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파편 11 변질된 여행의 의미

여행의 쓸모

by 여미나

안녕하세요. 여행자 여러분 여미나입니다.


이전 여행의 파편 9에서는 산업혁명을 통해 증기기차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화물을 운송하는 기차를 이용해서 투어를 만든 인류의 첫 여행사인 토마스 쿡, 쿡 트레블도 살펴보았죠.


여행의 파편 10에서는 산업화 도시화 이후사람들이 "다름"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고대의 떠남과 똑같은 이유로 더 나은 삶을 찾아 도시로 떠나간 사람들의 시대가 불과 얼마 전 있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그 떠남을 보면서 배워야 할 건 결코 더 먼 곳으로 떠나는 것이 여행이 아니고 나와 다름을 경험하고 나의 다름을 찾아내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라는 이야기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인류가 긴 시간 동안 떠남을 추구해 드디어 탄생된 여행이라는 문화의 이야기, 오늘은 제 지루하고 긴 글의 마지막 주제를 드디어 꺼내게 되었네요. 바로 "왜곡된 여행의 의미"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경험이 어떻게 나의 시야를 넓히고 내 인생을 바꾸었는가? 하는 낭만주의적 신화를 되풀이해서 듣는다. 다양성을 권하는 낭만주의는 소비지상주의와 꼭 들어맞는다. 양자의 결합은 현대 여행산업이 기반으로 하고 있는 무한한 경험의 시장을 탄생시켰다.

여행은 어떤 독립된 욕망을 반영한 것이라기보다 낭만주의적 소비지상주의에 대한 열렬한 믿음을 반영한 것이다. 유발 하라리(사피엔스)




여행의 파편 11 변질된 여행의 의미


소비주의로 탄생한 여행


소비주의(消費主義, 영어: consumerism)는 대량의 재화와 용역의 구입을 부추기는 사회경제적 변화이다. 산업혁명과 더불어, 특히 20세기대량생산과잉생산으로 이어져 상품의 공급이 소비자의 수요를 초과하면서 제조업체들은 계획적 구식화광고로 전향하여 소비자의 소비를 조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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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행사인 토마스 쿡 & 선 회사의 기차여행 광고 전단지, 최초의 크루즈인 Prinzessin Victoria Luise의 광고 전단지


전문가가 아닌 제가 소비주의를 심도 깊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여러분과 제가 소비주의가 여행을 탄생시켰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고 우리가 이야기를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 소비주의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선 여러분이 여행 계획에 있어 가장 먼저 구매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지금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그 계획에 변수가 없기에 순서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행을 계획하실 때 첫 번째로 구매해야 할 것은 교통입니다. 19세기에 버스표, 기차표, 비행기표와 같은 교통편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숙소, 식당, 오페라 티켓을 먼저 정하는 것은 교통 계획이 바뀔 시 여러분의 돈을 잃을 위험이 굉장히 높다고 할 수 있었죠.


투어의 시작이 증기 "기차"였듯이 여행에 있어 교통편은 그 무엇보다 우선 생각하게 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꼭 생각하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여행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교통편, 숙박, 식당을 운영하는 주체는 당연히 자본가 혹은 회사나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듯이 그들은 모두 이윤을 추구하죠.


떠남 대신 여행을 파는 기업들


기차, 선박, 비행기와 관련된 사업가, 자본가들 즉 기업들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첫 번째로 내세운 전략은 바로 광고였습니다. 그리고 초창기의 그들의 광고들은 더 좋은 상품의 품질에 대해 경쟁을 하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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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nzessin Victoria Luise 내부, Orient Express의 외관


그러나 그들은 품질에 대한 경쟁을 하는 것이 벌어들이는 이득에 비해서 손해라는 것을 곧 깨닫습니다.

그래서 품질을 파는 대신 더 효과적인 것을 팔기로 했죠 바로 사람들의 여행에 대한 동경 혹은 경험말이죠.



품질이 아니라 낭만과 경험을 팔자!


타 회사와 계속 경쟁하는 것보다, 돈을 들여서 품질을 올리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이 없을까?


