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과 카지노
주식은 마치 카지노와 같다는 말이 있다. 시장 vs 나. 딜러 vs 나. 상대방을 이길 확률을 높이는 게임이라는 면에서 유사한 점이 가장 많다. 카지노에서는 블랙잭 게임이 플레이어가 이길 확률이 가장 높은 게임으로 유명하다. 그 확률을 최대한으로 높여서 큰 수익을 거둔 에드워드 소프라는 사람이 있다. 그가 쓴 '딜러를 이겨라'라는 책에서 그가 확률을 높이기 위해 적어놓은 여러 방법들이 적혀있는데, 그는 이 카지노에서의 경험을 활용해서 주식시장에도 적용하며, 그 유명한 켈리 공식을 만들어냈다. 이 책을 포함하여 최근 들어 여러 군데에서 확률에 입각한 주식시장 접근법을 많이 들었다. 친한 형도 최근 들어 확률에 기반한 매매를 하고 있었고, 우연히 서점에 집은 책인 '월가아재의 제2라운드 투자수업'에도 확률 얘기를 끊임없이 한다. 결국 '주식에서 수익을 거두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나의 승리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가 핵심 내용이다.
주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지 막막했던 찰나에 최근에 읽은 '월가아재의 제2라운드 투자수업'이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의 앞부분에 이런 얘기가 있다.
투자자는 자신의 모든 행동에 대해 정확히 반대로 행동하는 개인이나 기관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둘 중에 누가 옳고 그른지는 누가 더 많은 정보, 더 깊은 분석, 더 탄탄한 논리를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그동안 내가 실패했던 이유는, 쉽게 말해서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나보다 월등했기 때문이다. 그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는 내가 이길 확률을 꾸준히 높여야만 한다. 결국 어떤 방법으로든 나만의 실력을 쌓아야 한다. 하지만 실력을 쌓는 와중에도, 시장은 언제나 변동성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또한 나보다 노력을 안 한 사람도 몇 차례 운이 좋아서 곧바로 성과가 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통계 법칙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시행 횟수가 늘어날수록 본연의 확률로 결과가 수렴하게 된다. 약간의 변동성을 버텨낼 수 있는 힘만 기르면, 내가 높인 확률적 우위로 귀결될 것이다. 단순히 실력을 기른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적절한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 23년도의 나처럼 리스크 관리를 하나도 하지 않다가 이를 회복하는데 수많은 시간을 쓸 수밖에 없었다. 젊은 나이에 경제적 자유를 원하는 나로서는 시간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스크 관리이다.
또한 이 책을 읽고 자본소득에 대한 나의 환상이 무너졌다. 사실 일하는 것에 많은 피로함을 느껴서 '나중에 내가 투자를 잘하면 전업으로 해봐야지'라는 말도 안 되는 망상을 했다. 그러나 계산을 해보니, 전업 투자를 위해 필요한 시드머니는 기본적으로 20억이 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평균 수익률이 꾸준히 8%라고 가정했을 때, 자본소득이 10억이어야 연에 8000만 원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이 돈으로 충분하진 않다. 노동소득은 변동성이 없지만, 자본소득은 변동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달에 돈을 벌어도 다음 달에 돈을 벌지 못할 수 있다. 생각지 못한 지출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자본소득은 잠시 접어두고 노동소득에 집중해야 하는가? 그렇지만은 않다. 20억을 목표로 달려가다 보면 확실히 지금보다 성장한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단기 투자에서 확률적 우위가 확실하게 현실의 수익으로 누적되기 위해서는 한두 번의 시행에 모든 것을 거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반복이 있어야 한다. 이 말은 즉 내가 확률적 우위가 높은 매매법을 알아냈다고 하면, 그 시행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조건적으로 오르는 주식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오를 확률이 높은 주식'만 존재한다. 장기 투자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잘 나가는 회사도 경제위기나 생각지 못한 암초를 만나면 좌초될 수 있다. 따라서 내가 가진 기업 분석에서의 확률적 우위가 확실하게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안전마진이 확보되는 종목을 여러 개 찾아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 이때, 통계적으로 독립 시행의 법칙을 지켜야 한다. 예를 들어서 엔비디아와 AMD를 같이 담는 것은 확률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없다. 어떤 투자, 어떤 트레이딩을 하든 확률적 우위의 개념은 반드시 가슴에 새기고 집착에 가깝게 간직해야 한다. 금융시장은 언제나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승리할 확률이 55% 라는 것은 45%의 확률로 패배한다는 것과 동일하다. 언제나 내가 실패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리고 과감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좋은 배팅이었지만, 내가 45%의 확률로 인해졌다는 것을.
그렇다면 어떻게 내가 시장에서 확률적 우위를 가질 수 있을까. 여러 가지 투자전략이 있을 것이다. 지수 추종, 가치 투자, 차트 트레이딩, 퀀트 투자 등등. 사실 내가 어떤 것을 잘해서 이길 확률을 높일 수 있을지는 나도 아직 모른다. 내가 계속 공부하고 매매하면서 나의 투자 원칙을 잡아나가야 할 것이다. 이것들을 경험하는 것이야말로 나만의 확률적 우위를 높이는 가장 정석적인 루트가 아닐까 싶다. 우선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회계와 재무 보는 법부터 익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