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ipping through my fingers'

[ABBA 1981, The visiters]

by back배경ground

명동에 있는 백화점에 들러 식당가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한 층씩 오르면서 로비가 점점 멀어지더니 불빛들이 어그러지며 근사한 풍경을 이루었다.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가 눈앞에 들어오는 순간, 너무 멋지다는 생각에 사진을 한 장 찍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올라탄 에스컬레이터가 멈추지 않고 올랐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터는 멈추지 않는다.
내리기 전까지. 고장 나기 전까지.
시간도 그렇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니 엄마 태에서 심장이 뛰기 시작할 때부터 우리는 시간이라는 에스컬레이터에 오른다. 그 에스컬레이터는 지금 이 순간까지 멈춘 적이 없다. 우리가 살아 숨 쉬는 까닭이다.

놀이기구를 탈 때처럼 순식간에 지난 시간도 있었다. 바다를 건널 때처럼 느리고 지루한 시간도 있었다. 시간의 맛은 하나였지만 가지각색으로 느껴졌다.

그 시간을 보려고 고개를 들어 시계를 쳐다보니 내 손목시계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충전만 하면 계속 쓸 수 있는 시계가 아니라 좁은 관 사이로 모래가, 시간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시계.

아래에 쌓인 모래가 위에 있는 모래보다 많아 보였다. 위에 남은 모래가 아래에 있는 모래보다 적어 보였다.

이왕 고개 들은 김에 더욱 빳빳이 들어 신께 항변하였다.

"시간이 한 없지 않다는 걸 이제야 알게 하시다니, 모래가 이 만큼밖에 안 남았는데 너무 짓궂으신 것 아닌가요?"

신께서 답하셨다.

'사람은 항상 빈 곳만 쳐다보았다. 아래쪽이 비었을 때는 아래만 쳐다보면서 빈 곳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했다. 그렇게 자기가 채워놓은 것이 떨어지는 모래에 다 덮이고 나니 그제야 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제는 비어 가는 위쪽만 쳐다보며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아래쪽도 아니고 위쪽도 아니면, 제가 쳐다봐야 할 곳은 어디인가요?'

신께서는 온화하지만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한번 쳐다보시고는, 그 무거운 눈빛을 천천히 어딘가로 돌리셨다. 그 눈빛이 머무른 자리의 끝에는 위와 아래를 잇고 있는 좁은 관이 있는 것 같았다.

'저 좁은 관을 보라는 말씀이신가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나는 좁은 관에 손을 집어 넣었다. 떨어지는 모래가 손바닥에 가득 쌓이더니 이내 손가락 사이사이를 비집고 떨어졌다. 거친 줄만 알았던 모래의 감촉이 어찌나 부드럽고 시원한 지 힘껏 움켜쥐었다. 하지만 움켜쥘 수 없었다.

움켜쥐려, 움켜쥐려고 한참을 애 쓰다가 문득 알았다. 오직 나에게 주어지는 시간이란 떨어지는 모래의 감촉을 느끼는 그 찰나의 순간임을. 그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것이, 살아내는 것이 인생임을. 삶이라는 것을

해나를 낳고 해나가 이렇게 크면서, 그 순간들이 내가 붙잡고 싶은 삶이라는 것을 알았다.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I try to capture every minute.The feeling in it.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ABBA 1981] Slipping Through My Fingers

Schoolbag in hand, she leaves home in the early morning
Waving goodbye with an absent-minded smile
I watch her go with a surge of that well-known sadness
And I have to sit down for a while

The feeling that I'm losing her forever
And without really entering her world
I'm glad whenever I can share her laughter
That funny little girl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I try to capture every minute
The feeling in it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Do I really see what's in her mind
Each time I think I'm close to knowing
She keeps on growing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Sleep in our eyes, her and me at the breakfast table
Barely awake, I let precious time go by
Then when she's gone there's that odd melancholy feeling
And a sense of guilt I can't deny

What happened to the wonderful adventures
The places I had planned for us to go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Well, some of that we did but most we didn't
And why I just don't know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I try to capture every minute
The feeling in it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Do I really see what's in her mind
Each time I think I'm close to knowing
She keeps on growing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Sometimes I wish that I could freeze the picture
And save it from the funny tricks of time
Slipping through my fingers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Schoolbag in hand she leaves home in the early morning
Waving goodbye with an absent-minded smile


https://youtu.be/hRr7qRb-7k4?si=DUoqg-6gHufjnc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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