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책의 완벽한 대체제가 되어가고 있는가

검색, 영상, 클라우드가 주는 편안함에 잠시 책을 잊은 나에게

by Zorba

가끔 인생의 목표를 잃은 것처럼 무기력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번에는 그 감정이 오래가는 바람에 꽤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추구하는 삶의 근간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항상 나는 30년, 40년 뒤 바다가 보이는 집을 짓고, 여유롭게 책을 집필하여 출간하는 게 인생의 가장 큰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 경제적 자유는 이뤄야만 하는 것이었고, 남들보다 빨리 부를 쟁취하는 추월차선을 달려야만 했다. 시간은 절대적이기 때문에 나는 보다 바쁘게 살아야만 했고, 부를 쟁취하는 보다 많은 방법을 시도해봐야 했다. 물론 지금 나이에 내가 목표한 부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임계치를 뛰어넘어 내가 바라던 수준에 다가갈 수 있으리란 믿음 하에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데 요 근래 여러 일들이 겹치고 나태한 삶을 반복하면서 나의 중심이 되어주었던 목표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왜 책을 쓰고 싶어 했을까?'


책은 여유로움이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굉장히 편했다. 내 마음대로 자세를 바꿔가며 읽을 수 있었고,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았다. 책을 읽다가 잠들어도 부모님은 나를 혼내는 법이 없으셨다. 소설책을 특히나 좋아했는데,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잠시 일상을 떠나 다른 곳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나의 성장기에 발맞춰 변화하는 세상에 힘입어 (?) 내가 책을 찾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나는 오늘도 일하다가 쉬고 싶으면 내 손안에 꼭 쥐어지는 아이폰 12 미니를 쥐고 침대에 누워 좌우 고개를 돌려가며 유튜브 영상을 본다. 이어폰을 꼽고 있으면 외부 간섭 자체를 막아버릴 수 있다. 가끔 긴 시간 동안 일상을 떠나고 싶으면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를 켜고 머나먼 여행을 간다. 이제는 여유로움을 즐기고 싶을 때 책보다도 휴대폰에 손이 먼저 간다. 나의 하루에서 휴식시간의 가장 많은 부분은 유튜브가 담당하고 있다. 이 역시 아이폰에서 스크린타임 위젯으로 실시간 알려주고 있다.


책은 죽어서도 세상에 내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수단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인 원피스에는 사람은 잊힐 때 죽는 것이라는 명대사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가 죽는다. 죽으면 다 무슨 소용이겠냐만, 적어도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어떻게 기억이 되는가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라고 생각해왔다. 나는 비롯 보잘것없는 삶을 살았을 수도 있지만, 책을 이 세상에 남김으로써 영원히 잊히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가 본인의 흔적을 세상에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나의 삶은 인터넷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데이터베이스에 고스란히 저장되고 있다. 지금 이 브런치 글을 발행시키는 순간 api를 통해서 나의 글은 카카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될 것이다. 이제는 데이터양이 너무 많아서 데이터의 가치가 석유의 가치를 넘어서는 세상이 되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나의 삶을 정리하고 기록하여 세상에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내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클라우드의 개념이 생소하여 내가 만든 파일들은 오로지 나만 소유하고 usb로 넣어 다녔지만, 이제는 내가 구글 드라이브에 엑셀 파일을 업로드하면 공유하는 모든 이들이 실시간으로 수정 내용을 확인할 수도 있다. 또 생각해보면, 유튜브 크리에이터만큼 본인의 흔적을 이 세상에 완벽하게 남기는 사람들이 있을까? 심지어 그들은 수많은 구독자들도 보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책은 세상을 배우는 지식의 창구였다. 내가 IT 기업에 관심을 갖지고 이 업계에 종사하기 전, 인문학에 빠져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계속해서 책을 고집했던 나는 구글 찬양론자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책의 전문성을 따라올 수는 없다. 깊이가 다르다."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구글의 검색 엔진은 기가 막힌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을 통해 나의 의도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검색 결과를 가져다준다. 굉장히 빠르게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나아가 내가 검색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 할수록 깊이 있는 지식까지 얻을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논문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글을 읽기 귀찮을 때는 유튜브로 검색할 수도 있다. 유튜브에서는 대학교 강의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보다 상세한 정보까지 쉽게 습득이 가능하다. 물론 여기서 전제는 '본인이 올바른 정보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겠지만, 핵심은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으로 전문적인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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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산업이든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지속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요즘 살아가면서 느끼는 앞선 생각들은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유튜브 시청 시간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고, 책을 보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그러면 정말 '구글의 여러 서비스들이 책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누구보다 책을 좋아하던 나에게, 작가를 인생의 목표를 삼았던 나에게 이런 질문은 내 뿌리 자체를 흔드는 일이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할 수 없다면 나는 앞으로 책과 더 멀어질 것만 같았다.


최근 아이패드 미니로 밀리의 서재를 구독해서 책을 보고 있다. 몇 권을 읽다 보니 그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답이 나온 것 같다. 유튜브는 책을 완벽히 대체할 수 없다. 이 둘은 소비자가 정보를 습득하는 데 있어 서로 다른 방식을 제공하고, 소비자는 그중에서 본인이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다양성이 없어진다면 우리는 정보를 오로지 한쪽 수단으로만 받아들여 자율성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책의 소비량이 현재와 같이 계속 떨어지게 된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산업은 필연적으로 뒤쳐질 수밖에 없다. 만약 내가 작가가 되어 책을 출판했는데, 내가 쓴 책을 읽는 모수 자체가 없어져버리면 의욕을 상실해버리지 않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브런치, 밀리의 서재와 같은 인터넷과 결합한 서비스들을 통해 책 산업이 더욱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나 역시도 막연하게 종이책을 쓰자는 목표보다는 시대에 맞춘 새로운 목표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브런치를 조금 더 열심히 해야 하려나) 오랜만에 책을 읽으면서 정확히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인터넷이 주지 못하는 책만의 특별함을 느꼈다. 우선 나부터 책이 주는 가치에 대해 더욱 느껴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극도의 편안함만 추구하는 세상에서 오늘은 자기 전에 유튜브가 아닌 책을 읽어보고자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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