그때부터 자본가와 기업이 집중한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어떤 감정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 사람들이 하고 싶어 하는 그것, 낭만과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그런 획기적인 단어가 필요했죠. 그리고 그들이 찾아낸 아주 효과적인 한 단어가 있었습니다.


그래 "여행"을 팔자!


그렇게 기업들은 어느 순간부터 상품이 아니라 여행을 홍보하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은 그들의 상품을 더 돋보이게 만들었고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변하게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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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를 판매하기 위해 시작한 미쉐린 가이드북, 소니 카메라 광고


미쉐린 가이드(Michelin Guide)는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출판하는 가이드북이다.

1889년에 앙드레 미슐랭에두아르 미슐랭 형제가 세운 타이어 회사인 미쉐린에서 1900년 창간한 책이며 1년마다 판을 바꾼다. 처음에는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안내서였으나 1926년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난 호텔에 별을 붙인 것이 '레드 가이드'의 시초이며, 식당까지 별을 붙이는 현재의 방식이 완성된 것은 1933년이다.


처음 이를 주도한 것은 전 시간에 기차를 언급하며 말했듯이 운송회사들이었습니다. 전 글에서 오리엔탈 열차와 최초의 크루즈 광고를 이미 보셨기에 이번엔 해외가 아니라 대표적인 우리나라의 항공사를 예시로 보시면 더 이해가 쉬우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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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하나가 된 아시아나 그리고 대한항공의 광고


우리가 파는 건 물건이 아닌 낭만과 경험(=여행)


여러분이 위 사진들로 알 수 있듯이 기업들의 품질대신 여행을 판매하는 전략은 너무나도 완벽히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여행이 아닌 여행에 대한 환상을 파는 광고들은 우리들의 여행을 왜곡시키기 시작합니다.






계획적 구식화(計劃的舊式化, planned obsolescence) 해당 개념은 제품의 사용 수명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거나 의도적으로 취약하게 설계하여, 일정 기간 후 제품이 점진적으로 기능을 상실하거나 갑작스럽게 작동을 멈추거나, 혹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인식되게끔 하는 정책 또는 설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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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적 구식화는 생산자가 최소한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을 때 가장 효과적인 경향이 있다. 해당 전략을 도입하기 전, 생산자는 소비자가 일정 수준의 브랜드 충성도를 가지고 향후 자신들의 제품을 다시 구매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전 이 부분을 불편하더라도 한번 얘기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에게 여행은 본질이 아니잖아요?

모두들 다시 예전처럼 여행이 아닌 품질을 파시면 좋겠어요....

tempImageVEiX47.heic 아시아나의 예전광고





여행의 파편 11 여행 경험을 주고, 가질 수 있다는 착각


왜곡된 여행의 대중화


왜곡된 여행 즉 우리가 우리에게 필요한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여행을 만드는 그 배경에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행에 대한 낭만과 동경의 마음의 영향 또한 존재합니다.


해야 하는 여행 vs 하고 싶은 여행


그리고 이런 마음을 파악하여 여러분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건 운송 기업뿐만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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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샤 슐츠(Patricia Schultz)의 1000 책과 영국의 출판사 Quintessence Editions Ltd.에서 만들어지는 1001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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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과 SNS의 여행


왜 그들은 사람을 자꾸 여행을 못하면 안 되는 마음을 조장하는가? 이건 좋은 여행을 전달해야 하는 가이드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여행이 기업과 낭만주의로 무너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네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여행이란 무엇인가요?


제 글을 처음부터 읽으신 분이라면 제가 비난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실 겁니다. 그러나 분명 우리는 "여행"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긴 시간 동안 우리는 글을 통해서 떠남, 투어, 여행이라는 단어들 그리고 그것을 추구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여행을 찾는 파편을 모아 왔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파편에서 우리는 지금처럼 여행이 절대적 다수의 기업과 타인에게 영향을 받는 시기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타인에게 영향을 받아 "이때가 아니면 언제 가나?" 또는 "거기는 한번 가봐야지"라는 생각을 가지신 적은요? 여행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해보지 못한 채 막연히 미디어에 휩쓸리지는 않았나요?

