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펑스 미니앨범] Viva 청춘
십 년은 꽤 오랜 시간이지만, 그때 일들은 꽤 생생하게 기억나기도 해. 그런 면에서 십 년은 그리 오랜 시간이 아닐지도 몰라.
근데 이 생각은 십 년 전 사진을 들추어 보는 순간 무너져버리고 말아. 사진 속에 있는 나는 지금의 나보다 더 샤프하고, 뽀샤시해 보이거든. 이 내가 저 나보다 훨씬 오래돼 보이기 때문에 그럴 거야.
'십 년 전 나는 참 어렸었구나.' 하는 깨달음은 여느 깨달음과는 달라. 나를 초라하고 서글프게 만들곤 해. 혹시라도 누가 '그 시간을 뭐 하고 바꿨어?' 하고 물어볼까 봐. 아무래도 만족스런 대답은 할 수 없을 것 같거든.
그래선지 몰라도 우리네 어머니들은 할머니가 되면서 점점 사진기를 피하셔. 사진 찍히기를 거부하셔.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고 싶다고 해서, 지금 돌이켜보면 꽤나 괜찮았던 그 시절까지 삭혀 버리기는 너무 아깝지.
고급 가죽을 잘 관리하면 시간이 지나도 깊고 은은한 빛깔을 낸다지만, 어디까지 그건 죽은 가죽일 때 얘기야. 모름지기 살아있는 가죽은 인생이라는 거친 환경에 낡고 해지고 주름지기 마련이고.
해안 절벽의 암석이 절경을 이루는 이유는 제 자리에서 묵묵하게 바람과 파도를 맞았기 때문이잖아. 우리도 그렇지 않을까? 지나 버린 시간 동안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자책하지만, 실은 그 시간은 우리를 깎아내는 데 사용되었는 걸.
누구도 그냥 시간을 흘려보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 그러니 이전의 나를 마음껏 좋아하고 자랑하고 그리워하자.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는 것도 그때 나는 분위기 있었어. 거리를 거니는 모습도 그때 나는 멋졌었고, 박물관을 돌아다닐 때도 그때 나는 근사했어. 하물며 낯선 여행지에서 배낭을 메고 지도를 보며 이 모든 것들을 하는 나는 어땠겠어?
십 년 전 이맘때, 보다 어렸던 너와 나는 결혼을 했어. 그리고 포르투갈, 스페인, 독일을 여행했지. 무엇보다 스페인에서의 인상은 지워지지 않네. 세비야에서 스페인 광장의 야경을, 그라나다에서 알함브라 궁전의 풍경을, 바르셀로나에서 걸었던 거리를 말야.
가우디 투어를 하는 중에 유선 이어폰에서 들려왔던 이 노래. 음질은 투박했지만 허공을 가로지르는 아침 햇살과 얼굴에 부딪히는 서늘한 공기와 시야를 메우는 근사한 풍경들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던 것 같아.
노래를 들으며 길을 걸었던 마지막 기억이 이렇게 충분할 수 있다니...
"바람이 분다. (니가) 웃는다. 햇살은 부서진다.
공기가 달다. (니가) 참 좋다. 청춘은 또 빛난다.
반짝여라 젊은 날 반짝여라 내 사랑"
[딕펑스 미니앨범] Viva 청춘
꽤 오래된 스니커즈 그 허름한 편안함
널 만나러 가는 길은 설렘
자꾸 걸음이 빨라져
음 너와 둘이서 걸으면 말야
왠지 좋은 데로 가는 기분이야
어디라도 난 좋은걸
바람이 분다 (니가) 웃는다
햇살은 부서진다
공기가 달다 (니가) 참 좋다
청춘은 또 빛난다
반짝여라 젊은 날 반짝여라 내 사랑
늘 거닐던 이 거리 그 익숙한 다정함
고개 돌려보면 니 옆얼굴
나도 모르게 웃곤 해
음 너의 얘기를 들으면 말이야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져
언제라도 난 좋은걸
바람이 분다 (니가) 웃는다
햇살은 부서진다
공기가 달다 (니가) 참 좋다
청춘은 또 빛난다
반짝여라 젊은 날 반짝여라 내 사랑
VIVA
https://youtu.be/FODnA8jGC0Q?si=X5DDkAmk8ojG96j-
p's) 작사가님께 물어요
작사가님도 스페인 가우디 투어 해보셨나요? 이어폰에서 흐르는 'Viva 청춘'을 들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