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여행

Practice Positivity 2

by Passion fruit

"오빠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 것 같아서, 우리 가족여행을 다녀오면 어떨까?"


생각하지 못했던 아내의 제안이다. 혹시 지금 상황에서 큰 지출을 하는 것은 안 좋은 것 아닐까 걱정도 되기는 했지만, 살면서 깨달은 지혜가 하나 있다면 아내 말을 잘 듣는 게 잘 사는 방법이라는 거다. 지인 분께서 소개해 주신 인터뷰도 있었고, 여기저기 지원할 자리도 있고, 또 워크숍 진행건도 있었지만, '그래 한번 가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말 나왔을 때 지르지 않으면 못 간다. 아이들 학교도 그냥 결석해 버리고, 그동안 모았던 항공 마일리지를 총 동원해 비행기 표값을 최대한 낮췄다. 좋은 리조트에 할인 기간에 맞춰서 이 비용 또한 낮췄다. 그렇게 태국 푸껫으로 꽉 찬 3박 4일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All inclusive resort. 매 식사는 뷔페로 제공되었고, 이 리조트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들을 종일 프로그램에 맡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날씨는 홍콩보다 훨씬 더 덥고 습했지만, 모든 편리한 시설덕에, 그리고 일상과 단절된 시간 덕에 편안하게 즐기다 올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스노클링이었다. 스노클링을 가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수영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 왕복 30미터 정도 되는 거리를 수영으로 통과해야 스노클링에 갈 수 있다. 아이들은 문제가 없다. 열심히 수영을 가르쳐 놓은 덕분에 아이들은 100미터나 그 이상도 문제없이 갈 수 있다. 문제는 아내와 나인데, 아내는 등록 자체를 하지 않았다. 보호자가 나 한 명이어서 아이들이 통과해도 내가 통과하지 못하면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내 최고 기록은 25미터. 한 번에 갈 수 있는 거리가 25미터다. 잘하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도전해 본다. 나보다 앞서 테스트를 치른 백인 아저씨들은 왜 그렇게 다들 시원시원하게 잘하시는지, 그 육중한 몸매에도 물에서는 잘 나간다. 한국인 아저씨들도 모두 다 통과. 이제 나와 아이들이 출발했다. 아이들은 놀면서 쉽게 한다. 나는 기를 쓰고 수영을 했다. 너무 긴장했던 탓일까, 근육에 필요 이상으로 힘이 들어갔다. 항상 문제는 호흡인데, 돌아오는 길에 숨이 차서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결국 자유형을 포기하고 개헤엄으로 숨을 확보했다. 그런데 숨이 다 회복되지가 않았다. 최후의 수단으로 몸을 뒤집어 갑자기 배형을 시도했다. 그렇게 숨을 회복하고 다시 뒤집어 가까스로 터치!


"내일 아침 8시 반까지 장비 챙기러 오세요"


리조트 직원의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모든 과정을 지켜본 아내는 저 쪽에서 자지러진다.


"자유형, 평형, 배형 다했네 다했어."


아이들은 아빠 잘했다며 응원해 준다. 불행히도 그날 저녁 둘째 아이는 약간의 알레르기로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그래서 첫째 딸과 둘이서만 스노클링을 갔다. 버스를 타고 15분, 배를 타고 45분 정도를 가 산호가 있는 스노클링 지점에 도착했다. 배에서 바다로 점프. 큰 아이는 수영은 잘 하지만, 그래도 바다를 무서워했다. 연신 '아빠, 우리 안 하면 안 되냐고' 했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다 들어가니 같이 가보자며 함께 바다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바다가 뿌옇고 흐려서 바닥이 잘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산호들도 흑백화면같이 보일 뿐, 아름답지 않았다. 환경오염으로 백화현상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혼여행 때 몰디브 바다에서 봤던 컬러풀한 산호들과는 비교가 안 됐다. 노란색 줄무늬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사람들에게 다가왔다. 더 아래에는 좀 더 큰 물고기들도 보였다.


"아빠~~~ 아~~! 으악~~!"


딸아이가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찾더니 이내 내 등으로 올라탄다.


"왜?"

"물고기가 너무 많아!"


노란색 줄무늬 물고기 떼가 아이를 둘러쌌다. 아이는 깜짝 놀라서 수영도 못하는 아빠등에 올라탔다. (물론 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


"아빠, 돌아가자."


더 탐색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이를 위해 배로 먼저 돌아갔다. 배에 올라간 아이는 다시는 스노클링을 안 하겠다고 한다. 아쉽다. 몰디브였다면 정말 좋아했을 텐데.


갈 때도, 돌아올 때에도 배의 맨 앞자리에 앉았다. 햇빛은 제법 강했지만 작은 그늘이 있어 얼굴을 가릴 수 있었고, 바람이 불어 시원했다. 그렇게 오고 가는 90분 동안 딸과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아빠, 우리 이렇게 여행 와도 돼? 우리 돈 없잖아."

"아냐 여행올 정도는 있어."

"그래도, 아빠 지금 돈 못 버니까, 나중을 위해서 더 모으고 아껴야 되는 거 아냐?"

"그 말도 맞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여행은 평생 못 가. 나중을 위해 돈을 아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남기는 것도 중요해. 이 순간이 다시 오지는 않아. 물론 과하게 지출하지는 않아. 다 할 수 있는 정도로 하는 거야."


스노클링 보다도 이렇게 딸과 나란히 앉아 대화한 시간이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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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둘째는 바로 회복했다. 다시 먹고 놀며 즐길 수 있었다. 나와 딸이 업는 사이, 아내는 둘째와 놀아주다가 어깨와 등이 새까맣게 타버렸다. 아이들도 너무 좋아한 시간이었다. 푸껫에 있다가 홍콩에 돌아오니 홍콩 날씨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상황은 변한 게 없다. 그래도 마음에 조금 더 여유를 갖는다.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하는 것. 지금 이 시간들을 가장 값지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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