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5

2026년 2월, 치앙마이 여행

by 파종모종

2026년 2월 21일 토요일


퐁당퐁당이지만 아직 일기를 쓰고 있다니 나름 만족스럽다. 어렸을 때, 특히 방학 숙제로 필수인 일기를 너무 쓰기 싫어서 시집을 뒤져 자주 필사해놓곤 했다. (시를 좋아했다기보다는 짧게 쓸 수 있어서 선호했을 뿐 나는 여전히 시라는 장르가 어렵다) 그러면 선생님도 혼내지 않았고 (이유는 여전히 모르겠으나 그냥 뭐... 성의를 보신 걸까) 나도 딱히 싫은 시간을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그리고 필사는 여전히 좋아한다. 그냥 필사 자체를 좋아했을지도.


오늘의 일기에는 무얼 써볼까. 우선, 예기치 못하게 옮긴 숙소라면 나쁘지 않다. 타패 게이트 근처라 위치가 기가 막히고, 벽과 가구가 굉장히 컬러풀하고, 화장실이 습하지 않아서 쾌적하다. 개별 발코니에 작은 의자가 있어 아침에 잠시 멍 때리기 좋고, 침대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 작지만 깨끗한 수영장이 있고(수영복을 안 가져와서 아쉽게도 이용할 수 없지만), 밤 10시면 전체 문이 잠기는 시스템이라 적당한 안전감도 준다. 한국인보다는 나이 지극한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느낌의 숙소랄까.


아침에 일어나 조식 먹으러 100미터 정도 떨어진 원래 숙소에 터덜터덜 걸어갔는데, 마치 어렸을 때 친구집 가서 밥 먹는 기분이다. 이웃집 아줌마가 반겨주고, 무얼 먹을 거냐고 물어보고, 빠르게 상을 차려주고, 편하게 먹고 가라고 자리를 비켜주는 그런 추억 돋는 기분.


오늘은 뭘 기록해두어야 할까 하다가 '물가'에 대해서 적어둬야지 결정한다. 워낙 금전 감각이 떨어지고 계산도 느린 편이라 해외에서 그때그때 야무지게 머리를 돌리지 못한다. 며칠 지내다 보면 대충 현지 얼마가 한국돈 얼마의 느낌이려나 생각하는 수준이다. 예를 들면 태국 100바트가 대충 한국에서 1만 원 정도의 느낌이구나. 혹은 베트남 10만 동이 대충 한국에서 1만 원 정도의 느낌인가 하는 식이다. 개인적으로 따뜻한 나라를 좋아하는 탓에 태국과 베트남을 유독 자주 찾고, 특히 한국보다 물가가 저렴하다는 게 굉장히 매력이기도 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고개를 자꾸만 갸웃거리게 된다.


해외여행에서 신용카드보다는 현금 지출을 선호하는데 최근 태국은 QR 결제 시스템이 아주 잘 구축되어 있어서 점점 GLN 결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계좌를 연결해 놓고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충전하는 식인데, 바로바로 한국 돈으로 얼마인지 확인 가능해서 생각보다 큰 금액에 놀랄 때가 잦다. 물론 원화 가치가 하락하기도 했고, 태국 물가가 오른 탓도 있지만, 최근 베트남을 자주 가서 그런지 비교적 확실히 '저렴하다'의 느낌은 아니다.


교토 % 커피가 원님만에 생겼잖아? 반가운 마음에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 145바트 결제하니 6,885원, 오랜만에 풀코스로 오일 마사지를 받아야겠다 마음먹고 2시간 1,580바트 결제하니 75,510원. 물론 둘 다 애초부터 비싼 가게를 찾은 내 선택이고, 훨씬 가성비 좋은 금액대의 가게들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번 여행에서는 지출 금액에 눈이 가게 된다. 굳이 따지자면 그래도 한국보다는 저렴한 물가지만, 짧고 강렬한 여행이 아닌 장기 여행을 하는 입장에서는 지갑을 열기 전에 잠시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고 싶은 거 안 사고 먹고 싶은 거 안 먹고 꾹 참은 것도 아니지만, 새삼 금전 감각이 자라나고 있으므로 출국하기 전까지 풀마사지는 금지(발 마사지는 한 번 받아도 되겠지), 식당 가서 욕심 부려서 다 먹지도 못할 여러 메뉴 주문 금지(나이 들어서 떨어진 소화력도 생각해야지), 내일 선데이마켓 가서 쓸데없이 혹해서 하는 쇼핑 금지(과연).







IMG_6486.HEIC 원님만에 새로 생긴 (비싸서 이제 안 갈래) 응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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