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물의 차이가 생산성의 차이

약간의 편리함이 얻는 몇 시간

by 파타과니아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일본 유학을 좀 했다고 여행지는 일본으로 정해졌는데, 오늘은 여행 이야기는 아니고 생산성 이야기다.


1. 필자는 어디 갈 때든 전자책을 들고 다닌다. 여행이나 길게 이동할 때는 시간을 보내는 아주 좋은 방법이고, 종이책 무게보다도 훨씬 가벼운 게 큰 장점이다. 책은 2~3권만 넣어도 무게나 부피가 상당해 곤란한데, 전자책은 그렇지 않으니까. 물론 들고 다니면서 꺼내지 않은 적도 꽤 되지만 핸드폰이 아닌 그 무언가 볼 수 있다는 게 있다는 것만으로 꽤 든든하게 느껴진다.


2. 이번에도 공항버스에서 조금,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조금, 비행기 내에서 조금, 공항에서 일본 도심으로 조금. 하루 3~4시간은 책을 읽은 거 같다. 띄엄띄엄 읽다 보니 몰입해서 읽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활자를 계속 집어넣었다는 것에 꽤 큰 만족감을 느꼈다.


3. 돌아가는 길에 어머니가 말했다.


엄마는 중국어를 몇십 년 해도 안되는데, 너는 6개월을 해도 일본어를 잘하는구나.

4.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결국 몰입의 차이인 거 같다. 혹자는 꾸준함이 벼락치기를 이긴다고도 하는데, 어느 정도 계단을 올라가려면 꾸준함+벼락치기, 즉 압도적 몰입이 필요하다. 하루 1시간씩 몇십 년도 아니고, 하루 10시간씩 한 달도 아닌, 하루 10시간씩 6개월 정도. 그 정도면 꾸준함도 이기고, 벼락치기도 이기는 압도적인 성장이 된다.

5. 일본에서의 6개월은 꽤 힘들었다. 굳이 따지면 스스로를 힘들 게 만든 거 같다. 처음에는 영어를 더 잘해서 서양인들과 어울렸는데, 막판에는 일본어가 더 늘어서 영어를 까먹기까지 했다.


하루종일 일본어를 들었다. 일본의 슈카월드인 나카타 아저씨의 유튜브를 하루 종일 들었고, 팟캐스트로는 일본 NHK, 5분 일본어 이런 걸 들었다. 에어팟을 하루종일 끼고 있었다.

듣기가 됐으니 말하기도 중요해서, 혼잣말을 하고 다녔다. 배고프다, 배부르다, 덥다, 뭐 먹지, 지금 나가면서 뭘 해야 할까?


아르바이트는 한국인 사장이었지만 고객이 일본인이라 꽤 고난도의 경험이었다. 처음에는 일본어를 잘못해 옆 일본인 여자애가 말하는 말투나 단어를 그대로 쓰려고 했다.


6. 계단을 오른 덕분인지, 지금 4년이 넘었는데도 잘 써먹고 있다. 가끔 일본 친구가 오면 잘 안내해주고 있고, 일본 여행 가서도 요긴히 써먹고 있다.


7. 그런데 이 몰입은 에어팟과, 팟캐스트, 유튜브 등 신문물을 따라간 덕분에 얻게 됐다. 부모님은 귀가 나빠진다며 이어폰과 헤드셋을 싫어하고, 새로운 매체나 유행이 생겨도 관심이 없으시다. 자식이 좋다며 소개해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이동시간의 팟캐스트를 듣고, 책을 읽는 동안에 부모님은 가만히 눈만 감고 계신다.


8. 생산성 툴이나 신문물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유도 이런 날들 덕분인 거 같다. 생산성을 따져가면서 해도 결국 일론 머스크나 이재용, 7개 국어의 천재 등을 이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끌어낼 수는 있다. 몇 조까지는 아니어도 몇 백몇 천은 벌 수 있을지 모르고, 7개 국어는 몰라도 2~3개 국어까지는 될지도 모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이 철학자들이 말했던 삶이니, 생산성을 조금이라도 올리려고 하는 행위는 결국 우리 인생의 목표이자 목적일지 모른다.


끝.