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시와 계약하기
괌에 다녀와서 뉴욕으로 결정했다. 괌에 가기 전 줌으로 들었던 미국간호사전문 에이전시에서 주최한 설명회에서 스쿨널스에 대한 내용이 기억나 연락해서 상담을 받았다.
미국스쿨널스는 경력 없이도 지원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그밖에 방학이 있고 (이 시기에는 임금을 못받는다.) 야간근무가 없다는 점이 컸다. 한국은 학교마다 보건교사가 1명 배치되지만, 미국의 스쿨널스 개념은 훨씬 넓다. 학교에 소속되어 일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엔 케어가 필요한 학생 한 명을 전담해 등하교부터 교실 생활까지 함께하며 학습권을 보장하는 역할도 한다.
내 마지막 임상간호경력은 2019년. 이후에 미군병원, 현재의 외국계회사에서 간호사직군에 있었으나 오피스 업무를 했다. 내가 현지에이전시에 연락할때마다 병원으로 복귀 후 연락달라는 답변을 자주 받았지만, 스쿨널스는 지금 다니는 회사를 유지하며 영어 실력을 꾸준히 키우면서도 자격이 충분했다. 병원 간호사에 비해 시급은 낮지만, 새로운 환경에 안정적으로 적응하기 위해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새로운 나라와 제도에 적응하려면 여유가 필요하다. 나는 호기심이 많지만, 새로운 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데 시간이 걸린다. 스쿨널스는 그 여유를 줄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했다.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서 현지에이전시에 부탁해 병원으로 조금씩 옮겨가는 것도 방법이라서 나에게 딱 맞는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담담하게 쓰지만, 에이전시와 상담하던 당시 마음은 복잡했다. 이 선택이 단순히 현재의 삶이 싫어서도, 미국에 대한 환상 때문도 아니었다. 다만 30대가 되어 느낀 건, 돈보다 시간이 훨씬 소중하다는 사실이었다. 커리어를 옮겨가면서 늘 어제보다는 만족스러운 삶이었으나 마음 한구석에 ‘이대로 40대를 맞이해도 괜찮을까?’ 하는 불안이 남았다. 애써 외면해서 40대를 맞을 때 미국에서 간호사를 하지 않은것이 정말 후회없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2024년 추석 연휴 내내 고민한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어차피 시간은 흐른다. 이민 절차에는 최소 2년이 걸린다. 그 사이 나는 일상을 충실히 살면 된다. 절차가 끝나면, 그때 가서 선택하면 된다. 이 선택을 ‘미래의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니 한결 가벼워졌다. 오히려 남은 한국 생활을 더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누군가는 “미국 현지 에이전시와 직접 계약하면 비용이 들지 않지 않느냐”라고 묻는다. 하지만 내가 연락했던 현지 에이전시들은 즉각적인 답변이 어려웠고, 한국 에이전시의 계약금은 감당 가능한 수준이었다. 무엇보다 행정 절차를 신속히 확인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정감을 줬으며 커뮤니티에서도 부정적인 리뷰는 없었다.
혼자서 회사생활, 영어공부, 이주 전 준비사항 등등 을 하면서 다 준비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들을 비용을 지불하고 도움을 받는 개념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 부분은 다음 기회에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