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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효자가 아니에요

기러기아빠의 효도관광

이번 추석연휴 어머니를 모시고 간 일본 효도관광(2023.10.2~10.4)에서 같은 일행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딸도 아니고 아들이 부모님 모시고 여행하는 거 처음봤네. 효자네. 효자야"


저 효자 아니에요

이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씩 웃고 말았다.

사실, 어머니가 해외여행을 너무 좋아하시는데, 이번 여름 캐나다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갈 때 어머니를 모시고 가지 못한 부분도 있고해서 일본여행을 계획한거지 내가 효자라서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여행 동안 내내 어머니와 둘이 이야기할 기회가 많다보니 자주 다투기도 했다.


"재테크는 위험해. 하지 말어. 망해도 손해 안입는 웹소설 써"

"제가 알아서 해요. 그말 몇번째하시는 거에요. 그만 말씀하세요"


"캐리어 내가 끌께"

"무거워서 못끄시잖아요. 제가 끌고 간다고 몇번 말씀드려요"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2박3일이 지나간 거 같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면 돈이 든걸 떠나 잘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홋쿠오카 패키지 상품으로 갔다 온 일본여행에서 우리는 관광지, 온천 등을 쉴새없이 돌아다녔다.

역시 패키지는 버스에서서 머무는 시간이 많고, 관광지는 번개불에 콩구워먹듯 후딱 본다는 말이 맞다.


여행 첫날 다자이후텐만구, 지온노타기, 온천호텔

<디자이후텐만에 들어서기 전 손을 씻도록 되어 있다>


우리는 첫날 디자이후텐만(일본의 신사)을 관광했다.

이곳은 학문의 신 스가와라노 미치자네를 모시는 신사이다.

이 곳에 있는 황소 상의 머리를 만지고 자신의 머리를 만지면 공부를 잘한다는 속설이 있다.


<가이드의 말에 따르면 뿔이 아닌 뿔 사이의 머리를 만져야 한다고 한다>

  

이후 은혜갚은 용 지온노타기의 전설이 있는 폭포를 구경했다.


<<지온노타기의 전설>>

옛날 야마우라 마을의 지온노타키에 오래 묵은 이무기가 살고 있었다. 이무기는 마을 사람들과도 사이좋게 잘 지내 해마다 풍년이 들게 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무기가 갑자기 병이 들었다. 이무기가 병이 들자 비가 내리지 않아 큰 흉년이 들었다. 마을에는 이무기의 병을 고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때 한 스님이 지온노타키를 지나가다가 병든 이무기를 보았다. 스님은 이무기의 목에 거꾸로 박혀 있는 비늘이 병의 원인임을 알았다. 이른바 역린(逆鱗)이었다. 스님은 이무기의 역린을 바로잡아 주고 불경을 들려주었다. 깨달음을 얻어 용이 된 이무기는 환희에 찬 마음으로 용틀임을 하면서 하늘로 올라갔다(上昇喜龍). 이때부터 용의 보살핌으로 마을에는 가뭄이 들지 않고 해마다 풍년이 들었다. 마을 사람들은 자비로운 용을 기리기 위해 폭포 이름을 지온노타키(慈恩の滝)라고 지었다.


<올해 비가 많이 와서 뒷편으로는 지나갈 수 없다고 한다>


이후, 우리는 온천욕을 할 수 있는 코코노에 유유테이라는 온천호텔에서 묶었다.

나름 깨끗했고, 밥도 맛있었다. 또한 룸이 크고 좋았으며, 다다미방이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노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코코노에 유유테이 호텔의 상징인 개>


<호텔 저녁은 이런 느낌>


여행 둘째날, 다데와라 습지, 가마도 지옥, 씨사이드 모모치해변

첫째날 날씨가 구름한점 없이 맑았던 것과 달리 둘째날은 날씨가 흐렸다.

나름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걱정이 되었지만 관광버스 안에 자주 있어서 크게 힘들다는 것은 느끼지 못했다.

