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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다름 코치 Apr 14. 2021

실패가 안겨준 선물

며칠 전 함께 일했던 후배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받았는데 목소리에 힘이 다 빠져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선배는 이렇게 힘들 때 어떻게 극복했는지 묻길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는데...

오랜만에 후배와 이야기 나누며 했던 나의 실패 경험을 기억해보려 한다.


"영업, 좋아하시나요?"

© gabriellefaithhenderson, 출처 Unsplash


친정어머니는 내가 초등학교 시절부터 영업을 하셨다.

내가 초등학교 시절에 저처럼 아동도서 영업부터 시작하셔서 화장품, 건강식품, 보험, 그리고 친정아버지의 

사업 영업까지....

영업을 그냥 하신 것도 아닌 엄청 잘하셔서 그 당시 아무나 가기 힘들었던 미국, 일본, 동남아 등으로 

해외여행까지 여러 번 다녀오셨던 기억이 남아있다.


하지만 나는 어린 마음에 항상 일하느라 늦게 들어오시는 엄마의 빈자리가 외롭고 싫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엄마가 판매하는 화장품을 호텔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팔면 수당까지 챙겨줄 테니

나에게 영업을 해보라고 권유하셨을 때에는 솔직히....

창피해서 절대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 caleb_woods, 출처 Unsplash


"내 인생에 절대 영업은 없습니다."


첫째를 낳고 유모차를 태워 백화점 문화센터에 수업을 받으러 가다 보면 항상 전집 영업하시는 분이 

아이가 예쁘다며 다가와 벽그림과 샘플 책을 나눠준 적이 많았다.

그분들이 인사하며 다가오면 대답도 하지 않고 도망가기 바빴고, 심지어 그분들이 주신 좋은 자료도 

꺼내지도 않고 유모차에서 굴러다니다가 버린 적도 많았다.


이렇게 친정엄마까지 영업을 하셨고, 나에게 도움을 주려고 다가왔던 분을 피했던 내가...

내 인생에 절대 엄마처럼 창피한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내가....


내 나이 31살, 첫째 아이가 18개월이 되던 해에 인생의 새로운 길,

아동 도서 영업을 해보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다.



"네 성격에 절대 영업 못해! 상처 받지 말고 처음부터 시작을 하지 마..."


영업의 고수이신 친정 엄마께 가장 먼저 여쭤봤다.

평소 내 모습을 가까이서 많이 보셨고, 내가 엄마가 하는 일에 대한 반응을 보셨기에 어쩌면 엄마는 당연한 

대답을 하셨을 것이다.

그런데 엄마에게 너는 이 일 힘들어서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오기가 생기는 나의 마음을 보게 되었다.

엄마가 영업분야에서는 비교하지 못할 만큼 고수이자 선배였지만...

'엄마의 도움 없이 꼭 잘해봐야지!'라는 마음이 나의 첫 각오가 되었다.

© Counselling, 출처 Pixabay


하지만 30년이 넘도록 영업에 대한 편견을 깨지 못했던 나는 번번이 실패의 경험을 시작했다.


내가 아동도서 영업을 시작하게 된 첫 번째 계기는 첫째 아이의 애착 형성과 언어발달을 위해서였다.

첫째 아이를 맡기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겠다고 아이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옮겨가며 맡긴 것이 

늘 죄책감으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엄마와 가장 중요한 애착형성시기를 놓쳤고 모든 발달이 늦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항상 미안함과 막막함이 가득했던 시기였다.


그런 시기에 우연히 출판사에서 진행한 '애착형성을 위한 유아 독서법'에 대한 강의를 듣고

유아시기의 독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독서 관련 강의를 해보고 싶다는 저의 꿈이 몽글몽글 생기기 시작했다.

강의를 들어보니 나처럼 초보 엄마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강의였고, 그런 강의를 나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출판사 국장님께 여쭤보니 영업 경험을 먼저 하면 기회가 온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다.


이렇게 아이에게 꼭 필요한 책이고 이것을 엄마들에게 전달하는 일이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에

영업을 열심히 하다 보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인 강연도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먹고 영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좋은 책을 누구에게 가서 이야기를 해야 할지부터 막막함이 몰려왔다.

지인에게 절대 가기 싫었지만...

그래도 아이가 있고 나와 친분이 있으니까 이야기를 들어주겠지...라는 마음으로 첫 상담을 가게 되었다.

하지만... 가기 전에 가득 찼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고....

