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예쁜 말은 남다르네
수요일 아침은 전체 부서원들에게 주간업무 작성을 하도록 독려하는 날이다.
목요일 오후에는 정리된 주간업무를 가지고 상무님 미팅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매주 반복되는 일이지만 주간업무 취합은 빚 독촉하는 것마냥 부대끼는 일이다.
지난 주 수요일은 새롭게 개비된 양식에 주간업무 작성을 해달라고 해야했다.
어떻게 말을 해야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을지 늘 고민하고 눈치를 보는데,
바뀐 양식으로 인해 볼멘소리들이 나오지는 않을까 다독거려야 했다.
'바뀐 주간업무 양식이 입맛에 잘 맞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로 운을 띄웠다.
그랬더니 옆자리 직원분이 전체 메신저 방에서 이렇게 답을 보냈다.
'ㅇㅇ님께서 작업을 많이 해주셔서 편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굴림체 외에는 간결해서 입맛에 맞습니당.' (참고로 굴림체는 정해진 양식)
와, 이건 마치 미리 준비해서 말 나오기를 기다렸던 것 같잖아.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직원은 가끔씩 이런 애틋한 코멘트를 단다.
그리고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이런 멘트가 꼭 필요한 그 순간에 보낸다.
그 동안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 예쁘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봐 왔지만
상대방 마음이 퍽퍽한 순간을 이렇게 순간적으로 알아차린 사람은 못봤던 것 같다.
그래, 상무님께 예쁨 받는 이유가 있었네. 동료들에게 인정 받는 이유가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