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의 파편 6 "가치"를 찾아 떠나다

상인들이 정립한 떠남의 기술

by 여미나


안녕하세요. 여행자 여러분 여미나입니다.


이번 글은 "정착 후 왜 또다시 떠나가는가?"라는 이유를 생각해 보기 위한 두 번째 글입니다.


전 시간에는 인류가 처음으로 떠남을 이용해서 얻은 정착의 삶 그리고 정착 후 태어난 후손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수렵 채집보다는 위험이 적고 안전한 정착의 삶이 시작되었다면 당연히 더 이상 사람은 떠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그 후손들은 또 다른 떠남의 이유를 발견합니다.


그 중요한 이유였던 "다름의 가치", 이전의 선조가 떠남으로 추구한 식량과 원자재가 아니라 정착 후에 인간이 만들어낸 서로의 다름의 가치 첫 번째로 우리는 "빛"(지식, 지혜, 종교, 깨달음 등)을 목표로 떠났습니다.


이번에는 두 번째 다름의 가치를 알아볼 시간입니다. 빛과 같은 내적 가치를 추구하여 여행, 떠남을 추구한 사람들이 있었다면 당연히 외적(물질적) 목표를 추구한 사람들도 있었을 겁니다. 오늘 글에서는 정착 후서로 달라진 사람들의 외적(물질적) 가치가 어떻게 사람들을 다시 떠나게 하는지에 대해 적어 보겠습니다.


tempImage1OWr2O.heic Angling in the 1st century CE. Villa of the Nile Mosaic, Lepcis Magna, Tripoli National Museum.


배고픔은 아마도 인간이 처음 배를 만든 이유였을 것이다. <무역의 세계사>




떠남의 파편 6 : 다름의 외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


정착 이후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게 달라진 것은 원자재의 사용법일 것입니다. 작게는 사냥할 도구를 만드는 것으로부터 옷, 배, 집, 가구, 놀이도구 등 다양한 물건들이 정착 후 필요와 창의력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부족하거나 해결되지 않는 일은 항상 생기기 마련입니다. 내가 태어난 장소의 고유한 자원을 사용하고 문화를 발전시켰음에도 내가 정착한 장소에서는 없거나 희귀한 원재료, 내가 있는 문화에서는 필요성이 달라서 혹은 삶의 방식이 달라 만들어지지 못한 물건 같은 경우에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죠.


R1280x0.png 로버트 루트번스타인, 미셸 M. 루트 번스타인


어떤 정서나 생각, 자료를 변형하는 일은 결코 서로 동일해질 수 없기 때문에 변형과정은 클레의 경우처럼 예기치 않는 발견을 낳을 수 있다. 그 결과 변형적 사고는 숱한 창조적 인물들이 의식적으로 채택하는 전략이 되고 있다. <생각의 탄생>


정착한 장소의 환경 문화 그리고 수많은 이유로 달라진 사람 그리고 선조들에게 후손들이 "당신은 왜 더 창조적이고 좋은 생각을 하지 못했냐고 물어보는 것은 매우 무의미한 일"일 것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아는 것" 제가 항상 막힐 때면 하는 이 생각을 한번 해보면 답은 아주 단순합니다. 내가 있는 장소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면 타인의 장소에서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요? 나와 다른 환경과 문화의 사람에게는 이 문제는 다를 수 있잖아요?



나와 다른 사람 혹은 장소의 물질적인 다름의 가치


적고 나니 앞서 얘기한 "빛"(지식과 지혜 또는 영적인 가치)을 떠남을 통해 추구한 사람들에 비교했을 때, 이번의 가치를 보면 어떤 분에게는 이런 물질적 가치가 조금은 세속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람의 부족함은 절반은 내적, 절반은 외적이라는 당연한 말처럼 이전의 사람들이 부족함의 절반의 이유라고 할 수 있는 "외적 요소를 채우고자 떠난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나와 다른 지역, 다른 사람의 물질적 가치는 어떤 방식으로 손에 넣을 수 있을까요?


