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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 Passione Oct 27. 2024

자기 이해, 내가 더 신났다.

교사 인생 제2막, 진로진학상담교사입니다.

진로교육의 과정을 말해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교사나 학자들, 인생의 선배들은 '자신을 아는 것부터'라고 말할 것이다. 개인의 특성을 파악하여 직업과 매칭하는 것이 진로상담의 초기 모델이었던 것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진로와 직업 교과서와 진로교육 워크북, 진로상담의 첫 단계에서 각종 심리검사를 비롯한 '자기 이해'를 위한 활동들을 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다른 이들은 번거롭다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 학생들의 자기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먼저 나를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모르는 것을 가르치지 말고,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강요하지 말자.'는 것이 개인적인 교육 신조 중 하나이기에 학생들이 해당 활동을 했을 때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떻게 수업과 상담을 해야 학생들에게 상처가 아닌 도움이 될지 내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진로진학상담교사로 전과(교과목 전환)를 하기 전에도 나를 이해하기 위한 작업은 충분히 했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같지 않다는 것과, 내가 이전에 했던 자기 이해 작업은 '상담심리학 전공생으로서의 작업'이었기 때문에 현재의 특성보다 과거를 탐색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쪽에 집중했었기에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바라보는 진로교육을 위해서는 진로교육에 맞는 자기 이해 작업을 해야 한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현재 진로교육과 상담에서는 자기 이해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심리검사를 통한 발견, 개인의 역사를 통한 통찰, 주변인의 시선을 통한 확인, 학업 성적과 자격시험을 통한 평가 등을 제시하고 있다. 방법을 찾자면 더 많은 것들을 찾을 수 있겠으나, 2015 교육과정(2015년 고시되어 2024년까지 시행된)에서는 다양한 심리검사를 활용하여 개인의 성격과 흥미, 적성을 파악하는 활동이 선호되었고 곧 적용될 2022 교육과정에서는 단정적인 심리검사보다 경험과 귀납적 성찰을 통해 자기를 이해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어떤 것이 맞고 틀리다기보다 최대한 다양한 방법으로 공통된 내용을 정리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진로를 결정하고 직업인으로 살아가고 있더라도 거듭 자신을 살필 것을 강력히 권한다. 특히 교사들은 더욱 자기 이해 작업을 반복하면 좋겠다. 학생들을 이해하는 깊은 시선과 마음을 가질 있고 평범하게 반복되는 일상도 의미 있고 소중히 여겨질 것이다. 자신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나는 학생들이 하게 될 수업활동을 먼저 해보면서 학생들이 자신을 돌아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궁금함을 품을지 상상해 보았다. 거기에 더여 내가 할 수 있는 심리검사를 최대한 해보고 결과 데이터를 정리해 보고, 예전에 쓴 플래너와 스마트폰 기록들을 살펴보며 의미 있는 내용들을 따로 모아보았다. 친구들에게 나에 대한 생각을 묻기도 하고 중고교시절 생활기록부에 대학-대학원 성적표도 살펴보았다. 그야말로 셀프 청문회를 한 셈인데, 그렇게 나를 살펴보니 내가 지금 여기에 왜 있는지, 교사의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내가 불편히 여겼던 상황과 사람은 어떤 면 때문인지,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학창 시절 꿈꾸었던 것들 중 그냥 지나가는 구름처럼 흘려보낸 것과 아직도 마음 깊은 곳에서 단단한 씨앗이 되어 싹을 틔울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도, 지난 실수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는 지도 확실히 알았고 학생들과의 관계에서도 좀 더 성숙한 교사로 서기 위해 무엇을 보완해야 할지도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글도 쓰고 사이버 대학에서 오랜 꿈을 다시 공부하고, 늦게 시작한 덕질임에도 성덕이 되는 짜릿함까지 맛보고 있다.

새로운 나를 찾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의 자기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도 소소하게 운영하고 있는데, 내가 아닌 대상을 가르치고 돌보느라 정작 자신을 잊고 있었던(때로는 무시하고 있던) 이들이 자기 사랑을 깨닫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

선생님들 그리고 부모님들,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자기를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사랑하자. 자신을 찾은 경험과 기쁨을 바탕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간다면 그 진심이 아이들의 성장에 반드시 힘을 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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