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했던 날들이여 이젠 안녕 '

[Psy 6갑 part1] 뜨거운 안녕

by back배경ground

구름 같은 인생이라는 말은 그나마 적절한 듯 해. 어떤 모양처럼 보이다가도 이내 바뀌어 버리는 성격이 둘 다 꼭 같지. 인생을 한 문장으로 담아보려고 애쓰지만, 그런 노력들이 어딘지 허전해 보이는 이유가 이런 성격 때문인 것 같아.

뒤집어 생각해 보면 바로 이런 성격이라서 인생을 한 문장으로 담을 수 있는 거야. 사람마다 보이는 형태가 너무 선명하기에, 때마다 보이는 모양이 무척 분명하기에 서슴없이 '인생이란' 네 글자를 적는 거지.

요즘 내게는 '인생이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라는 말이 와닿아.

지금껏 저장했던 전화번호들을 빠짐없이 나열해 보자. 그러고 나서 지워도 괜찮을 번호들을 추려보는 거야. 이렇게 그동안의 만남과 헤어짐 들을 한번 셈 해보면 어떨까?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을지 않을까?

만일 딸에게 처음 전화기가 주어진다면 엄마, 아빠 번호가 제일 먼저 저장되겠지.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 고모, 삼촌, 사촌오빠 전화번호가 이어서 저장될 테고. 모르지. 유치원 절친, 학교에서 사귄 고양이 회사 친구들 번호가 먼저 저장될 지도...

그러다 어느 때가 되면 반 아이들 번호가 모두 저장되고, 학교 선생님들 번호가 저장되고, 학원 번호가, 낯선 동기들과 선후배 번호가, 티브이에 나온 맛집, 자꾸만 전화 오는 보험사, 별로 저장하고 싶지 않은 직장 상사 번호까지 끝내 저장되는 날이 올 거야.

어쩌면 만남이란 조금은 일방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


밀려드는 만남에 떠밀린다는 생각이 들 때쯤, 우리는 조금씩 헤어짐을 선택하게 돼. 저장된 번호들을 하나 둘 지워가기 시작하지. 그동안의 만남들 중에서는 깔끔하게 헤어지는 번호도 있고, 만남과 헤어짐 그 사이 어딘가 어중간한 번호도 있어.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스치듯 안녕하며 헤어짐을 고해.

문제는 내가 지우지 못하고 남아 있는 번호들이야.


전화기를 잃어버려도, 내가 전화번호를 바꿔도 끝까지 나와 연결되어 저장돼 있는 번호들. 이들이 결국 우리를 슬프게 만들거든.

슬퍼지는 이유는 내가 선택하지 않았지만 이들과의 헤어짐도 예정된 수순이기 때문이야. 매일 '안녕'하고 나눴던 인사를 마지막으로 '안녕'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야. 익숙했던 번호들을 지워야 하는 날이 언젠가 일어나고, 오랜 시간 적혀 있었던 만큼 지우고 남은 흔적이 선명하기 때문일 거야.

나는 새로 저장될 번호들보다 지워가야 할 번호들이 훨씬 많은 삶을 살고 있어. 한편으로는 내가 오래도록 남고 싶은 누군가에게서도 내 번호가 지워지겠지. 그런 이들과 같은 하늘 아래 얼굴을 마주하며 살아가지만, 이들에게 마침내 '이젠 안녕'을 고할 준비를 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동안 행복했어 이젠 안녕을 고하는데 행복했던 날들에 대해서 서로 이견이 있다면 좀 '웃프겠지?'


"소중했던 내 사람아 이젠 안녕 (그래 그래 이젠 안녕) 찬란하게 반짝이던 눈동자여 (그대 그대 눈동자여) 사랑했던 날들이여 이젠 안녕 (그래 그래 이젠 안녕) 달빛 아래 타오르던 붉은 입술. 떠난다면 보내드리리. 뜨겁게 뜨겁게 안녕 "


[Psy 6갑 part1] 뜨거운 안녕

불타 올랐던 남과 여 나 없이 괜찮니 넌
죽기 아니면 까무러칠 줄 알았어
미칠 줄 알았어 지칠 줄 알았어
그리워 너 미워
근사했고 감사했고 자기야 자기야 밤새 했고
이젠 오래돼버린 한 조각조각이 나도 너무 나서
하도 오래된 일이라서 나도 사는 게 바빠서
그만 맘에도 없는 말
그만 숨어서 한숨만
그만 우리 함께 했던 날
나만 미쳐 가는 걸까

소중했던 내 사람아 이젠 안녕
(그래 그래 이젠 안녕)
찬란하게 반짝이던 눈동자여
(그대 그대 눈동자여)

사랑했던 날들이여 이젠 안녕
(그래 그래 이젠 안녕)
달빛 아래 타오르던 붉은 입술
떠난다면 보내드리리
뜨겁게 뜨겁게 안녕

https://youtu.be/BD3MbtUBuTM?si=16SF_PAmwzROSOFS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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