거래 혹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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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zig in the 17th century / Battle of Gibraltar of 1607


떠남의 파편 1의 글에서 여행의 본래 의미 "전쟁을 하기 위한 병사들이 전장으로 떠나는 것"이었다는 걸 기억하신다면 전쟁 또한 떠남의 이유로 다루어 볼 수 있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전쟁을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전쟁은 떠남의 목적은 될 수 있지만 다름을 부정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서로 다른 환경과 다른 문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상대를 굴복시키고 하나의 진리를 세워서가 아니고 상대의 다름을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역사 속 전투 또는 전쟁은 나쁜 것이고 그것은 알아볼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투보다 다름을 이용하는 게 효과적이란 이야기를 드리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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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긴장과 분쟁과 해결 불가능한 딜레마가 모든 문화의 향신료라면, 어떤 문화에 속한 인간이든 누구나 상반되는 신념을 지닐 것이며 서로 상충하는 가치에 의해 찢길 것이다. 이것은 모든 문화에 공통되는 핵심적 측면이기 때문에, 별도의 이름까지 있다. 인지 부조화다. 인지부조화는 흔히 인간 정신의 실패로 여겨진다. 하지만 사실 그것은 핵심 자산이다. 만일 사람들에게 "모순되는 신념과 가치를 품을 능력이 없었다면", 인간의 문화 자체를 건설하고 유지하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피엔스>



협력, 교환, 거래를 위해 떠난 사람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상대의 다름을 인정한 상태로 상대와 나 상호 간의 다름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죠. 그 방법은 다양한 이름으로 부를 수 있겠습니다. 협력, 교환, 교역, 거래 등이 되겠네요.


인류의 정착 이후에 알게 된 각 지역마다 환경과 자원 그리고 생각마저 달라졌다는 것은 서로 다름을 못 견디고 전쟁을 할 수도 있는 요소일 수 있지만 그전에 먼저 서로 협력, 교환, 거래를 해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런 소통을 함으로써 인간은 내가 있는 장소와 다른 장소의 가치를 비교하는 능력을 키웠을 겁니다.




이 지역에 접근한 카르타고인들은 싣고 온 물건을 내리고 해변가에 가지런히 늘어놓은 다음 배로 돌아가 연기를 피웠다. 연기를 본 원주민들은 해변으로 다가가 물건 값에 해당하는 금을 바닥에 놓고 자리를 피했다. 그러면 카르타고인들이 다시 현변에 접근하여 금을 살폈다. 금의 양이 물건값으로 적절해 보이면 가지고 떠났지만, 못 미친다고 생각하면 다시 배로 돌아가 기다렸다. 원주민은 상대가 만족할 때까지 금을 추가했다. 양쪽은 철저하게 정직한 태도로 거래에 임했다. 카르타고인들은 물건 값에 만족하기 전까지 절대로 금에 손을 대지 않았으며, 원주민 역시 카르타고인들이 금을 가져가기 전까지 물건을 만지지 않았다.

<Ἡρόδοτος ὁ Ἁλικαρνασσεύς 헤로도토스 호 할리카르나세우스(기원전 484년?), 침묵 교역>


tempImagexQdJxG.heic Scandinavian and Russian traders bartering their wares. Olaus Magnus, 1555


아마 처음으로 인류의 교역을 묘사한 이 이야기는 정착 후 서로의 수많이 달라진 점들(언어, 풍습, 문화, 옷, 집, 사고방식 등)을 넘어 우리가 어떻게 상대의 "다름을 존중하며 가치를 비교"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런 다름의 가치 추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긴 시간 세계 각지에서 서로에게 부족함이 생길 때마다(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식량, 장소에 따라 다른 사냥과 채집을 위한 도구, 지도자를 위한 사치품 등) 계속해서 반복되는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여태 알아본 것처럼 어떤 행동이 반복된다는 것은 당연하게도 그 행동을 표현할 수 있는 말과 그 행동을 하는 사람을 부르는 특정한 단어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역과 상인


무역, 상업, 상인이라는 단어의 유래


잠깐 "무역"과 "상인"이라는 단어를 알아보고 가죠. 이 단어는 여행과 떠남의 밀접한 관련을 보여줍니다.