 

<다데와라 습지>


다데와라 습지는 갈대가 자라는 습지위에 나무데크를 만들어 산책로를 만든 것으로, 산 넘어서까지 길이 나있다고 한다.

당연 우리는 패키지 관광투어리스트로서 나무데크 앞에서만 깔짝깔짝대다 관광버스에 탔다.


다음으로 간 곳은 가마도 지옥이다.

지옥이라고 해서 뭐지? 했는데, 결국 사람이 온천욕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온의 물이 나오는 온천을 일본 사람들은 지옥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곳에 오는 순간 낯익은 냄새와 풍경이 펼쳐졌다. 아니 이곳은...


https://brunch.co.kr/@passionlsh/18 

 

미국 옐로스톤국립공원에서 봤던 그... 그 곳?

에잉 그런데 이 아담한 느낌은 뭐지?

맞다. 그 특유의 황냄새, 그리고 알록달록 물색깔 비슷했다.

다만, 작고 앙증맞았으며 시설물이 많고, 이벤트가 있다는 것이 달랐다.

 

<일본의 가마도 지옥, 미국 그랜드매틱스프링 미니어쳐 느낌이다>


역시, 일본답게 웬 아저씨가 모기장쇼를 해준다고 해서 따라갔는데, 여기다 후~하고 바람을 불면 김이 난다는 것이었다. 근데 정말 김이 났다.

순간, 옐로우 스톤에서 백인아저씨가 모스키토 페스터사이드쇼이러고 이걸하는 상상을 해봤다.


<일본아저씨가 후~하자 이렇게 김이 났다>


이후 우리는 씨사이드 모모치해변으로 갔는데, 이 곳은 인공 해변이라고 한다. 갯벌에 모래를 덮어서 만든 인공해변이었는데, 날씨가 쨍하지는 않아서 엄청 이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일본사람들은 천주교 신자가 많지 않아 저기 보이는 성당은 결혼식용도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렇게 이튿날 일정이 끝나고, 홋쿠오카 시내 비즈니스 호텔에서 묶었다.


여행 셋째날, 면세점 관광 후 귀국

셋째날 우리는 면세점 관광 후 귀국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공항버스에서 내리던 시간에 갑자기 쏘나기가 쏟아져서 고생을 좀 했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아들인 나 혼자 어머니만 모시고 갔다 온 여행은 처음이었다.

주위에서도 신기하게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다.


사실, 캐나다에서 가족과 함께 살 던 작년, 와이프한테도 어머니 집에 얹혀사는 일년 동안 일본 한번 어머니 모시고 갔다와야겠다 말은 했지만, 실제 하려니 귀찮기도 하고 쑥쓰럽기도 하고 그랬는데 실행을 하고 나니 나름 좋았던 것 같았다.

  



여행을 갔다 온 후 내 옆에 남자직원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요즘은 효자라고 하면 여자들 기피대상 1호에요'라고 말하더라.


효자는 여자들 기피대상 1호

사실 좀 슬픈 말이긴 했다.

나도 외아들이면서 아들만 둘인 아들들 아빠기도 하니까.

내 지인 형 중 한 명은 결혼 후 회사 때려치고 대학원 다닐 때 생활비를 자기네 집에서 타썼는데, 해외여행은 처가댁하고만 다니더라. 더 재밌는건 나처럼 아들만 둘.

그래서 그 형이 와이프한테 "너도 니 아들들한테 똑같이 당해야 한다"고 했는데, "난 싫어"라고 했다고.


정말 씁쓸한 현실이긴 한데, 받아들여야 겠지.

그래서 내 와이프도 우리 아들들 결혼하고 나면 아무런 기대도 안한다고, 부부끼리 많이 놀러다니자고 하더라.


그래서 나이들어 와이프랑 같이 재미있게 놀려고 열심히 골프도 배우고 운동도 하고 있다.

다만, 손녀는 하나 정도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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