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형의 영향을 받아 18년도부터 자본소득을 위한 투자를 시작했다. 22년까지 모든 투자내역을 종합해 보니 큰 이익이 있지도, 손실이 있지도 않았다. 큰 노력 없이 대사를 바라는 태도를 가장 싫어하면서도, 투자에 있어서만큼은 나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 혼자 제대로 공부해보지도 않고, 주위에 투자를 잘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여 매매한 적도 많았다. 시장은 그래도 이런 나를 불쌍하게 여겼는지, 큰 손실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네이버를 맹신하다가 잃은 돈 천만 원을 다행히도 코인 자동 매매 프로그램을 통해서 메꾸었다. 내가 쓰고 있던 거래소는 FTX였는데, 그 사태가 발발하기 하루 전 업비트로 돈을 옮겨놨으니,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단타를 하며 잃은 돈 천만 원을 다행히도 작년 말 SOXL (필라델피아 반도체 레버리지 x3 ETF)로 메꿨다. 이렇게 아슬아슬한 줄다기를 하던 찰나에 나는 그간 보유하고 있던 SOXL을 팔고 TMF를 샀다. 올해 초의 일이었다.
채권 가격은 역사상 최저점의 수준이었다. 연준의 말도 안 되는 금리 인상 (자이언트 스텝이라는 말까지 나왔으니)으로 사실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 정도의 금리를 버틸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고, 그 시기에 4% 가 넘어가는 금리도 사실 납득이 잘 되지 않았다. 물가는 22년에 비해서는 꽤 잡히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미리 인하를 예측하고 모든 자산을 채권에 투자했다. 리스크를 크게 가져가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100% 투자한 것도 모자라, 3배 레버리지 상품을 투자했다. 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가지고 자산을 큰 위험에 노출시켰다. 아니, 사실 그때는 큰 위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주식보다 안전한 채권, 그것도 미국채 20년 장기 채권을 매수했고, 최근 들어 그렇게 높은 금리는 없었다. 이 이상의 금리는 미국 경제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 예상하였고, 빠진다 하여도 6불 정도겠지라는 아둔한 생각을 하였다.
올해 초, 8불 (현재는 주식병합으로 인해 가격이 10배 상승되어서 80불) 언저리에 횡보하는 시점에서 분할매수를 세차게 때렸다. 차트를 읽을 줄도 모르면서, 쌍바닥에도 사보고 추세 매매도 해보았다. 연준은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신나게 1년 내내 금리를 인상했다. 내 생에 가장 많이 투자한 종목에서 나는 -50% 이상의 하락율을 보았다. 1년간의 노동소득이 증발할 만큼의 돈을 잃은 시기도 있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을 그제야 떠올렸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이걸 팔고 오를 것이라고 확신하는 투자처도 없었고, 사실 투자에 있어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잠시 나의 증권앱과는 이별을 했다. 숨어버렸다. 그리고 올해 말에 연준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였고, 4불 아래로 내려갔던 TMF가 어느덧 7불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 나는 내년 금리 인하를 보고 있기 때문에 채권 포지션을 홀드 할 생각이다.
하지만,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TMF의 하락으로 인해 심적으로 매우 지쳐있었고, 스트레스가 많았다. 무엇보다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내가 팔았던 SOXL이 2배가 넘게 올랐다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SOXL에 대해서는 큰 확신이 있었던 터라 분명 좋은 투자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 당시 TMF를 샀던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당시로 돌아가도 그런 선택을 했었을 것이다. SOXL보다 TMF가 리스크 변동성이 훨씬 덜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시장 상황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가 후회하는 것은 자산을 반반 나누어서 TMF와 SOXL에 각각 50% 씩 투자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주식과 채권으로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어도 리스크를 헷징 할 수 있었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분명 현재 시기에 2배가 오른 SOXL을 팔고 TMF를 추가매수 하는 전략이었을 것이다. 그때 당시에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했다.
이번 일로 큰 결심을 하게 되었다. 주식시장은 제로섬게임이다. 누군가는 돈을 잃지만 누군가는 돈을 잃는 곳이다. 누군가는 맞지만 누군가는 틀리는 곳이다. 사실 나처럼 투자 공부를 게을리하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투자를 하게 된다면 내가 그 틀리는 누군가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 그렇게 옳지 못한 투자를 해왔다. 생각해 보면, 나는 지금 회사를 들어가기 위해 (노동 소득을 얻기 위해), 지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열심히 공부해 왔다. 그런데, 그 노동 소득보다 더 많은 자본 소득을 얻기를 원하면서도 투자 공부를 게을리하는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긴 하다. 24년에는 보다 현명한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 투자에 진심을 다할 예정이다. 대실패로 끝나버린 23년의 투자로 인한 나 자신에 대한 분노이자 부끄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