
그러므로 애당초 어려 분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문을 여는 행동을 하는 건 의미가 없게 됩니다.
게다가 여행처럼 (몬디홀로 비교하면 문을 열 때) 행동을 할 때마다 큰 기회비용(돈, 시간, 체력 등)이 들어가는 행동에서는 "현실의 삶의 위험"도 같이 커지죠.
저는 그래서 다를 수 있지만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과정은 자신의 진로를 찾는 과정과 비슷하다
우리는 삶에서 정말 여러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공무원 공부를 하다가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상태, 혹은 많은 도전을 했음에도 자신의 직업을 찾지 못한 사람, 또는 예상치 못한 일을 해서 성공한 사람 등 말이죠.
누구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그 일을 시작하지 말았어야 된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여행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여행은 수단입니다.
당연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는 무엇을 하려고 하고 무엇을 얻고 싶은가에 대한 끝없는 질문입니다.
"소비주의로부터 태어난 여행이 가진 문제점"은 여러분이 여행을 환상으로 느끼고 나아지는 체험 혹은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어떤 상태이던 여행을 하면 나아진다 말하죠.
여행은 얼핏 여행지가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여러분은 정말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적성과, 진로를 수십 번 고민하고 도전하였는데 결국 내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을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도대체 왜 하는 능력은 성장하는데 허무해지는 걸까요?
하고 싶은 여행보다 해야 하는 여행으로, Homo viator
한 마리 새처럼 자유롭게 떠나는 삶, 혹은 새로운 장소에서 먹는 음식, 문화 등으로 여행을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여행에서 추구하고 싶은 고민 없는 여행은 결국 여러분의 돈, 시간, 체력, 기회를 낭비하는 하나의 함정이 됩니다.
"가이드는 여행 많이 해서 좋겠어요?"
좀 더 나를 알았다면 많이 할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에요...
<권영민 가이드>
정착 이후의 사람들이 떠남의 이유를 나와 "다름"에서 찾은 것처럼, 어렵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선 나를 먼저 알아야 함을, 그리고 항상 떠나기 전 내가 있는 장소가 무엇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것이 부족한지를 먼저 파악한 후, 그렇게 알게 된 나의 부족한 것들을 떠남을 통해 추구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더 다양하고 더 풍부해진 여행의 시대에
하고 싶은 여행이 아니라 해야 하는 여행을 찾으시기를 바랍니다.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훤히 밝혀 주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소설의 이론, Lukács György>
- 여미나 -
마무리
이 글을 쓰고 나니 속은 조금 후련한데 왠지 감정이 앞선 글이 된 것 같아 걱정이네요. 당연하지만 저는 여행의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더 나은 여행을 전달할 의무(모른다면 찾아낼 의무) 또한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글을 적어 보았습니다.
그렇기에 부디 제가 쓴 12가지의 떠남, 투어, 여행의 파편이 여행에 대한 환상이 있는 분들 혹은 많은 여행 후 허탈하신 분들 그리고 아직 여행을 하지 않은 여행자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부디 보시는 분들이 제 글에 불편한 점이 있었다면, 여행을 아끼는 마음에 제가 실수한 것으로 봐주시기를 그리고 오 여행을 이렇게 진지하게 전달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구먼 이라고 생각해 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다음부터는 더 가벼운 글을 써봐야겠네요.
2025.12.26 연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