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죽을 순 없어. 버킷리스트 다 해봐야 해.'

[이찬혁 솔로 1집 Error, 2022] 파노라마

by back배경ground

'찬혁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이찬혁 님이 이 말을 듣기 전에 먼저 들어야 했던 말은 'GD병 걸렸네'였다. 'GD병'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나는 잘 모른다. 말하는 이는 무슨 의미인지 알려나? 그냥 실컷 비웃어 주기 위해 꺼내든 카드라는 것으로만 충분할 수도. 7땡을 내밀며 비웃던 이들에게 이찬혁 님은 여유롭게 장땡을 던졌다.

우리는 더 이상 이찬혁 님에게 'GD병'이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찬혁이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한다. 나이가 들면서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신선한 노래와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노심초사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으로 대중을 만족시키는 이찬혁 님의 인생, 과연 어떨까?

우리는 인생이 재미없다. (일단 그렇다고 하자.) 이찬혁 님이 아니기에, 재능 때문이든 노력 덕분이든지 간에 이찬혁 님과 같은 결과물을 낼 수 없기에, 우리는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다. 남의 돈을 내 주머니로 가져오면서도 늘 얼굴은 죽상이다. '이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데' 하는 한탄과 함께...

'하고 싶은 거 다 해.'

이 말은 비단 이찬혁 님에게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다. 우리도 우리 스스로에게 이것을 말하고 싶다. 말하고 싶어서 눈치를 본다. 우물쭈물한다. 그 말 한마디를 시원하게 해주지 못해서 속상해한다. 왜 그럴까? 이찬혁 님만큼 빛나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걱정 때문일까?

우리가 한 일에 대한 성과가 걱정된다면, 그 일의 결과물을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얘기다. 시험 성적표를 기다리는 부모님, 보고서를 기다리는 팀장님, 음반을 기다리는 팬들처럼 이들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 준다. 일종의 이해관계자들인 셈이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를 만족시켜 주기란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해관계자들이 필요로 하는 일, 원하는 일을 선택하게 된다. 품위 있는 삶을 유지하려면 이해관계자들의 지원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해관계자들에게 시선을 집중하면 그들은 우리에게 우리가 할 수 있을 법한 일을 준다.

결국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물론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보다 이해관계자들의 니즈에 가까이 있다 보니 그들의 이해를 충족시키기가 더 유리하다. 우리가 한 일을 상대에게 설득하는 과정에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육하원칙 중 절반 이상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이해관계자들에게서 인정을 받고 나에게 필요한 지원을 얻어내기가 수월해지는 셈이다.

타인의 인정과 보상을 받는 일은 또한 그 자체로 값진 일이기도 하다. 우리가 동물과 다르게 태어난 이상 타인의 인정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다. 게다가 자연에서 자급자족 하기에는 너무도 연약한 우리는 집단 시스템 안에서 보상에 기대며 살아야 한다. 인정과 보상은 우리가 개인으로서 존재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재하게 해주는 근원이 된다.

하지만,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철학자들이 등장하여 일생동안 끌어안고 고민한 질문들을 아직도 고민한다. '나는 누구인가?' 게다가 세상이 영원할 것처럼 살아가다가 인생은 손바닥 한 뼘만큼 짧다는 비밀을 깨닫게 되면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이제 진실의 시간이다. 솔직해지자. 냉정해지자. '밑도 끝도 없이 지원해 줄 테니,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하고 신께서 말씀하신다면, '네, 제가 하고 싶은 이것입니다.' 하고 바로 말할 수 있을까? 떳떳하게 말할 수 있을까? 아니라면, 그렇지 못하다면, 왜 이제껏 사는 동안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을까?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내려 오신 분들이라면 브런치 작가님이실 테고, 그래도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들이실 것이다. '브런치 작가님, 글쓰기가 하고 싶다는 것을 언제, 어떻게 깨닫게 되셨는지요?' 우리들 중 초등학교 때 일기 숙제, 글짓기 숙제를 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런데 글쓰기가 좋다는 것을 깨닫고, 글쓰기를 하리라고 결심한 때와 배경은 천차만별이다.

이 시점에서 이 연사는 이렇게 외치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은 인생이라는 해변에 떨어뜨린 동전을 찾는 일과 같다고. 푹푹 발이 빠지는 모래밭을 돌아다니기란 녹녹지 않은 일이다.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온종일 돌아다녀도 못 찾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찾기를 멈추는 사람에게는 결코 발견되지 않는다.

끝까지 찾는 사람에게만 어느 날 갑자기 '반짝'인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버킷리스트 다 해봐야 해. 짧은 인생 쥐뿔도 없는 게 스쳐 가네 파노라마처럼"


[이찬혁 솔로 1집 Error, 2022] 파노라마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잠에서 일어나
악몽을 꾼 것 같은데
나를 둘러싼 사람들
고장 나버린 내 몸을 두고
저 돌팔이 의사가 사망 선고를 하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버킷리스트 다 해봐야 해
짧은 인생 쥐뿔도 없는 게
스쳐 가네 파노라마처럼
Ooh-hoo-ooh
Ooh-hoo-ooh
스쳐 가네 파노라마처럼
난 분명 걷고 있었는데
마지막 기억이
한마디 뱉어야 하는데
어, 심장이 점점 굳어가고
뒤집어엎는 가족들 왠지
이 코믹 같은 상황이 받아들여지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버킷리스트 다 해봐야 해
짧은 인생 쥐뿔도 없는 게
스쳐 가네 파노라마처럼
거짓말하지 마, 꿈이잖아
깨워줘 당장, yeah (놔두고 온 게 너무 많아)
이렇게 죽을 순 없어
Ooh-hoo-ooh
Ooh-hoo-ooh
스쳐 가네 파노라마처럼
Ooh-hoo-ooh
버킷리스트 다 해봐야 해
짧은 인생 쥐뿔도 없는 게
스쳐 가네 파노라마처럼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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