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가 지은 노천탕의 하늘에서 본 하늘

나의 첫 일본 목욕탕 입성기

by 한가윤





긴장된 상태로 남의 나라에서 살게 된 지 3일 즘이 흘렀고, 난 지독한 감기에 걸렸다.

핸드폰을 개통하기 위해 뚫고 간 태풍 때문이었는지, 한국에서 다 나았다고 생각했던 감기가 사실은 아직 내 몸속에 숨어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춥고 기운 없는 지독한 감기였다. 미각은 이게 소금인지 설탕인지 구별할 수 없게 되었다. 더욱이 6월임에도 불구하고, 보일러 없는 일본 바닥은 가차 없었다. 추위에 떠는 밤을 지내다 보니, 쉽사리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반송장 상태로 2-3일을 지내고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집을 나와 목욕탕으로 향했다. 내가 사는 윗동네에는 유명 건축가가 설계하고 지은 시크한 매력이 있는 목욕탕이 있었다.

집 근처에도 목욕탕이 있었지만, 건축물에 느껴지는 아우라에 여기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거 보면 아직 덜 아팠나 보다. 입장료는 500엔 남짓



빨간색의 노렌을 걷히고 들어가자, 동네 목욕탕이 아닌 여관의 료칸이 펼쳐졌다.

밝은 햇살이 중정을 통해 그대로 들어왔다.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목욕탕에 들어가자 내부에는 블랙 색상의 의자와 세숫대야가 일본의 목욕탕이라는 듯이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었고, 천장의 유리창으로 한낮의 부드러운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중 가장 으뜸은 밖으로 연결되는 작은 노천탕이었다. 꿈의 목욕탕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조심스레 자리를 잡고 앉아 가볍게 씻고 탕에 들어갔다. 목욕탕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있을 건 다 있었다. 잠시 몸을 데운 후, 노천탕으로 향했다.

문을 살짝 열자 6월의 초여름의 날씨에 걸맞은 선선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겨울의 노천탕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 스피커에서는 잔잔한 새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피아노 선율이 들려왔다.

돌로 만든 경계를 넘어 온천에 발부터 살짝씩 넣어보니, 황홀감이 발끝부터 올라왔다.






그래 노천탕은 이런 느낌이었다.


시원한 바람은 내 뺨 곁에서 떠나지 않고,

물에 들어가 있는 나의 신체들이 부드러운 물살 속에 감겨 있는 이 느낌.

기대하지 않았던 노천탕까지 있고 오기 잘했다고 몇 번씩이나 생각했다.

노천탕 옆에는 천연온천 수의 농도가 높아서 너무 오래 있지 말라는 경고문 붙여져 있었다. 경고문을 떠듬떠듬 읽고 머리 위로 지나가는 새와 눈이 한 번 마주친 후, 노천탕에서 나왔다.

그 후 어느 탕에 들어갈까 하다가 일본에는 전기탕이라는 게 있다는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둘러보니, 전기 탕처럼 보이는 곳이 있었다. 발 끝만 살짝 넣어보니, 역시나 전기 탕이었다.

물속에서 전기가 통한다는 발상이 좀처럼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참을 수 없는 궁금증으로 용기를 내어 좀 더 몸을 넣어보니 전기가 찌리릿 하고 통했다 아니 통하고 있었다. 미비한 전기가 아닌, 전류가 그곳에 흐르고 있었다. 누가 봐도 처음 온 것 같은 젊은이의 첫 전기탕 경험이 단골 할머니들의 흥미를 건드렸는지, 흥미롭게 나를 보고 있었다.

그중 몇 분이 전기가 꽤 강하니 조심하라는 다정한 말씀도 건네주셨다. 다시 한번 숨을 가다듬고 이번에는 확실하게 온몸을 담그자 온몸에 전기가 통해 작은 근육들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꽤나 아팠고 그 보다 큰 공포감 때문에 10초 이상 있는 건 무리였다.


다시 노천탕에 들어갔다가 다시 용기를 내서 전기탕에 들어가 10초 만에 나왔다가를 반복했다. 처음 온 일본 대중목욕탕이었지만 누구보다 즐겁게 목욕을 즐겼다. 열심히 땀을 뺀 후 씻고 탈의실로 들어오니 평상에 부채들이 2-3개 놓아져 있었다. 열을 식히는 용도로 보였다. 작고 귀여운 배려로 여기가 일본인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첫 일본 대중목욕탕을 기념하기 위해, 로비에서 빼먹지 않고 우유를 한 병 마셨다.



본문의 목욕탕은

도쿄 네라마구에 위치한 hisamatsuyu 이다.




지은이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pastry_my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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