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6

2026년 2월, 치앙마이 여행

by 파종모종

2026년 2월 23일 월요일


곧 한국으로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 때 분명 배낭 가방 하나였고, 딱히 무얼 산 게 없는데, 아주 미묘하게 가방 여백이 빠듯하다. 그래서 적당한 가방을 하나 사기로 했다. 너무 비싸지 않고, 저렴할수록 좋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또 쓸 수 있는 스타일이면 좋겠는 적당함. 마침 어제 선데이마켓이라 출동했는데, 타패 게이트 신호를 건너자마자 후회했다. '아, 맞아 이런 인파였어' 깨닫는 순간 만원 지하철 휩쓸리듯 인파에 파묻히게 된다.


그래도 나름 태국을, 치앙마이를 여러 번 와봤다고 선데이 마켓의 구조가 익숙한 덕에 가방이 있을만한 포인트를 잘 찾았고 적절해 보이는 녀석으로 구매까지 잘 마쳤다. 중간중간 쓸데없는 구매욕이 발동하긴 했으나 (예를 들면 옷 같은 것...? 옷이 쓸데없다기보다 나는 현재 옷을 구입하지 않는 시도를 지속 중이다) 아주 훌륭하게 참아냈고, 마켓 끄트머리에 가서 라임 꿀 주스로 원기를 회복한 다음, 삼왕상 광장으로 노선을 바꾼 덕에 느긋하게 숙소로 돌아왔다.


잠시 코로나19로 주춤하긴 했지만 선데이 마켓은 여전히 사람이 많고, 또 사람이 많고, 역시나 사람이 많다. 크게 변하지 않는 물건들과 부스들을 보면서 이제는 소위 눈 돌아가는 쇼핑을 하지 않지만, 처음 마켓을 마주했을 때는 정말 경이로웠달까. 뭔가 엉성한 것 같으면서도 나름 체계 있게 구축되어 있는 시스템을 보자면 신기할 따름이다. 예전보다 빈티지 부스나 예술가 파트들이 줄어들어 아쉽지만 (이것은 빠이 시내 야시장에서도 느낄 수 있는 비슷한 아쉬움이다 물론 외곽 놀이터 쪽 마켓이 새로 생겼지만) 여전히 선데이 마켓은 사이즈부터 웅장하고 에너지도 활기차다.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세계 온 나라 민족이 함께 시장 구경을 하는 기분이다.


올해 삼왕상 광장에는 (지난 방문에서는 보지 못했던) 드넓은 돗자리가 세팅되어 있다. 맞은편 사진박물관 쪽 무대가 세팅되어 공연을 볼 수도, 쉴 수도 있는 공간으로 보인다. 광장 한켠에서 교복 입은 쪼꼬미 시절부터 기타 연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던 여학생 듀엣도 여전히 공연 중이고 (심지어 이제 제법 커버렸어... 더 이상 수줍어하며 노래 부르던 쪼꼬미가 아님...) 마침 사진박물관 앞 무대에서 여학생 그룹이 i-dle(아이들)의 LION을 커버하는 무대에 환호하는 관객을 바라보며 새삼 묘한 기분이 든다. 문화라는 건 정말 강력하구나. 물론, 태국은 그 어느 민족보다 흥이 많고 음악에 일가견이 있다는 개인적인 판단도 있다.


태국은 마켓(야시장)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앙마이만 해도 올드타운의 선데이 마켓, 남쪽으로 토요일 마켓, 원님만 쪽 화이트 마켓, 너머 북쪽으로 찡짜이 마켓, 외곽으로 참차 마켓, 코코넛 마켓 외에도 나이트바자나 반캉왓을 비롯해 크고 작은 마켓들이 골목 사이사이로 셀 수 없이 열린다. 관광객을 겨냥한 의도적인 문화라기보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자체적인 문화인데 외국인이 열광하니까 더 포인트가 된 게 아닐까 싶다. 마켓과 시장이 강력한 나라. 괜히 방콕 아이콘시암의 쑥시암이 유명한 게 아닐 게다.


다른 아시아권 마켓도 여러 곳 가봤지만 아직까지는 선데이 마켓이 가장 강렬한 탓에 누군가 치앙마이를 여행한다고 하면 올드타운에서 주말을 보내길 권하는 편이다. (물론 사람 많은 걸 매우 괴로워하는 나는 어지간하면 가지 않지만) 이제 곧 2월 건기가 끝나고, 송크란이 열리는 초여름 건기가 지나면, 5월부터 우기가 시작된다. (개인적으로 6, 7월의 태국을 좋아하지만) 여행하기 가장 좋은 건기의 끝자락에 치앙마이를 한껏 부대끼고 가야지. 아... 이제 곧 가야 돼... (가기 싫어)







IMG_6937.HEIC (선데이마켓과 달리 아주 여유로웠던) 치앙마이 시립예술센터 앞 삼왕상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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