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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orba Nov 25. 2023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파타고니아 브랜드 철학 이해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

이전에 프리워커스 책을 읽으면서 브랜드 이야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서점에서 눈에 띄는 책을 발견했으니, 바로 파타고니아의 이야기를 담은 '파도가 칠 대는 서핑을'이다. 파타고니아 제품을 즐겨 입는 한 팬으로서 도저히 지나칠 수 없어 그 자리에서 결제를 하고 집으로 달려와 책을 읽기 시작했다. 파타고니아 창립자인 이본 쉬나드가 직접 집필한 책인데, 책은 크게 파타고니아의 역사와 브랜드 철학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에 푹 빠져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 비로소 크게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참 멋진 사람이 멋진 브랜드를 만들었구나.'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이본 쉬나드는 등반가였다. 그가 등반을 즐겨할 시기에는 지금처럼 아웃도어 액티비티가 인기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활동을 하는 데 있어 필요한 장비나 옷이 마땅치 않았다. 그는 자신과 친구들이 등반을 하는 데 있어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들면서 의도치 않았지만 파타고니아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우리 마음속의 최우선은 품질이었다. 적절치 못한 도구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었고, 우리 자신이 우리 제품의 최대 고객이었으므로 죽음에 이르는 그 사람이 우리가 될 수 있었다.' 중요한 건 그가 자신이 필요하는 제품을 최고의 품질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만들 때 그는 항상 제품의 본질인 '목적'을 희생시키지 않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의 친구들은 모두 액티비티를 좋아했기 때문에, 신규 직원을 고용하는 것을 굳이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그런 쉬나드와 친구들 그 누구도 사업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지 않았다. 사업은 그저 등반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비용을 마련하는 수단이었다. 본인이 진정 좋아하는 것을 하며 돈을 번다.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그러던 중, 점점 암벽 등반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쉬나드가 만든 피톤이라는 제품이 많이 팔리기 시작했다. 피톤은 그들 사업의 중추였지만, 그 사업으로 인해 그들이 사랑하는 압벽들이 훼손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과감하게 피톤을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는 결단을 내린다. 목적을 그 무엇보다 중요시 여길 때 내릴 수 있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사업이 확장되었지만, 쉬나드는 '일은 늘 즐거워야 한다는 점'을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근무는 유연해야 하며, 파도가 좋을 때는 서핑을 하고 함박눈이 내리면 스키를 타야 하고, 아이가 아플 때는 아이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일과 놀이와 가족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게 그에겐 무엇보다 중요했고, 이 단순한지만 중요한 철학은 아직도 파타고니아에 남아있다. 그러는 와중에도 항상 환경을 보호한다는 중요한 신념 아래에서 브랜드를 이끌어왔으며, 아직도 수많은 환경 캠페인을 주도하고, 환경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제품을 만들어오고 있다.


파타고니아가 지침으로 삼고 있는 철학들 중에서 깊이 새길만한 것이 참 많다.


제품 디자인 철학: 

- 파타고니아의 모든 디자인은 기능적 필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 적게 사고, 더 나은 것을 사라. 장식은 줄이고 디자인은 더 낫게 하라. 

- 내구성이 강한 제품을 만들고, 모든 제품은 수선할 수 있게 디자인되어야 한다. 

- 좋은 디자인은 최소한의 디자인이다. 

- 제품 라인을 단순하게 하자.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는 불행을 불러온다.

- 제품은 그 자체만으로 본질적인 가치를 지녀야 한다.


마케팅 철학:

- 파타고니아가 추구하는 진정성의 일부는 처음부터 이미지를 갖는 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에 있다.

- 파타고니아의 이미지는 인간적인 목소리이다.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들, 자신들의 신념에 대해 열정적인 사람들, 미래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표현한다.

- 파타고니아는 스토리 전체를 들려준다. 

- 사진은 진짜 활동을 하는 진짜 사람들의 사진을 이용한다. 

- 글에는 파타고니아의 철학이 명확히 담겨야 한다. 

- 고객의 신뢰는 광고비로 살 수 없다. 광고는 최후에 의지하는 수단이다. 광고는 믿을 만한 정보원으로써는 꼴찌이다. 


재무 철학: 

- 다른 모든 것을 올바로 행한다면 이익이 따라온다.

- 이익을 내고 환경을 위해 쓴다. (선행을 하는데 집중하고자 소수 주주가 지배하는 비공개 기업으로 남아있다.)


인사 철학:

- 전체적인 조화를 일구어 내는 사람에게는 보상을 하지만, 각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용인하지 않는다.)

- 일은 재미있어야 한다. 우리는 풍성하고 균형 잡힌 삶을 사는 직원들을 가치 있게 생각한다.


경영 철학:

- 최고의 리더십은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다.

- 외부인은 당신만큼 당신 사업을 잘 알지 못한다. 


너무 재밌게 책을 읽어서 주위 사람들한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열에 아홉은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어떻게 사람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있겠어. 운이 좋고 시대를 잘 타고난 것일 수도.' 아직은 내가 이상주의자라 그런지 몰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그러나 나이가 점점 먹어갈수록, 현실과 타협하게 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최근에 경함 한 것은 체력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점이다. 그리고 오랜 시간 보통의 일상을 반복하다 보니, 이를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점점 어려워진다. 학창 시절의 패기가 넘치던 모습이 점점 사라져만 간다. 그래도 진짜 거의 꺼져가는 불씨를 파타고니아 책이 조금이나마 살려주었다. 이제는 진짜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가 온 것 같은데, 아직까지도 따뜻한 이불 밖에서 나오기가 쉽지 않다.


'파타고니아라는 브랜드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었을까? '에 대해서 고민해 보았다. 내가 자라온 환경과 이본 쉬나드가 자라온 환경을 비교해 보았다. 여러 미국 브랜드의 스토리를 찾아보았다.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어릴 때부터 접하며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 브랜딩 한 파타고니아. 서핑을 할 수 없는 날에는 비슷한 느낌을 위해 스케이트 보드를 타다가 그에 맞는 신발을 브랜딩 한 반스. 스케이트 보드 서브 컬처를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슈프림과 팔라스 등. 이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다. 하지만 국내 브랜드에서는 스토리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나는 항상 그 브랜드의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을 즐겨하는 사람으로서, 국내 브랜드 옷을 많이 사지 않는다. 아마 국내 브랜드가 해외로 많이 뻗어 나지 못하는 것도 여기에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심심치 않게 생각을 해본다. 어떻게 보면 미국은 참 축복받은 땅이다. 태어나보니 암벽을 등반하고 낚시를 하고 서핑을 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것은 분명 가치관 형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결혼을 하고 나서 이런 날씨 좋은 데서 자연과 함께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져만 갔다. 보다 넓은 세상에서 보다 많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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