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든 옆집아저씨와 친하게 지내기

지금은 못하겠는데

by 파타과니아

위는 한 두 달전 이야기고, 지금 할 이야기는 또 한 달은 넘은 이야기다. 일만 하느라 브런치에서의 업데이트가 늦다.


옆집에 이상한 아저씨가 산다. 이 아저씨는 늘 문을 열어놓고 생활했는데, 그 문 때문에 문을 지나쳐야 내 방문을 열 수 있는 나로서는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그래서 그게 너무 귀찮아 늘 그 아저씨가 열어놓은 문을 괜한 마음으로 뻥뻥 어깨로 치면서 내 문까지 나아갔다. 하루는 이 아저씨가 왜 문을 안 잠그나 궁금해 도어락 문제인가 싶어 쳐다봤는데 그 도어락 밑에는 칼이 꽂혀있었다. 그러니까, 도어락과 문 사이에 칼을 꽂아놨었다.

처음 봤을 때는 소름이 돋아 후다닥 집에 들어왔다. 지금처럼 칼부림 이야기가 나오기 전인데, 중국인 살고 빌라가 밀집된 이 지역에 미친놈 한 둘쯤 있다는 걸 대충 예상은 했었다. 그런데 바로 옆집이었다.


그렇지만 필자는 사나이라, 칼이 됐든 대포가 됐든 내 문을 방해하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칼이 있든 말든 늘 그 문을 뻥 치며 내 집으로 들어왔고, 그 문을 뻥 쳐서 닫아버리며 출근했다. 혹시 모르지 않나. 사람들 보라고 칼 박아뒀는데 그거 보고도 뻥뻥 치며 돌아다니는 나를 어지간한 미친놈으로 봤을지.


이 옆집간의 기싸움과는 별개로, 옆집아저씨를 생각보다 자주 마주쳤다. 아침 출근길에 마주치기도 하고, 밤에 세탁소에 가는데 마주치기도 했다. 칼을 본 이후로 한 3번은 마주쳤던 거 같다.


필자는 어깨빵을 했던 것과는 다르게, 마주치면 늘 웃으며 인사했고, 옆집도 생각보다는 밝게 받아주었다.


그러다 밤에 마주쳤을 때는 짧게 대화까지 했는데, 그 아저씨가 먼저 학생이냐며 말을 걸었다. 회사원이다 어떤 일 하시냐, 요즘 일은 어떠시냐 등 이야기까지 했고 아저씨는 자신이 곧 나간다고 했다.


전세기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살고 있다는 걸 듣고 이상한 사람은 아닐까 했는데 생각보다 대화가 잘 돼서 신기했다. 혹시 필자가 이상하게 변해버린 걸까? 아무튼.

그 이후에도 문을 열어두긴 했지만 전보단 덜 열어두셨다. 적어도 내가 지나가기 불편할 정도는 아니었다. 한 번은 열린 문 사이로 방을 봤는데 늘 불이 꺼져있던 그 방에 3~4명이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서울에 고생하러 오신 분인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숙소잡아서 중년남자들끼리 지내는 생활도 썩 행복한 일상은 아니니까.


요즘은 더워서 그런지 문을 꽁꽁 닫고 계신다. 가끔씩 밤에 누군가 소리를 지르며, 문 앞에 담배꽁초를 버려두긴 하지만 어쨌든 인사는 하고 있다.


저번 글에서 너무 복수심에 글을 썼는데, 적당히 잘 사셨으면 좋겠다. 너무 잘 살지도 말고, 너무 못 살지도 말고, 너무 피해주지도 말고, 그냥 사셨으면 좋겠다. 이미 인사를 해버려 아는 사람이 되어버렸으니 악담을 적기도 민망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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