동양에서 사용하는 ‘무역’은 고대 중국의 고서인 ‘사기’(史記)에 기록된 ‘以物相貿易’(이물상무역)에서 유래한 것으로 봅니다. 여기서 ‘무(貿)’와 ‘역(易)’은 모두 매매, 즉 사고파는 것이나 교환을 의미하죠.

출처 : 어린이 경제신문(https://www.econoi.com)


tempImagekqjCV6.heic 무역의 어원, 위키백과


무역은 길, 경로(track, course, way)에서 유래한 글로 한자를 사용하는 상인들에 의해 영어로 도입되었다. 상업은 (trado, track, tredan, 밟다)에서 유래되었을 것으로 본다.





tempImageeMPLXW.heic 상인의 어원, 위키백과

상인은 (marchant, marchaunt)에서 유래되었으며 그 뜻은 무역, 교통, 거래하다에서 유래한다.


여기까지만 읽어보아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러니까 무역, 상업, 상인 등은 단어의 어원 자체가 이미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영어 단어로 구성되어 있네요. (트랙 track, 코스 course, 웨이 way, 트리단 tredan)


그리고 저 여러 가지 단어의 뜻은 모든 여행자 분들이 이미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고 있기에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두 "길"과 관련한 단어이죠.


즉 조금만 의미를 생각해 보면 무역이라는 행동과 상인이라는 직업은 "땅을 딛고 길을 떠나는 사람 혹은 행동"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다름의 가치를 계산하는 행동 = 무역
다름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 = 상인


그리고 이런 "무역"이라는 행동과 "상인"이라는 직업이 탄생된 배경에는 "다름의 가치"가 있었죠. 그럼 나와 타인의 다름을 이해할 수 있고 서로 가진 가치를 비교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예 계속되는 주제이죠. "떠남"입니다.




상인이 추구한 떠남의 가치



수메르, 아카드,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등 위대한 메소포타미아 민족들의 명운은 식량 잉여분을 오만과 시나이의 금속, 아나톨리아와 페르시아의 화강암과 대리석, 레바논의 목재와 어떻게 교환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William J. Bernstein, 무역의 세계사>


상인들의 떠남은 다름의 가치를 목표로 하였기에 아무래도 전 시간의 "빛"(지식, 지혜, 종교 등)를 얻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들은 추상적인 가치가 아닌 명확한 가치를 추구했죠.


상인들은 나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다름의 가치를 저울질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서로에게 다르게 적용된 가치를 어떻게 하면 내게 더 극대화시킬 수 있을지가 중요했죠.


서유럽에서는 양귀비가 작물화되었고, 이집트에서는 수박이 작물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가축과 농작물이 전해진 뒤에서는 역시 비옥한 초승달 지대나 그 부근에서 생겨난 발명품들도 따라왔다. 그 속에는 바퀴, 문자, 금속기술, 젖 짜기, 과실수, 맥주와 포도주 제조 기술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총, 균, 쇠>


SE-AEDF3C04-00E6-4046-9392-7C18E1852287.png?type=w773 Treasure Rooms of Pompeii Ruins마우로 피오레세 2015
tempImageW8ahWw.heic 암포라의 어원, 위키백과


tempImage28den9.heic 폼페이를 설명하는 여미나 가이드 (By 여행자님 감사)


예시로, 제가 자주 설명하곤 한 로마와 폼페이 유적을 보면 유적에는 수많은 암포라(앰플 ampoule, ampul, ampule)가 존재합니다. 지금도 유럽에서 사용하는 이 토기는 한국의 김장독 같은 용도로서 주로 절인 올리브, 와인 등을 저장하고 배송이 가능하게 한 보관 그리고 판매용 그릇입니다.