휴식과 낭만이라고 생각해서 돈과 시간만을 준비물로 생각하지는 않았나요?


tempImageWIVD7r.heic 출처 한국경제




나를 생각하는 여행이 필요할 때


불과 며칠 전 영국의 파업으로 여행을 망쳤다는 많은 여행자 분들의 글을 본 기억이 납니다. 또 가고 싶은데 돈과, 시간 등 여러 이유로 여행을 못 가 불행하다는 어떤 분의 글을 보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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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여러분은 제 글을 보면서 이보다 더 많이 여행이 왜곡된 경우를 생각해 내거나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전 한 명의 여행자이자 가이드로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여행은 수단이다


여행, 떠남은 역사에 있어서 목적으로 기능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처음 사람들이 떠났을 때부터 더 좋은 정착지를 찾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빛과, 가치 등 추구하는 목표를 위해, 타인의 다름을 배우기 위해 등 떠남은 여러분의 삶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우리는 이와 비슷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여러 가지 단어(공부, 운동, 취미 등)를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단어들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정말 다양하고 또 좋게도 나쁘게도 변할 수 있죠.


tempImageAKeqGe.heic 출처 매일경제


그렇기에 한 명의 여행자로서 또 때때로 여러분에게 여행을 전달하는 가이드로서 여러분이 꼭 자신에게 필요한 여행을 찾고 그런 여행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돈과 시간이 아닌 준비물을 좀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준비물을 챙기신다면 어디를 가시더라도 성숙한 멋진 여행을 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가이드 추천 여행 준비물


1. 나의 삶을 먼저 돌아볼 것

여행이 여러분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변화가 필요할 때 여행을 갔던 거죠. 그렇기에 조사를 하진 못했지만 행복한 순간의 여행만큼이나 감정적으로 힘든 순간에 오신 분들이 여행을 하며 다양한 의미를 발견하실 때가 상당히 많습니다. 치열하게 현실을 살수록 여행이 더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2. 여행 목적지의 다름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먼저 가져볼 것(언어, 역사, 관련 책, 영화, 음식, 종교, 등)

내가 살아온 곳과 다른 장소에 간다는 것은 나와 다른 시간대, 다른 화폐, 다른 종교, 다른 식사시간 등 다양한 다름을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지만 이해가 먼저 선행되지 않으면 다름은 불편과 짜증이 됩니다.


3. 하고 싶은 여행이 아니라 해야 할 여행을 생각해 볼 것, 굳이 먼 곳의 여행을 동경하지 말자

(새벽의 시장을 보는 것이 누군가에겐 치열한 열정을 주고, 일이 힘들 땐 휴양지를 가는 것이 활력소가 된다.)


부디 준비물 잘 챙기셔서 새로운 세상과 자신의 세상을 얻는 성숙한 시야를 가지실 수 있기를 또 자신의 문화와 다른 문화에 대한 다름의 가치에서 본인만의 새로운 가치를 만드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여행을 한 후, 스스로 지혜를 발견해야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



여기까지 11개의 여행의 파편을 모았네요.

하나하나의 파편 중 그 어떤 것이라도 여러분이 본인의 여행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다음 시간에 여행의 마지막 파편을 맞추어 보겠습니다.


-여미나-






참조


미쉐린 가이드(Michelin Guide)는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출판하는 가이드북이다. 프랑스어로는 '기드 미슐랭(프랑스어: Guide Michelin)'이라고 하며, 레스토랑 안내서를 따로 두고 '레드 가이드(Red Guide)'라는 별칭으로도 부른다. 영미권에서도 불어 이름인 미슐랭 가이드로 통칭하나, 한국에서는 미쉐린 코리아에 의해 미쉐린 가이드가 공식 명칭이 되었다. 1889년에 앙드레 미슐랭에두아르 미슐랭 형제가 세운 타이어 회사인 미쉐린에서 1900년 창간한 책이며 1년마다 판을 바꾼다. 처음에는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안내서였으나 1926년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난 호텔에 별을 붙인 것이 '레드 가이드'의 시초이며, 식당까지 별을 붙이는 현재의 방식이 완성된 것은 1933년이다. 이때부터 전문 심사원에 의한 암행 조사 방식을 취하였으며, 암행 심사원이 손님으로 가서 음식을 먹고 보고서를 작성하면 이를 근거로 심사원 합의에 의해 평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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