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2집]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삶에서 어떤 일들은 어째서 잊혀지지 않는 걸까?
많고 많은 일들이 그냥 잊히고 마는데..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잊혀지지 않는 장면들을 나에게 남겨주었어. 그중 하나는 영화 초반 정원(한석규 씨)이 버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이야.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무심히 창밖을 내다보는 정원의 모습.
정원이 지인의 장례식에 다녀오던 길이었던 걸로 기억해. 버스 안에서는 산울림의 노랫말이 들리고 있었지. 김창완 아저씨의 꾸밈없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이야. '그런 슬픈 눈으로 나를 보지 말아요. 가버린 날들이지만 잊혀지지 않을 거예요.' 하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정원도 역시 생을 마치는 중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제야 버스에 앉아 창밖을 보던 정원의 모습과 얼굴이 내 기억에 각인되었고. 그때 정원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 장면을 통해 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쩌면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은 그때의 나를, 내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인지도 모르겠어. 잊혀지지 않는 장면 속에서 나는, 외로웠고 슬펐던 것 같아. 사실 그때는 무슨 일을 겪고 있는 건지도 알지 못했어.
그냥 헛헛했던 그 시기를 지나치고 난 후 잊혀지지 않는, 문득 떠오르는 장면으로 남게 되었을 때부터 조금씩 알게 되었지. 그때 나는 이런 상황이었구나. 이런 생각이었구나. 이런 감정이었겠구나.
실연했던 아픔은 잊혀지지 않는 나무에 맺힌 설익은 첫 열매에 불과했어. 초실(初實)을 시작으로 많은 과일들이 맺혔어. 불과 얼마 전의 일들부터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진 줄로만 알았던 어린 시절 기억들까지.
지금의 내가 그때로 돌아가 그때의 나를 마주친다면 잘 위로해 줄 수 있을까? 아니, 서투른 위로의 말도 꺼내지 못할 것 같아. 때가 되면 알게 될 거란 무책임한 말은 더더욱 내뱉지 못할 것 같아.
내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내가 어떻게 짧은 말로 치유하려 들 수 있겠어? 아마 나는, 그냥 먼발치에서 엿보고 있을 거야. 같은 마음으로 따로 울고 있을 것 같아.
"잊혀지면 그만인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어.
세월 가면 잊혀지려나 하지만 그건 쉽지 않을 텐데"
[여행스케치 2집]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잊혀지면 그만인 것을
알면서도 어쩔수 없어
세월가면 잊혀지려나
하지만 그건 쉽지 않을텐데
눈감으면 기다려 지는
아득히 떠오르는 그대 모습에
가슴 조이며 애태워도
하지만 이젠 잊어야 하는걸
미운건 아냐 사랑도 아냐
그저 내게 남은건 너의 고운 모습뿐
기쁨도 아냐 슬픔도 아냐
그냥 어쩔수 없는 마음 안타까울 뿐인데
잊혀지면 그만인 것을
알면서도 어쩔수 없어
세월가면 잊혀지려나
하지만 그건 쉽지 않을텐데
https://youtu.be/PZSq1qMIE5M?si=5vhNvUowL2sGnwg2
p's) 작사가님께 물어요
거의 30년이 지난 지금, 잊혀지지 않는 그 마음은 어떻게 변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