이 그릇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무역이 얼마나 성행하였고, 상인들이 얼마나 많은 장소를 다녔는지에 대한 좋은 증거입니다. 작물이 생산된 곳, 그리고 환경적으로 수확이 더 나은 곳으로 옮겨 심어 진 곳, 그리고 가공되어 만들어진 곳, 배달된 곳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가지고 있죠. (흙의 성분으로 토기 장인의 손에 만들어진 곳까지)


상인들은 이런 물건(특산물)들을 가장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 수없이 판매하였습니다. 그들이 취급한 것은 물건이 아닌 것도 존재했었죠.(특산물, 희귀한 모종, 귀중품, 그리스인 교사, 노예 등)


그리고 이렇게 무역을 위해 반복적으로 떠나는 행동은 상인을 떠남의 전문가로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상인들은 경쟁자를 이기기 위해, 더 많은 부를 위해 떠남에 있어서 두 가지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죠.



누구보다 먼저, 더 멀리





떠남의 파편 6 : 상인들이 정립한 떠남의 기술


상인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떠남의 기술은 떠나서 다시 내가 정착한 곳으로 돌아오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또 이들의 떠남은 그 가치를 정확히 환산할 수 있는 것이었기에 더 효율적인 복귀도 필요했죠.


SE-5BCEDD13-33AF-4614-904B-483D13A0C42C.png?type=w773 Trading between Dutch and Khoikhoi(코이코이 족과 네덜란드 상인의 무역)


(준비 자금, 체력, 시간, 위험 등 ) 많은 자원을 소비하는 떠남이 더 효율적일 수 있도록 그리고 반복해서 그 장소를 여러 번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수많은 떠남이 떠남의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짐마차, 배, 노숙과 야영, 여관, 민박, 파오, 식당, 자동차, 기차, 등)


tempImagew36Cxu.heic 마르코 폴로, Marco Polo's caravan on the Silk Road, 1380
SE-BEFB8A2F-2E5B-4686-8605-5743F96126F9.png?type=w773 Camel약 690-750 (쌍봉낙타, 실크로드의 대부분인 험난한 사막 지형에서 무거운 짐을 싣는 데 선호, 낙타 모형은 당나라 귀족과 관리들의 장례용 도자기로 활용됨)


이런 기술들을 발전시키고 이용함으로써, 처음에는 내가 사는 지역을 기준으로 근처 다른 민족이 사는 마을까지를 가던 상인들의 떠남이 시간이 갈수록 더 멀리 더 먼저 가야 하는 경쟁으로 변하는 것은 금방이었습니다.


그리고 더 멀리 더 먼저 가기 위해서는 그만큼 준비해야 할 것도 발전시켜야 할 기술 또한 한두 가지가 아니었죠. (우리가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을 갈 때 준비하는 물건이 다른 것처럼요.)



더 먼저 남이 가보지 않은 곳으로


SE-0A19B30A-C423-4249-95E3-17019621807F.png?type=w773 Unloading of Goods: Voyage to Calicut Series 투르네 워크숍, 벨기에 1504 (바스코 다 가마가 향신료와 약을 가지고 돌아온 것을 기념함)


그리고 이런 상인들이 발전시킨 수많은 떠남의 기술들은 지금 우리의 떠남에서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이후의 떠남은 계속해서 이 상인들이 주도하게 되죠. 그렇기에 더 알아보아도 좋겠지만, 일단 여기서 떠남을 추구한 두 가지의 유형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이쯤이면 충분히 여러분이 여섯 번째 파편인 가치에 대해 각자 생각을 해 보셨을 거라 생각되거든요.


부디 오늘도 이 글을 통해 처음 내적인 "빛"을 추구한 사람들의 떠남, 그리고 "가치"를 추구한 사람들의 떠남을 비교해 보셨기를, 그리고 여행자 여러분 자신 스스로 "내가 떠나는 이유는?" 혹은 "내가 떠남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뭘까?" 같은 질문의 의미를 찾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다음 시간엔 빛과 가치를 추구한 모두의 "이상향"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상향이 우리의 마지막 "떠남"의 파편이 되겠네요.


- 여미나-








추신: 글을 쓰기 위해 폼페이 사진을 넣다 생각해 보니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제 투어 들으신 여행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저와 만났을 때 제가 더 좋은 이야기를 못 해 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다음에 혹여 오신다면 만날 기회가 있다면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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