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하류ㅣ돌덩이는 구르고 깎여서 조약돌이 되고

2025. 12. 27. 作

by back배경ground

하천 상류에는 크고 모가 난 돌이 쌓인다
하천 하류에는 작고 둥그런 돌이 쌓인다
크고 모가 난 돌이 하천에서 구르고 굴러
깨지고 깎여서 작고 둥그런 돌이 되었다

마음이라는 하천에도 돌덩이가 생긴다
언제 어디서 나는지 몰라도 질기게 난다
모가 나서 날카롭고 울퉁불퉁 큼직하여
한두 개만 들어서도 좁은 마음이 꽉 찬다

날카롭게 모난 돌은 어디서 나타났을까
울퉁불퉁 모난 돌은 왜 그 모양이었을까
크고 각진 돌은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데
어떻게 굴러 굴러 하류까지 가는 것일까

졸졸 흐르는 냇물에 돌덩이에 틈이 났다
틈을 파고든 물길에 돌덩이가 쪼개졌다
콸콸 불어난 강물에 돌덩이가 굴러갔다
이 돌덩이가 저 돌덩이에 밀려 쫓겨갔다

정신없이 쪼개지며 굴러가며 쫓겨가며
다다른 곳은 한적하고 널따란 곳이었다
어느 돌덩이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르는
자그마하고 매끄러운 돌들이 가득 찬 곳

두껍고 딱딱한 등산화에만 밟혀왔는데
다가와서 신을 벗고 맨 발로 걸어 다녔다
돌덩이였는데 예쁜 이름도 붙여주었고
어리고 보드란 손들이 어루만져주었다

마음이라는 하천에는 조약돌이 쌓인다
언제 어디서 생겼는지 모르는 돌덩이가
틈이 나고 쪼개지고 구르고 쫓겨가면서
반짝이고 매끄럽고 애틋한 돌이 되었다


(4+16+16×4×7=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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