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이상한 아저씨가 산다

기분을 잡치는 몇 가지 중 하나

by 파타과니아

대표가 아침 인사를 건넨다.


"오늘 컨디션은 어때요?"

대답은 대개 '좋다'인데, 이 컨디션은 늘 100%는 아니다.


특히 필자의 컨디션을 망치는 요인이 하나 있는데, 옆집 아저씨다.


1. 집 계약 직전, 한 번 더 방을 확인하러 갔다. 그때 처음 옆집아저씨를 봤다. 아저씨는 "어 옆집 왔네요" 붙임성 좋게 말을 꺼냈다. 그런데 그걸 보는 공인중개사랑, 임대인 표정이 별로 안 좋았다.


2. 무슨 일 있냐고 묻자, "옆집이 좀 그래"라고 하는 게 아닌가. 더 물어보려는데 알아서 추가설명을 해주었다. "원래 작년 중순에 나갔어야 했는데 아직도 안 나갔어"


3. 음,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거 치고는 태연하고 멀쩡해 보인다.


4.라고 생각했는데, 한 일주일 뒤 퇴근길에 원룸 문이 열려있는 걸 보았다. 옆집 아저씨와 필자는 문이 바로 옆에 있어 열려있으면 보인다. 그 방은 정말 쓰레기장이었다. 발 디딜 곳 없이 쓰레기가 가득 차있었다. 네이버에서 '고독사'를 검색하고 가져오면 보이는 그 정도 수준이다. 안 그래도 방금 검색했는데 똥오줌과 혈액을 제외하면 같은 방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부모님은 고작 정리 몇 개 안 된 걸로 꺼냈던 '돼지우리'라는 단어를 다시 집어넣어야 할 거다.


5. 조금 충격 먹긴 했는데, 그럴 수도 있다 싶었다. 가끔 들리는 혼잣말은 방음이 안 되니 그럴 수도 있다. 다 들리라고 내쉬는 한숨도, 혼자 내뱉는 시발시발 욕도 그럴 수 있다. 쓰레기장 방에서 사는 인간인데, 멀쩡하고 친절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저런 방에 사는 인간에게는 그 나름의 사연이 있다.


6. 하루는 좀 심했다. 아마 야구경기가 있었던 날일 거다. 크게 야구 중계를 듣는다. 욕을 뱉는다. 고시원에서 이어폰을 끼고 자던 버릇은 습관이 되어서 버틸만했다. 그런데 한 새벽 5시까지 그랬던 걸로 기억한다. 왜냐면, 다섯 시에 잠깐 깼는데, 여전히 욕을 하고 계셨으니까. 아니면 필자가 그 소리에 깬 걸까.


참다못해 임대인에게 어떻게 못 하냐며 연락을 넣었다.


7. 하루는 아저씨 문에 구청에서 왔다는 쪽지가 붙어있었다. 다음날 휴가였어서 조금 느긋하게 자고 있었는데, 옆방이 시끄러웠다. 드디어 나가나 했는데, 아직도 살고 있다.

8. 가끔은 경이롭다. 저 사람은 살고 싶다고 방문 앞에 쓰레기봉투를 내놓고 계란이든, 라면이든 먹고 내버리고 있다. 필자의 문 앞에까지 담배꽁초와 2L 물병을 흘리며 말이다. 살아 있다고 티 내고 싶어 매일 혼자 욕을 내뱉고, 남들 사는 관심사를 탐내려 야구경기를 본다.


대표와 필자가, '이렇게까지 고생해야 하나, 언제 고생이 끝나나' 담배 피우며 온갖 잡일부터 회사일까지 할 때, '다른 사무실에 피해는 안 끼쳐야지' 대청소를 하고 공용 집기를 살 때 누구는 저렇게 혼자서라도 살고 싶어 아둥바둥이다. 그 생명력과 아집에 가끔은 감탄이 나온다.


살기 싫다는 생각이 들 때면, 저 방과, 저 쓰레기봉투, 저 말투를 떠올리면 웃음이 나며 살게 되지 않을까.


8. 이틀 전, 출근길에 옆집 아저씨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우연히 나가는 길에 문 앞에서 겹쳤고, 눈이 마주쳐 기껏 고개를 숙였더니 먼저 가버리셨다. 한 3분 정도를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 사거리에서 헤어질 때, 담배를 피우며 한참을 아저씨 가는 길을 봤다. 저 인간도 뭔가를 위해서 아침에 일어나는구나.


3개월 전에 스쳤을 때와, 한참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이미지를 상상한 후에 다시 봐도 정말 평범한 사람이었다.


9.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 밤에 혼자 하는 욕은 더 열심히 살라는 유인으로, 아침에 혼자 하는 욕은 조금 더 자고 싶은 마음을 일깨워주는 모닝콜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저런 인간도 사는데, 나는 더 잘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등바등하는 생명력에 가끔은 감탄스럽기까지 하니 좋은 인생공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