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반가운 손님의 서울 나들이

캐나다 지인의 추석맞이 한국 방문

어제 갑자기 와이프에게 문자가 왔다. 


캐나다 이민 온 자기네 회사 선배가 자기 한국 연락처 물어봤어

나에겐 캐나다에서 핸드폰 개통 문제로 우연히 알게 된 회사 선배가 있다.

그 선배 덕에 캐나다 이민자모임도 알게되었고 그 모임 분들에게 도움도 많이 받았다.


https://brunch.co.kr/@passionlsh/42

<지난번 브런치에 그분들과의 인연과 관련된 내용을 적었다>


그런데 그 분이 내 한국 연락처를 물어봤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혹시 캐나다 지인 회사에 나를 추천해주려고 하나?

이렇게 이민 문제가 쉽게 풀리는 건가?

많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러나,  이내 "에이, 그럴리 없지. 그런게 있다면 와이프한테 이야기했겠지"하며 체념했다.


그리고 한두시간이 지나고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한통왔다.


<캐나다 선배로부터 문자가 왔다>


헉, 한국에 오신거였구나

그 문자를 본 순간, 나는 나의 상상이 현실이 되지 못한 아쉬움 보다는 반감움이 더 컸다.


난 바로 전화를 걸어 계시는 위치를 확인한 후 엘리베이터를 잡아타고, 1층 로비로 향했다.

그 곳에는 마스크를 쓰신 선배와 선배의 지인분이 앉아 계셨다.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큰 소리로 "웬일이세요?"하고 외친 나는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회사 카페로 자리를 옮긴 후 우리의 대화는 이어졌다.


"선배님, 한국에서 처음 뵙네요. 한국에 어쩐일이세요"

"코로나 때 빼고는 부모님 때문에 추석 즈음해서 한국에 꼭 와. 안그러면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 후회해"


난 전에도 다른 이민자 분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민가면 제일 걱정되는 것이 부모님이라고.


"저 잊지 않고 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여기 사옥은 나 있을 때와 많이 바꼈는데, 새로지은거야"

"네, 다 때려 부수고 새로지은거에요"


그렇게 회사 이야기를 한참 하고 있을 때, 이민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 내게 물어보셨다.


"이민 세미나 2번 참석했는데, 제가 문과생이라 취업으로 가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캐나다는 기술의 나라야. 기술이 최고지. 문과생은 전공살려서 오기 힘들어"

"그래서 고민이에요. 컬리지나 대학원을 입학해야할 것 같은데, 그것도 돈이 만만치 않아서"


그때 옆에 계신 선배의 지인분께서 본인은 한국이 제일 좋다고, 그래서 자기는 이민 안갔다고 웃으며 말씀하셨고, 선배 역시 이에 동조하셨다. 


"난 75세 되면 역이민할거야. 나이들어 거기서 뭐해. 그땐 아이들도 우리의 도움이 필요없고"


선배의 그 말에 나 역시 웃으며 아이들 때문에 가려는 거라고 저도 나이들면 돌아올거라고 말씀드렸다.


생각해보니 우리 가족은 캐나다에 있을 때 저 모임만 갔다오면 허탈함을 많이 느꼈다.

대저택에, 캐나다에서 직업들도 좋으시고, 캐나다 연금, 잘 성장한 자식들까지 너무나 성공하신 분들이라 

우리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하는 걱정과 부러움. 그리고 한국에서 열심히 살아봤자 저분들처럼 살 수 있을까하는 허탈함이 섞인 복합적 감정이었다.


그래서 문과생은 캐나다에서 게 껍질까야 영주권 나오니 그냥 한국에 있으라고 어드바이스를 해주었을 때도 웬지 기분이 상하기도 했다.

본인들은 전공들 살려 저렇게 캐나다에 잘 정착해서, 자식들도 의사, 변호산데 나는 오지말라고? 이런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주공사 세미나에 참석해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아무튼, 그렇게 대화가 20분 정도 이어지고 나서 선배는 나중을 기약하며 로비 밖을 나가셨다.

나는 캐나다 있을 때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몇번이고 드렸다.


지인이 돌아가시고 나서 지금은 자고 있을 와이프한테 문자를 보냈다.


'자갸, 선배 한국에 오신거였어. 그래서 내 번호 물어보신거야'


잠깐 동안의 기분 좋은 상상. 현실은 되지 못했지만 그래도 선배를 한국에서 뵈었다는 사실이 정말 좋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민! 행복이라는 질문의 정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