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빠가 변했어요
1. 21세기 한국에서 돈버는 아빠들에게 양육이란
직장생활을 한지도 어느덧 15년 가까이 되면서 아직도 한국에서 직장생활하는 아빠들에게 양육이란 꿈만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드는건 저 뿐일까요. 9년 전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6년전 두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저에게 양육이란 피해갈 수 없는 고민이자 축복이 되었습니다.
처음 아빠가 되었을 때만 해도 회사에서는 "남자가 무슨 양육이냐, 회사에서 성공하려면 그런거 생각하지 말고 몸을 회사에 갈아넣어야 한다"라는 말을 듣고 살았습니다. 그렇기에 양육이란 와이프한테 미안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란 의미만 저에게 있었던 같습니다. 기저귀 갈아주기, 주말에 아이들과 놀아주기 정도만이 제가 하는 양육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점점 아이들이 커가고 아이들이 유치원, 학교를 다니면서 아이들의 가족그림 속에 제가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충격은 꽤 컸습니다. "주말에 그렇게 많이 놀아줬는데, 내가 애들 어릴 때 기저귀를 그렇게 많이 갈아줬는데, 이럴 수가 있나"라는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에게 아빠는 더 이상 돈만 벌어오는 존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엄마만이 양육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이제부터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2. 이름만 아빠에서 육아대디가 되기 까지
지난 3년은 아이들과 더 친해지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던 거 같습니다. 우선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유연근무제를 신청하고, 아이들과 같이 하는 시간을 더 많이 보내주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고민도 많았지만 결심하고나니 윗사람에게 말을 꺼내는데 까지는 길게 걸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만 상담실로 끌려가서 강제 상담을 할 수 밖에 없었지만요. 그 때 생각해보면 남자가 무슨 육아냐 그런 소리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저는 아이들과 더 친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1) 요리하기
우선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볶음밥, 카레라이스, 캐릭터 도시락, 미역국, 계란국 등의 요리법을 알아보고 이를 만들어 주면서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덤이지요.
더욱이, 요리를 해주니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도 무엇인지도 알 수 있었고, 사진을 같이 찍으면서 많은 추억도 공유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번에는 둘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아빠 요리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가지고 온 적도 있었는데, 너무 뿌듯하더라구요.
(2) 아이들과 이야기하기
전에는 아이들이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할 때 화부터 내곤 했습니다. 아이들이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건 지금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는데 말이죠. 상식이라는 것이 어른들이 살아오면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것이니 아이들은 그러한 상식이라는 것을 모를 수 밖에 없으니까요.
지금 저는 아이들이 잘못을 하면 같이 이야기를 자주 하려고 노력합니다. "왜 그런 행동을 한거니?" "아빠도 네 기분을 이해해. 하지만 그러한 행동을 하면 상대방은 어떤 기분일까?" 등 아이의 눈 높이에서 대화를 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소심하고 욱하는 성격 탓인지 아이와 이야기 중에 아이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면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지만 더 참고 견디는 힘을 키우는 것은 제가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3) 몸으로 놀아주기
전에는 주말에 집에서 때론 침대 위에 누워서 아이들과 주로 놀아주었는데 남자아이들이다보니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더라구요. 지금은 애들이 원하면 밖에 나가서 자전거도 태워주고, 배드민턴도 치면서 놀아주고 있습니다. 특히, 주중에는 너무나 피곤하더라도 아이들이 원하면 잠깐이라도 나가서 배드민턴이라도 쳐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실력이 늘은 것 같으면 칭찬도 많이 해주고 있구요.
3. 새로운 도전을 향해
이렇게 3년의 시간이 지나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 남자에겐 아직까지 금기시된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육야휴직이 그것입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부모와 함께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이제 고민만 하던 그 비장의 무기를 꺼내야 될 때가 됐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제 저는 육아대디 완전체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아이들에게 멋있는 추억도 선사하고 싶어 가족 모두 해외에 나가 살아보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올해 조금씩 조금씩 준비도 했구요.
내년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들과 1~2년 정말 많은 추억을 쌓는다면 나중에 아이들이 컷을 때 이제는 아이들의 기억 속에 저의 자리가 생겨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