심지어 아동도서 영업을 시작했다는 말도 한마디 꺼내지 못하고 수다만 떨고 돌아오는 첫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

© 1388843, 출처 Pixabay


지인에게는 도저히 이야기하기 어려우니 이번엔 아파트에서 매주 열리는 장터로 개척 영업을 하러 

나가게 되었다.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예쁜 풍선과 함께 전단지를 챙겨 들고 파라솔 앞에 섰지만...

말 한마디 건넬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이들 책은 정말 좋은데...

이것을 설명하라고 하면 잘할 수 있는데...

막상 설명할 사람을 찾으려 하니 그것부터 용기가 서지 않는 내 모습이 한심하기까지 느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었다.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겨울 어느 날...

같은 팀에 계셨던 팀장님께서 개척을 나가보자고 하셨다.

당연히 추운 겨울이니 길거리에 사람은 없었고, 굳이 이런 날씨에 나오자고 했던 팀장님을 마음속으로 

원망하고 있는데... 따뜻한 차 한잔 하러 가자고 하셔서 따라나섰다.



"많이 힘들지?"


팀장님의 이 한마디에 눈물이 터져버렸다.

수습하기 힘들 만큼 펑펑 울고 나니 팀장님께서 토닥토닥 위로해주시며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처음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업을 상대방에게 아쉬운 소리를 한다는 생각을 해.

하지만 이 일은 절대 상대방에게 부탁하는 일이 아니야.

네가 너에게 이 책을 사달라고 부탁하면.... 과연 사줄까?

이 책을 통해 너는 아이와 애착형성도 하고 가장 중요한 시기를 놓치기 전에

아이와 함께하는 독서법을 배워서 아이를 잘 키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하니까 사명감을 가져도 돼.

너는 이 책을 소개해주는 사람이고 엄마들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알려줄 수 있는 전문가야.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일은 너의 몫이지만 선택은 고객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질 거야..."


그날 참 많이 울었던 것 같다...

거절받았던 경험 때문에 속상해 울고, 이 일을 창피하게 느꼈던 스스로에게 속상해서 울고,

아이에게 미안해서 울고...


하지만 그날 저녁부터 아이와 더 열심히 놀이 독서를 했고, 점점 아이가 변하는 모습을 보며 일에 대한 

확신도 생기기 시작했다.

© geralt, 출처 Pixabay


"영업은 판매가 아닌, 나의 확신을 전달하는 것이다."


마음에 확신이 생기고 나니 내 말에 힘이 실리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해보게 되었다.

고객에게 가서 이 책을 꼭 팔아야지....라고 마음먹고 가는 날은 어김없이 실패를 경험했다.


하지만 우리 아이에게 왜 독서가 중요한지,

엄마가 아이와 어떻게 독서습관을 잡아줘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려고 하니 고객이 귀 기울여 듣고 

나를 믿고 계약까지 해보는 경험을 해보게 되었다.


이렇게 수많은 실패와 거절을 받아도 또다시 이 일을 할 수 있었던 힘은...

'일에 대한 사명감과 확신'이었다.


나의 일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느낄 때 상대방에게도 그 가치가 전달된다는 것.

사실 이런 마음은 영업뿐만이 아니라 모든 일이 같다는 생각을 한다.


-매일 쌓아놓고 독서를 즐겼던 아이들-
-부모 교육 강연 모습-

≪생각의 비밀≫의 저자인 김승호 회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실패하지 않았다면 자랑이 아니다. 언제 실패를 맛볼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실패를 부끄러워할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실패하지 않음을 염려해야 한다.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기만 한다면 어떤 실패든 성공의 가치를 지닌다.

성공은 사실 굉장히 간단한 원리를 따른다.

계속 실패해도 계속 도전하면 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성공해 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영업을 하며 힘들 때마다...

세일즈 매니저를 하며 인간관계에서 실패를 했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 구절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영업은 힘든 일이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유명한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영업부서는 가장 인기가 없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거절과 실패의 경험을 가장 많이 해보는 영업이라는 일이...

인생에 있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일인지를...


31살 이전의 나의 인생과

31살 이후의 나는 달라졌다.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알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도 많이 부족하고, 많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단단해질 수 있는 영업을 경험할 수 있었고 적지 않은 기간 동안 잘 버틸 수 있게 해 주신 친정 엄마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많이 배운다.


오늘은 이 세상의 영업하는 모든 분들을 뜨겁게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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