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민은 생의 전환기

떠날 준비는 지금을 더 선명하게 한다.

by Solesito쏠레씨또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고 관련 서류를 제출한 뒤, Priority Date를 받았다. 그 날짜가 오면 내게도 대사관 인터뷰 순서가 돌아온다. 그때까지는 공인 영어시험 성적을 준비하며 기다리면 된다. 에이전시는 보통 2~3년의 대기 기간을 이야기하지만, 한미 정책이나 외교 상황에 따라 늦어질 수도,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 실제로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비상계엄령으로 미 대사관 인터뷰가 잠시 중단된 적도 있었고, 코로나 시기에는 간호사 부족으로 절차가 빠르게 진행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수많은 변수들이 얽혀 내 순서가 온다.


영어공부는 어차피 시험을 넘어서 이민 후에도 꾸준히 이어가야 할 일이기에 기본으로 두고, 나는 그 외에 한국에서 미리 해두면 좋은 것들을 하나씩 떠올리기 시작했다. 20대에는 미국에 대한 환상이 커서 “누가 좀 빨리 보내줬으면” 하는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미국에 가기 전,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최선을 다해 준비하자”는 마음이 더 크다. 역설적이게도 이민을 결정하고 나니 오히려 오늘의 내 삶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삶도 더 간결해졌다.


2020~2024년은 막연한 미래 때문에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 늘 혼란스러웠던 시간이었다. 코로나가 일상을 바꾸었고, AI는 생활 깊숙이 들어왔으며, 인간의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직장생활은 만족스러웠으나, 한편으로는 미래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진짜 중요한 가치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늘 불안했다. 그 가치들이 과연 나에게 진짜로 중요한 것인지도 쉽게 단정하기 어려웠다. 그런 고민으로 머릿속이 늘 복잡했는데, 에이전시와 계약을 마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큰 틀이 잡히고 그 안에서 한국에서의 삶을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다짐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한국에서의 시간이 유한하다는 걸 실감하니,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To-do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태권도 배우기

금융 공부 및 투자 연습하기

사찰음식 배우기 (특히, 무오신채 김치)

개인 콘텐츠 만들기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나만의 방법 찾기

나에게 맞는 한국어와 영어 스피치 목소리 찾기

치아교정

난자냉동


사실 치아교정과 난자냉동은 계약 전에 이미 실행한 일이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미리 시작해둔 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일부러 리스트에 포함했다. 앞으로는 이 항목들을 하나씩 풀어내며 글로 남겨볼 예정이다. 살면서 새로운 만남이나 영감으로 어떤 항목은 사라질 수도, 또 새롭게 추가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기록해 두고 연재하다 보면, 나를 더 알아가게 될 것이고 한국에서의 남은 시간을 충만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미국에 가서도, 뜻대로 풀리지 않는 하루가 나를 눌러올 때 이 기록들이 큰 힘이 되어줄 것 같다.


혹시 여러분은 이민을 앞두고 한국에서 미리 해두면 좋을 준비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소한 아이디어라도 나눠주신다면 저뿐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다른 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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