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또는 왜 3팩에 한 묶음일까

낫또를 좋아하세요...

by 한가윤




일본에 오자마자 무더위가 찾아왔다. 워홀은 여행이 아닌 생활이기 때문에 최대한 식비를 아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에 억지로 가스 불 앞에 서서 요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최대한 초밥이나 오이나 토마토 같은 날 것으로 먹을 수 있는 것들을 구매해서 하루 식사를 때웠다.

그러다 어느 날 불현듯 낫또의 감칠맛이 내 입안을 지나쳐갔다. 입덧으로 고생한 임산부가 새벽에 문득 떠오르는 딸기처럼. 꿈에 관심도 없던 남자 연예인이 나타나면 괜히 그 연예인이 좋아지듯이, 불현듯 내 입안을 지나친 낫또가 너무 먹고 싶었다. 당장 집에서 나와 자주 장을 보는 마트로 향했다. 평소에 낫토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낫토가 이렇게 저렴한지 이렇게 종류가 많은지 처음 알았다. 낫토의 가격은 감사하게도 대부분 1묶음(3팩)에 100엔이 넘지 않았다. 많은 종류 중에 대충 인기 있어 보이는 걸 골라서 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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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명란과 오이, 계란 후라이까지 한 접시에 올려 부푼 마음으로 먹은 첫 입은 소감은 "엑... 맛없어.." 였다.

그렇다 난 낫또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따금 이곳저곳에서 얻어먹은 낫또는 늘 한 입으로 그쳤었다. 그런데 왜 낫또가 떠올랐을까. 남은 낫또를 억지로 양념과 명란젓에 의지해 해치워 먹었다. 후.. 문제는 냉장고에 남은 2팩이다.

3팩에 한 묶음으로 팔기 때문에 낱개로 사 올 수 없었다. 냉장고 속 낫또를 억지로 외면하면서 며칠을 지내고 더 이상 모르는 척할 수 없는 날짜까지 와버렸다. 이것저것 알아보고 넣으면 맛있다고 하는 김치를 넣어서 한 번, 참기름이랑 다진 파를 넣어서 한 번 먹었다. 처음 먹을 때보다는 두 번째일 때 두 번째 먹을 때보다는 세 번째 먹을 때가 더 낫긴 했지만 역시나 맛있지는 않았다.



그렇게 난 낫또라는 존재는 잊고 산지 한 두 달이 지나고 불현듯 또 낫또가 내 입안을 지나갔다.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미끈하고 진득하게 늘어나는 그 실들과 특정할 수 없는 쿰쿰한 콩 맛 그리고 부드러운 건지 단단한 건지 모르겠는 콩의 식감을 생각하면 자신이 없었다. 한 번 사면 또 3번은 참고 먹어야 하는 그 낫또를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장을 보며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또 한 묶음을 덜컥 사버렸다.

냉장고를 열 때마다, 낫또를 째려보길 여러 번. 집에 반찬이라곤 없는 날 나는 낫또를 꺼냈다. 같이 들어있는 간장과 겨자를 넣어서 젓가락으로 조금 굳어있는 낫또를 흘리지 않게 조심스럽게 섞기 시작했다. 그리고 먹은 첫 입을 먹고는 어? 이게 왜 맛있지? 미끈거리고 이상한 콩향이 나던 낫또는 알 수 없는 감칠맛에 사로잡혀 있었다. 어느 부분을 콕 집어서 맛있다고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확실히 맛있었다. 난 낫또의 세계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날 풀리지 않는 의문이 풀렸다. 왜 낫또를 3개씩 판매하는 걸까. 그건 아마 3번은 먹어야 맛에 익숙해지고 진가를 알 수 있는 거였다. 한국의 삼세판이 여기에서도 통하는 거다.




그 후 새로운 취미로 여러 종류의 낫또에 도전했다.

검은콩으로 만든 낫또, 먹기 좋게 잘게 자른 낫또, 간 무가 들어간 낫또, 참깨 낫또 등

몇 개 먹어보며 나도 나만의 낫또 취향을 가지게 되었다. 잘게 다진 낫또 보단 콩이 씹히는 편이 좋고 다른 고명이 들어간 것보단 심플한 낫또가 좋다. 동봉된 간장과 겨자에 집에 있는 겨자를 넣어 먹는 낫또를 가장 좋아한다. 온도도 중요한데, 밥 위에 올려두거나 미리 냉장고에서 꺼내두면, 낫또가 따뜻해지며, 낫또 향이 많이 나고 질감이 많이 늘어져 별로다. 먹기 전,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서 살짝 굳어있는 낫또를 젓가락으로 적당하게 휘젓는 낫또가 가장 이상적이다.

또다른 별미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낫또 오니기리를 좋아한다. 집에서 먹는 낫또보다는 조금 더 자극적인 느낌이면서 편의점에서 먹는 건강식인 느낌으로 자주 사먹었다. 그 중 패밀리마트의 ねぎしょうゆなっと(파 간장 낫또) 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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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제법 낫또의 취향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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