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치앙마이 여행
2026년 2월 18일 수요일
오늘은 빨래를 맡길 겸 낮잠은 생략하고 이른 외출을 해보기로 한다. 가까운 세탁소 다 두고 부러 멀리 있는 (가장 좋아하는) 세탁소까지 가서 옷을 맡기고, 자주 찾는 (야외석에서 흡연이 가능한) 커피숍에 또 한참을 걸어갔는데 오늘 정기휴무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애초부터 목적지는 다른 곳이었던 것 마냥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으로 들어간다.
여기까지 썼는데 너무 졸린걸...
2026년 2월 19일 목요일
딱 저기까지 쓰고 자버렸다. 어제 무엇에 대해서 쓰려고 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세탁소에 관해서 쓰려고 했었나... 싶지만 정확하지 않으므로 패스. 오늘은 숙소에 대해서 기록해 둬야지.
느지막하게 조식을 먹고 잠깐 낮잠에 들었는데 전화가 울린다. 통화가 되는 이심을 구입해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번호는 어지간하면 받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한국에서도 동일한 습관이다) 무시했는데, 같은 번호로 연달아 세 통 즈음 울리니 어쩐지 촉이 발동한다. 아, 이건 받아야 하는구나. 깨끗하지 못한 통화음질로 '아고다 고객센터입니다' 인사말에 숙소에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몇 번의 통화 몇 통의 이메일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면, 내일 옮겨가야 할 숙소가 무슨 일인지 예약이 오버됐고, 괜찮다면 근처 다른 숙소 대체를 제안하고 있으나, 그곳을 원하지 않는다면 아고다 본사 차원에서 다른 숙소를 지원하거나 혹은 전액 무료취소와 함께 10% 쿠폰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명절 기간이라 지원할 수 있는 숙소가 없으므로 후자만 가능하다. 내일 당장이라 다시 숙소 찾기도 귀찮고 캔슬한 숙소 쪽에서 제안한 숙소를 검색해 보니 나쁘지 않아서 도미토리가 아닌 온전히 혼자 묵는 방이라면 상관없다는 전제 하에 갑작스럽게 숙소를 변경하는 이슈가 발생했다. (그치만 조식은 원래 숙소에 와서 먹으란다 아주 흥미진진한 걸?)
대체로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즐겨 찾는 편이고, 국내와 국외 모두 아고다를 즐겨 쓰는 편인데, 요건 또 아주 새로운 경험이다. 숙소가 오버부킹될 수도 있구나. 아고다가 은근히 악명이 높은 것이 비해 운이 좋았던 건지 지금까지 딱히 불편함 없이 쓰고 있다. 한창 예약 날짜가 갑자기 제멋대로 바뀌는 오류가 있다고 시끄러웠던 적도 있고, 가격이 검색할수록 오르거나 접속 매체에 따라 다르다는 평도 있지만(이건 사실이긴 하다), 이 정도 대응이면 엄청 훌륭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듯. 예스, 쏘쏘.
문득 숙소 예약을 실수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태국 장기 여행을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무 생각 없이 숙소와 숙소 사이의 하루를 간과한 적이 있다. 19일에 체크아웃을 했으면 다음 숙소도 19일에 체크인으로 예약을 해야 하는데, 20일 체크인으로 예약을 하는 식이다. 그전까지 그런 실수를 한 적이 없었고, 나는 19일에 체크인으로 예약했다고 아주 당당하게 기억을 하고 있었는데, 호텔 데스크에서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유어 레저베이션 이스 투모로우' 오호라 세상에. 짝꿍과 함께 하루 묵을 숙소를 급하게 찾으며 어찌나 (어이가 털려서) 웃었던지, 지금 생각해 보면 둘 다 그런 일에 짜증내거나 화내는 성격이 아니라 다행이다.
간당간당 화를 낼 뻔한 적도 있었다. (물론 내 쪽에서) 이것도 꽤 오래 전의 기억인데, 아직 치앙마이의 지리 감각이 넉넉하지 않을 때 저렴한 가격만 보고 예약했던 숙소가 있었다. 아마 방콕에서 기차를 타고, 새벽 즈음 치앙마이역에 도착해, 썽태우를 타고 타패에 내려서, 커피 한잔하고 걸어가 보자! 했던 것 같은데 웬걸. 숙소가 걸어가기엔 너무너무 멀었다. 구글 지도에서는 꽤 가까워 보였는데 막상 걸어가려고 하니 두어 시간은 걸리는 거리였다. (미리 여행 준비와 검색 따위는 잘 안 하는 내 탓이지 뭐) 이제 생각해 보면 그랩을 부르거나 지나가던 썽태우나 툭툭이를 탔으면 됐을 것을 (그런데 아마 지도 보더니 썽태우가 안 간다고 했던 것 같기도) 미련하게 땡볕 아래를 꾸역꾸역 걸어가다 체력적으로 힘들어지니 괜스레 짝꿍한테 짜증을 내버릴 것만 같은 위태위태한 상태였달까.
한 달에 13만 원으로 묵었던 백패커 숙소도 있었다. 숙소는 낡았지만 방 안에 화장실이 있었고, 무엇보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현지인 슈퍼를 좋아했다. 매일 저녁 병맥주와 간식을 구매하며 사장님한테 태국어로 숫자 세는 법을 배웠다. 침대 스프링이 낡은 탓에 짝꿍이 허리를 삐끗하고 환자처럼 누워만 지내야 했던 곳도 있었고, 방콕 돈므앙 공항 뒤쪽으로 괜히 살벌하게 느껴지는 현지인 동네에서 하루만 거쳐갔던 숙소도 있었다. 굉장히 호화로운 호텔도 여러 곳 묵었는데 유독 힘들었던 숙소들은 낭만적인 포장지로 각인되어 있다. 아주 희한하게도 말이지.
앞으로 두 곳의 숙소가 남았다. 이번 여행 숙소들은 어떤 포장지로 싸이려나. 음... 딱히 각인되지 않아도 괜찮으니 적당하길 바라며, 이번 숙소의 마지막 밤은 망고에 홍통 맥주를 마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