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정리ㅣ인생 일 막을 마무리하시는 모든 분들께

2025. 12. 11. 作

by back배경ground

시멘트 바닥 네모 반듯한 대여섯 평 공간
카운터는 저기 물건은 여기 진열해야지
인테리어는 화사하게 간판은 세련되게
공간을 채울 생각에 얼마나 설레었을까

쇼윈도 밖 사람들은 뭐가 그리 바쁜 건지
웬만하면 한 번쯤 들어와 볼 것도 같은데
앞만 보고 폰만 보고 가느라고 분주하네
경기가 좋지 않다니까 조금만 견뎌보자

아니 아닌 것 같아 아무래도 내 잘못이야
내가 정한 아이템이 적절하지 못했나 봐
사람들은 다들 앱에서 물건을 산다는데
단가를 맞추는 게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

여기까지인 것 같다 그만하자 그만두자
들어간 돈이 아깝지만 죽으란 법 있겠어
인생 새옹지마라니까 너무 울지는 말고
업종을 바꿔서 제대로 한번 해보는 거야

그렇게 점포정리 네 글자를 내거실 적에
억지로 힘을 내는 그 마음이 어떠셨을까
들어오시는 손님들은 뭐가 좋아 웃는지
쓰린 속을 몰라주어 얼마나 야속했을까

엄마의 자궁에서 심장이 뛰기 시작할 때
나란 생명이 처음으로 세상에 노크할 때
나라는 공간 안에 당당하게 발을 디딜 때
한 기업을 이루리라는 큰 꿈이 있었는데

한 글자에 한숨 한 번 네 글자를 적고 있는
지난 시간 흐른 인생이 억울하기도 하고
싸다고 휘젓는 손길이 아프기도 하지만
그래 완전히 비워줄게 다시 채우기 위해


(4+16+16×4×7=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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