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4.作
설날이면 방앗간에서 가래떡을 맞췄다
어머니께서 방앗간에 쌀을 갖다 주실 때
따라가서 돌아가는 기계를 보고 있으면
동그랗고 기다란 가래떡이 쭈욱 나왔다
속 시원히 뿜어져 나오는 희열이 있었다
이런 표현을 쓰면 미간 찡그릴 듯 싶지만
아무튼 한창나이 때 여드름이 뾱 뽑히듯
뜨겁고 찐덕한 가래떡은 젊음 자체였다
그러나 빠져나오기 무섭게 잘려 나갔다
댕강 잘린 가래떡은 꼬로록 물에 잠겼다
찐덕찐덕 뜨겁던 모습은 이내 사라지고
쫀득쫀득 찰기만 품은 모습으로 남았다
일부는 그 상태 그대로 그릇에 올려졌다
삼분의 일 사분의 일 정도로 성큼 잘려서
있는 그대로의 맛이 덮이고 가려지도록
꾸덕한 꿀과 함께 아니 꿀에 뒤딸려 갔다
남겨진 가래떡들은 오와 열을 맞춰 섰다
노예선상의 노예들 마냥 겹겹이 쌓였다
쫀득쫀득한 표정을 싹 걷어내기 위해서
싸늘하고 적막한 곳에 남겨져 방치됐다
겁을 먹은 가래떡들은 표정이 굳어갔다
찐덕하던 뜨거움도 쫀득하던 설레임도
온데간데 사라지고 막대기가 돼버렸다
다루기가 쉬울 대로 쉬운 존재가 되었다
저항 한 번 못해보고 잡히는 대로 끌려가
칼을 대는 부위만큼 서걱서걱 잘려졌다
이 만큼은 떡국이고 저만큼은 라면이야
싱싱한 쌀이었는데 뭉개져서 떡이 됐다
(4+16+16×4×7=4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