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관람ㅣ서로를 향하기 위해 잠시 같은 곳을 보자

2025. 12. 30. 作

by back배경ground

어릴 적 겨울 일요일 아침 우리 집 풍경
퍼즐 마냥 빼곡하게 깔린 이부자리에서
한기가 도사리는 이불 밖에 나가기 싫어
땅 속 굼벵이처럼 웅크린 채 누워 있으면

아침밥 먹자는 엄니 호령에 이불을 걷고
밥상이 밀려 들어오면서 티비가 켜졌어
그 시간이면 한 지붕 세 가족을 했었는데
순돌이랑 순돌이 아빠만 아직 기억나네

좁다란 밥상에 다섯 식구가 붙어 앉아서
달그락 소리를 내며 바쁘게 밥을 먹었어
자리가 모자랐지만 티비 앞은 비워놨어
식구들 모두가 한 곳을 쳐다봐야 했거든

몇 년이 지나서 한 지붕 세 가족이 끝나고
무슨 새로운 드라마를 이어서 했었는데
김혜수 님 이종원 님이 나왔던 기억이 나
인터넷을 찾아보니 짝이라는 드라마야

짝을 볼 때는 우리 집 풍경이 달랐을 거야
누나들도 고등학생이고 나도 훌쩍 컸고
무엇보다 남녀에 관심 많던 사춘기여서
혼자서 유심히 그 드라마를 봤던 것 같아

이종원 님이 김혜수 님과 식탁에 앉아서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어 좋다고 하니까
김혜수 님이 이종원 님의 얼굴을 돌리며
이렇게 서로를 바라보는 것도 좋겠다고

아내와 해나와 함께 서커스를 보았는데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하나 같이 좋아했어
서커스처럼 신나고 재밌지는 않겠지만
서로를 바라보면서도 이렇게 좋아하자


(4+16+16×4×7=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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