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4- 인성평가는 얼마나 중요할까요?
직장생활을 짧지 않게 하다 보니 여러 친구들과 일할 기회가 있었다. 각기 다른 성향의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할 수 있었던 기회는 나의 의식의 확장하는 데에 참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함께 했던 대부분의 친구들은 지금까지(어쩌면 시간이 지나니 더욱) 마음속에 고마운 사람들로 새겨져 있다. 근데 모두가 그런 감정으로 남아있는 것은 아니다. 그중 몇몇은 나를 깊은 고민에 빠뜨리기도 했다.
보험사에서 세일즈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론칭했을 때였다. 한 달에 10여 개의 교육 과정을 여러 장소에서 나눠서 운영했기 때문에 팀원들이 각자 몇 개의 과정씩 나눠서 운영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일을 했다.
교육 과정이 늘어나면서 팀에 일손이 부족해졌고, 회사를 어렵게 설득해서 계약직 신입직원을 교육 운영자로 한 명 채용했다. 그 친구가 A씨였다. 당시에는 정규직 채용 자리가 없어서 일단 6개월 계약으로 뽑고, 그 이후에 정규직 전환을 해주는 플랜이었다. 내가 직접 면접해서 뽑은 직원이라 책임감도 많이 느꼈다. 같이 일해보니 업무 처리 속도가 빠르고 필요한 자료도 척척 찾아오는 똑똑이여서, 무언가 리서치가 필요할 때는 머릿속에 자동으로 이 친구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아~참 잘 뽑았어' 뿌듯해하기도 했다.)
일정 기간 트레이닝 후에 이 친구 단독으로 교육 과정을 운영하도록 업무를 맡겼다. 얼마간은 참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커뮤니케이션도 센스 있게 잘하는 친구여서, 교육 오프닝부터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혼자 잘 처리했다.
맡겨 놓고 몇 차수 지났을 때였다. 전화가 울렸다.
"저 오늘 강의 진행하는 OOO 교순데요, 교육장 문이 잠겨 있어요. 담당자 OOO 씨는 연락이 안 되네요. 여기 교육생분들 다 못 들어가고 기다리고 있어요"
시계를 보니 8시 50분이었다. 교육은 9시부터 시작이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당장 그쪽 교육장으로 갈 수 있는 다른 팀원을 보내 놓고, A씨에게 연락을 해보기 시작했다. 전화가 꺼져 있었다. 무슨 사고라도 난 걸까봐 얼마나 마음이 쪼그라들었는지 모른다. 점심시간이 다 돼서 휴대폰이 울렸다.
"과장님, 몸이 아파서 약을 먹고 잤는데 전화기가 꺼진 줄도 몰랐네요. 눈 떠보니 지금이라 놀라서 전화드립니다. 죄송합니다"
갖은 상상을 하며 걱정했던지라 전화된 것으로도 안도가 되었다. 지금은 괜찮냐고, 아픈 데 푹 쉬고 내일 나오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 이후로는 어땠을까? 아무 일이 없었다면 이 글을 안 쓰고 있지 않을까. 그런 일이 있은 후에도 A씨는 여러 번 또 같은 방식으로 교육 운영을 펑크 냈다. 그때마다 사유는 비슷했다. 집안이나 건강에 무슨 말 못 할 사정이 있나 싶어 면담도 숱하게 하고, 여러 다른 방법도 함께 써봤지만 지속적으로 이런 일이 있어 났다. 결국은 당시 나의 상사도 이 사실을 알게 돼서, 정규직 전환 시점에 계속 이 친구랑 함께 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났다.
벌써 족히 8년은 된 일인데 아직도 생각하면 속이 쓰리다. 그 친구를 내가 잘 코칭하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도 많이 했다. 이런 일을 겪고 나서 다른 직원을 채용할 때는 어떻게 될까? 다른 거 다 일단 제쳐두고라도 '책임감'이 얼마나 있는지부터 챙겨보려고 하지 않을까? 직원의 일하는 태도에 관해서 사실 내가 말한 이야기보다 훨씬 더 놀랄 일들이 회사에선 참 많이 일어난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기업은 이런 공포를 가질 수밖에 없다. 내가 뽑은 직원이 '이상한 사람이면 어쩌나' 하는.
지난 글에서 지원자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하는 요소 3가지(직무적합성/조직적합성/동기적합성)을 소개했는데. 바로 이런 상황이 조직적합성에 해당되는 상황이다. 지원자가 우리 회사에 와서 잘 적응하고 일을 열심히 할만한 태도를 가졌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보통 2가지로 살펴본다.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가
회사 홈페이지 가면 열정이니 도전이니 이런 단어 많이 볼 수 있다. 개개인마다 꼭 이런 인성의 사람이어야 한다를 바라보는 기준이 다르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회사는 공식적으로 이런 기준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것을 보통 인재상으로 정의해두고 있다.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문화에 색깔이 맞는 사람인가
똑같이 홈페이지에 '소통을 잘하는 사람'을 원한다고 표현해도 안을 들여다보면 속사정이 다르다. 어떤 회사는 소통에 있어 '남들이 모두 Yes라고 말해도 나는 No 할 줄 아는 것'을 추구하기도 하고, 또 어떤 회사는 '지시받은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회사 별로 자신들이 하는 업(業)과 조직문화에 따라 필요로 하는 일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저는 저의 강점으로 소통 능력을 꼽습니다." 하면서 뒤에 부연해야 하는 말이 지원하는 회사에 따라 달리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모두 중요하다고 알고 있는 '기업 분석'인데도 정작 이런 영역을 빼놓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다. 인터뷰 때 만나는 친구들에게 "도전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어떻게 일하는 것을 뜻하죠?" 이런 류의 질문을 했을 때 명료하게 답을 하는 경우가 적다.
면접관은 지원자가 명쾌하게 답변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말은 저렇게 하지만 실제론 어떨지 모르지'라고 의심을 품는(품어야 하는) 종족이기 때문에, 답을 제대로 못하면 지원자가 도전적으로 일할 것이라고 1도 생각하지 않는다.
취업과 당장에 직결된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평소 자신에게 철학적(?) 질문들을 자주 던져보길 권하고 싶다.
'우리는 왜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야 할까?'
'경쟁이 더 큰 성과를 만들까, 협동이 더 큰 성과를 만들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반할 여러분의 가치관이 정립될 것이다.
+ '나의 가치관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잘 표현할까?' 이 부분은 또 다른 파트에서 다뤄볼게요.
다음 글에서는 적합성 시리즈 마지막 '동기적합성'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게요.
내가 궁금해하는 질문들만 골라봐도 괜찮아요.
개별 질문들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Q1부터 순서를 따라가면 좋아요.
질문들이 많이 모아지면, 취업 방향편/지원서편/면접편 등으로 카테고리를 묶어볼게요.
구독해주셔서 해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