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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

기러기아빠의 직장이야기

비워야 살아남는다.


회사 생활을 하며 내가 내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비워야 살아남는다'이다.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그래야 한다.

그럼 무엇을 비워야 할까.


첫째, 머리를 비워야 한다.


내가 만난 최악의 직장상사 중 한명이 있다. 

이분은 '자기는 샤워할때도 회사일만 생각한다'며, '너희도 집에서 일만 생각하라'고 했다.

그런데 이 분은 팀원일 때 정말 열심히 노셨다.


팀원일 당시 이분의 출퇴근 시간은 10시부터 5시였다.

지금처럼 유연근무가 있었던 시절도 아니다.

그럼 어떻게? 그렇다. 그냥 팀장 무시하고 늦게 출근하고 일찍 집에 가버렸던 것이다.


이분과 관련된 일화가 있는데, 5시에 갑자기 가방을 싸들고 퇴근하겠다고 팀장한테 말했다.

팀장이 "아직 퇴근시간 1시간 남았잖아요" 그랬더니 그냥 인사하고 나가버렸다.

나중에 본인한테 들은 이야기지만 근처 백화점으로 연예인 싸인을 받으러 간 것이었다.


그런 분이 이제 직책을 가졌다고 자기 밑에 사람들한테 열심히 하라고 하니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그러다보니 존경심이 전혀 생기지를 않았다.

그러나 이분은 가부장적인 성격 탓에 밑에 사람들이 자기에게  절대적인 충성심과 존경심을 표하기를 원했다.

결국 이분과 좋지 않게 관계가 마무리 됐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생각을 하면 안되었고, 머리를 비웠어야 했다.

지금이야 까짓거하며 존경하는 척, 충성하는 척 연기할 수 있지만 당시 어린 마음에 내 자신을 속이기 싫었다

 

결국 이분은 학벌을 중요시 여기는 회사의 문화와 이분이 가진 천운이 합쳐져서 임원까지 올라갔다.

이후 나는 힘든 회사생활을 하게 됐다.


둘째, 마음을 비워야 한다.


내 최대 단점은 회사일을 집에까지 가지고 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소리면 회사에서 안좋았던 일이 있으면 집에서도 계속 생각하며 고통스러워 하는 것이다.


전에 회사에 내 동갑내기 동료가 자기는 회사 정문을 나서는 순간 회사에서 일을 다 잊어버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도 그렇게 훈련을 해보라구.


근데 그게 잘 안됐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집에서도 우울해하고 걱정하고 그랬다.

어쩔때는 괜히 가족들에게 짜증을 낼 때도 있었다.


다행히 작년 캐나다에 가서 어느정도 호연지기를 배워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

회사 복직을 한 이후 1년 가까이 되니 다시 그 나쁜 습관이 나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취미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취미가 있으면 그 순간은 잊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직장생활 잘하는 방법 


첫째, 회사 생활과 내 사생활을 철저히 분리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냥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야 한다.

직장생활은 일종의 연극무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부잘하고 유들유들한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서 연기해야한다.

물론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회사가 연극무대라고 생각하면 가능할 수 있다.


둘째, 취미를 가져야 한다.


취미생활에 빠지면 회사에서의 생각이 나지 않고 그러면 스트레스 받는 일도 적어진다.

취미생활로는 가급적 정적인 것보다는 액티브 한 걸 권한다.

몸이 힘들어야 회사에서의 일들이 더 생각 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목표를 가져야 한다.


평생 연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면 사람도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견디지 못할 수 있다.

즉, 종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까지 얼마를 모으고, 그거를 이용해서 내 꿈을 이룬다와 같은 구체적 목표를 정해야 한다.


내 친구 중에 현재 부동산 유투버로 유명한 애가 있다.

얘는 자유로운 영혼이었고 스포츠 아나운서가 꿈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군대문화인 회사에서 자신의 욕망을 꾹꾹 참으며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본인의 목표가 있었기에, 스포츠 아나운서에 도전했고 비록 면접에서 떨어졌지만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유투버로 열심히 활동해 지금은 유명한 부동산 유투버가 되었다.

당연히 그 끔찍한 회사는 그만두었다.

지금은 한달에 몇 천만원씩 벌고 있다니 꿈도 이루고 돈도 더 많이 벌게 되었다.


이제는 나도 거의 20년 가까이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회사생활을 하며 후회되는 것들도 생긴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도 해보고 나중에 우리 아이들에게 이야기도 해주고 싶다.

나보다는 더욱 좋은 직장인, 사회인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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