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문제ㅣ나도 못하는 일을 시키는 내가 괴로워서

2025. 12. 15. 作

by back배경ground

어쩌면 아빠는 오늘을 예감했을지 몰라
해나가 쪽쪽이를 떼도 울지 않게 된 순간
포동포동한 어린이집을 벗어나던 순간
많이 땀 흘렸던 유치원을 졸업하던 순간

긴장하는 해나의 몸짓을 지켜봐야 하고
당황하는 해나의 표정을 목격해야 하고
떨어지는 해나의 눈물을 닦아줘야 하는
또 틀렸잖아를 반복하는 오늘을 말이지

그때는 네가 숨을 쉬는 것으로도 옳았어
많이 먹고 푹 잠자는 것으로도 분명했어
종일 매일 햇빛 쐬는 것으로도 선명했어
내가 해나를 사랑하는 아빠라는 사실이

엄마 아빠는 무엇이 좋아서 축하했을까
해나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말이야
천장이 높던 강당에서 입학식을 마치고
작은 운동장을 뛰어다니던 네게 말이야

너의 앞에 펼쳐졌던 언덕과 공터를 떠나
몰래 숨겨두었던 수풀 속 막대기를 잊고
매끈하고 반질한 종이 몇 장 늘어놓고서
문제 투성이 문제들만 쳐다봐야 하는데

글씨를 또박또박 쓰지 않는 게 잘못일까
숫자 하나 잘못 셈했다고 키가 줄어드나
집중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나이 아닌가
왜 그렇게 다그치고 야단을 치는 것인지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는 우리 해나에게
아니라고 안된다고 틀렸다고 말하는 게
나는 정말 맞는 건지 헷갈리고 어려워서
틀린 문제라고 쓰고 아빠 되기라고 읽어


(4+16+16×4×7=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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